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혈전제’ 분쟁 왜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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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혈전제’ 분쟁 왜 생기나
  • 박아현 기자
  • 승인 2019.07.18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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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질환 늘어나며 ‘항혈전제’ 관련 분쟁 꾸준
문진 시 소통문제가 대부분 … 정확한 기록 중요

한 개원의는 노령환자 A씨의 발치 전 문진에서 복용 중인 약이 없음을 확인 후 발치를 진행했다. 하지만 발치 후 지혈이 되지 않았고, 알고 보니 A씨는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문진 당시 질문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배상을 요구했고, 치과 측은 구두상으로만 확인한 탓에 분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치과에 노령환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신질환을 가진 환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항혈전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 관련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치과의사협회 고충처리 내역에 따르면 항혈전제를 복용 중인 노령환자의 발치 후 지혈 지연문제로 형사고소까지 진행된 사건이 있었으며, 비슷한 문제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주장하거나 배상을 요구한 사건 등이 접수됐다.

전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복용 약제 중에는 항혈전제로 분류되는 항혈소판제제, 항응고제 성분의 약제가 많아 사전조치 없이 수술을 진행하면 지혈이 안 되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치과의사들은 반드시 복용약에 대한 사전 확인을 거치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한 의료분쟁은 왜 끊임없이 일어날까. 분쟁의 유형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환자와의 의사소통이 어긋나 약제 복용여부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거나 환자가 사전 주의사항을 잘못 이해한 경우, 복용여부를 알았지만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경우다.

그 중 환자와의 의사소통에서 오해가 일어난 경우의 가장 큰 문제는 복용약 파악여부를 서로 확인하고 고지했다는 명확한 자료를 기록해 두지 않을 시 치과의사가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개원의는 “수술 전 문진을 통해 복용약을 파악하지만 때로 환자가 아스피린정도는 가볍게 생각해 고지하지 않거나 아스피린 복용환자의 수술 시 주의사항을 충분히 설명했으나 피가 멈추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본인이 고지하지 않거나 듣지 않고 의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라며 “심하면 법적 분쟁까지도 이르지만, 법적분쟁이 아닌 컴플레인 수준에서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예상 밖의 지혈문제가 일어난 경우에는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수술 전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문진 사실에 대한 확실한 자료를 남겨두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개원의는 “항혈전제 복용환자의 대다수는 노년층 환자로, 수술진행 시 지혈문제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드려도 의사소통이 어긋나는 경우가 잦다”면서 “그 경우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해 설명하고, 복용약의 고지내용과 설명을 들었다는 동의서와 서명까지 확실히 체크하는 습관을 들여야만 문제발생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 필요한 경우 환자 동의하에 녹화나 녹음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모 개원의 또한 “항혈전제 복용 시 내과와의 협진 등 확실히 해야 하는 과정이 있으나 환자의 요구에 의해 빠르게 수술 스케줄을 잡는 등 환자에게 끌려가게 되면서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약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환자 본인의 상태, 또 왜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하는지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제대로 설명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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