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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샤르트뢰즈(Chartreuse, 라틴어는 카르투시아 Cartu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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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샤르트뢰즈(Chartreuse, 라틴어는 카르투시아 Cartusia)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0.02.27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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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미소가있는치과 송선헌 대표원장

침묵
위주치명(爲主致命, 주를 위해 목숨을 바침)!, 한 번 들어가면 죽어서도 나오지 못하는 프랑스 알프스(희고 높은 산)의 그랑드 샤르트뢰즈(Le Grande Chartreuse) 봉쇄 수도원를 담은 영화 위대한 침묵(Into the Great Silence, 2005년, 162분)의 첫 장면은 ‘봄은 겨울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은 침묵으로부터 온다’다. 모든 종교의 수도원들은 도피가 아니라 구별이다.

수도원은 절제, 기도, 청빈과 무소유가 기본이고 제일 규칙은 Silence다. 침묵과 묵언은 모든 종교(유불선 포함)의 기본원칙이다. 짙은 침묵은 최소의 소리(수도복, 성경, 바람소리...)도 증폭시킨다. 종일 침묵과 관상기도(Contemplation)로 하나님을 만난다.

침묵은 내면의 응시다. 새벽기도(Martins)를 모두가 잠든 12시 5분에 올린다. 수도사들은 수방(修房, Cell)에서 홀로 은수(隱修)한다. 그 안은 최소한의 살림살이만 있다. 의탁하지 않는 삶을 산다. 물질보단 정신적인 가난을 추구한다.

밝은 색 카울(Cowl, 고깔이나 두건 달린 겉옷)을 입고 있다. 스님들의 배코머리 정도는 아니지만 기계식 바리캉(Bariquant)으로 삭발한다. 수방 십자가도 백지 A-4에 그렸다. 무릎 꿇고 기도하는 양말에 빵꾸가 보인다. 성철 스님의 누더기 가사(袈裟)가 생각난다. 백담사 무문관(無門關)의 공양구(供養口)처럼 작은 문으로 소식(쪽지)과 음식만 전달된다. 육식은 금지다. 식사조차도 하나님과 일치해야 한다.

파리(Musca, Fly)조차도 친구다. 가족이 면회와도 하루에 한 번 제공되는 혼밥을 한다. 그런데 맨밥 또는 찬으로 바나나나 최소한의 반찬뿐이다. 고된 영성훈련은 노동과 짝을 이룬 포행(布行)같은 산책(월요일)으로 보충한다.

병약의 시련도 영원한 기쁨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산책길에는 지팡이가 부활을 기다린다. 섬세한 본성을 산책의 자연에서 찾고 이 땐 잠시 침묵을 깬다. 주일 점심은 모여서 친교로 낙담을 예방한다. 창조자와 피조물 사이의 침묵이 깨우침이다. 그러나 모든 침묵도 진리를 향해 막힘없이 흐를 것이다.

고독의 영성체 카르투시오 수도원이 상주(男, 2000)와 보은(女, 2010)에 있다. 상주 수도원이 ‘세상 끝의 집’이란 다큐(2019. 12)로 방영되었다. 세상(Mundus)과의 단절, 이런 침묵 수행이 선교다. 강요하지 않음이 종교 본연의 사랑이다. 순수한 사람만이 하나님을 만난다는 말에 뜨끔했다. 그리고 ‘多종교수용론자’인 나의 수행은 입 닥치기, 봉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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