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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현실화’ 왜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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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현실화’ 왜 어렵나
  • 박아현 기자
  • 승인 2019.08.2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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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증가하는 치주질환 수가는 외국의 1/10
‘시소’ 같은 개별항목 조정 … “신중해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13년 1천47만여 명에서 5년 사이 500만 명 이상 늘어나면서 치주치료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치주치료는 시술 난이도와 행위에 투입되는 자원 대비 수가가 낮게 책정돼있어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치료지만 의료진은 치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를 낳게 되는 구조 속에 있다. 때문에 현실에 맞지 않는 수가로 의료진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의료의 질 저하까지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국내 치과의원을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치주치료 비용은 치주소파술(6회 진행기준)의 경우 1회당 환자부담금이 1~2만 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반면 미국의 치주소파술은 1회당 대략 140~350달러로 책정돼 우리나라의 10여 배에 달한다.

지난 2014년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소 건강보험정책 TFT 연구보고회에서 발표한 ‘국내외 치과의료 및 치과의료수가 현황’에서도 치근활택술 처치료는 일본이 2.1배 높았으며, 치석제거에 치근활택술까지 포함한 전악 기준의 처치료를 비교할 경우 미국이 6.7배 더 높은 수준으로, 한국의 낮은 수가 시스템의 현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 개원의는 “일부 환자들은 치료의 가격이 낮으면 치료의 가치 또한 낮다고 선입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치주, 신경치료는 중요도가 높은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치료의 가치를 전혀 반영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개원가에서 보존치료만 한다고 가정한다면 적자를 면할 방법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보험치료 수가로 적자를 메워야만 하는 구조”라면서 “외국은 신경치료나 치주치료만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시스템 개선으로 급여수익만으로도 치과가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과와 관련된 급여항목이 해마다 늘어나며 치과에서 보험진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을 뒷받침하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인 것.

우리나라는 과거 일본의 의료보험수가를 참고해 국내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하면서 수가를 일본과 비슷하게 받아들인 항목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낮게 책정된 수가를 조정하긴 했지만 큰 변화를 이끌기는 쉽지 않다.

대한치과보험학회 박덕영 회장은 “보험항목은 연구에 따라 정해진 각각의 상대가치 점수가 있고, 각 항목이 모두 합쳐져 치과계의 총점이 구성되는 것”이라며 “한 치료항목의 보험수가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항목의 수가를 낮춰야만 하는 구조라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세부적 조정이 가능하긴 하지만 보통 신규항목이 아닌 이상 조정되는 일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점이 고정돼있지만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치과계 내부에서 꾸준히 논의하며 개선해 나갈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정해져 있는 예산에서 치주치료나 신경치료 등 일부 수가를 올리게 되면 그만큼 다른 치료항목의 수가를 낮춰야하기 때문에 조정 과정에서 직역별 입장차가 있을 수 있고, 조정 항목에 따라 ‘조삼모사’가 돼버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과진료에서 보험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 치료수가의 현실화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수가 현실화와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치과계의 꾸준한 관심과 신중한 논의가 지속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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