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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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의복
  • 조선경 원장
  • 승인 2020.02.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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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치과 조선경 원장

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중요한 요소인 입을 옷, 먹을 음식과 자거나 쉴 수 있는 집을 이르는 말이다. 이중에 의를 가장 먼저 일컫는 것은 입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입은 거지는 얻어 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얻어 먹는다’는 속담이 있고 성경에 아담과 하와가 잘못을 저질러 에덴동산에서 쫓겨날 때도 하나님이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는 걸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복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왕정시대에는 입성을 보고 빈부귀천과 계급을 알 수 있었는데 지금도 의복이 그 사람의 지위와 경제상황을 알 수 있는 척도로 작용하는 건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인지 여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명품에 열광하는 이유가 그 때문인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 당시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이형자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고위층 인사의 부인에게 고가의 옷로비를 한 사건이 있었다. 1998년 검찰총장 부인이 외화 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으로부터 고급 옷을 받았다는 제보로 언론에 의혹이 제기됐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검찰총장부인을 지나치게 비호함으로써 옷로비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국회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청문회를 개최했으나, 국회 청문회에서도 관련 여인들의 거짓말로 더욱 의혹이 커지면서 특별검사제가 도입됐다.

1999년 12월 20일 특별검사팀은 옷로비사건이 ‘이형자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고위층 부인들에게 시도한 실패한 로비’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1999년 12월 30일 대검찰청은 ‘옷 로비사건’ 진상을 이형자의 자작극에서 촉발된 ‘실체없는 로비’로 최종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이것은 특별검사팀이 내린 결론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어서 또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실정법으로 봤을 때는 죄가 되지 않았지만 ‘국민정서법’을 어긴 것이 문제였고 김대중 정부는 이 점을 간과하고 초기 대응에 나섰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했다. 후에 김대중 대통령은 <김대중 자서전>에서 “ ‘옷 로비 의혹’이나 ‘파업 유도 의혹’ 등이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것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박탈감과 상실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네 형편이 이 지경인데 고관 부인들은 떼를 지어서 의상실이나 들락거리는가. 노동자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직장을 떠나고 있는데 공안 기관에서 파업을 조장했다니 말이 되는가.’ 그런 감정들이 급속히 번지고 있었다. ”고 회상했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앙드레김의 본명이 김봉만이었다는 것과 이로 인한 김대중 정부가 입은 상처는 매우 컸다는 것을 기억한다. 

박근혜대통령은 국정원특수활동비를 의상실 운영비, 기치료, 운동치료비 및 51대에 달하는 차명폰 요금 등 으로 사용해서 뇌물과 국고손실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혈세로 제작된 옷값이 7억 원이라고 알려지면서 비난받았고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이 남산과 강남에서 박 전 대통령 전용 의상실을 운영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국정논단사태에 연류됐고 박 전 대통령은 탄핵에 이르게 됐다. 

얼마 전 대통령내외가 설맞이 장보기를 위해 양재에 있는 하나로 마트에서 장보는 모습이 보도된 적이 있었다. 멋지게 차려입은 영부인의 모습은 대통령 취임당시 수수한 차림에 인상 좋은 중년부인의 모습과 많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전해들은 얘기로 그녀가 입은 코트는 700만 원을 웃도는 명품의 M사코트로 한국에서는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으며 목에 걸친 명품 스카프도 꽤 고가였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초 출근하는 대통령의 다 낡은 구두뒷축을 보며 안스러워하던 여느 우리네 주부 같은 차림의 영부인은 간데없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은 그녀의 모습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Made in Korea제품도 해외명품에 뒤지지않는 훌륭한 제품이 많은데 나라를 대표하는 분이 왜 외국의 명품을 사용하는 지 알 수가 없었고 수수한 차림에 편안한 모습이 목적을 위해 연출됐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배신감마저 들었다.

이전대통령은 국내의상실에서 만든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옷값이 7억에 이른다는 비난에 비참한 결과를 맞이 했는데 나라를 대표하는 영부인께서 외국명품을 입고 외국 사절을 맞이하는 모습은 곱게 보이지 않았다.

어떤 여자가 명품을 마다할까 마는 지금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실업률이 급증하고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며 1997년 IMF보다 살기 힘들다는데 명품을 입어야만 본인의 존재를 나타낼 수 있는 졸부가 아니라면 모를까 현 시점에 딴 나라얘기처럼 들린다. 지금까지 그녀가 입고 계셨던 그 어떤 명품의상보다도 M사의 코트는 나도 한번쯤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뉴스에서 마트에 생필품을 사러나왔다는 어떤 부인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 퍼뜩 정신이 들었다.

“만원짜리를 살때도 이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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