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인면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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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인면수심
  • 조선경 원장
  • 승인 2019.07.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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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치과 조선경 원장

사람의 얼굴을 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사람의 도리를 지키지 못하고 배은망덕하거나 행동이 흉악하고 음탕한 사람을 일컬어 인면수심이라 한다.

인면수심은 중국 후한의 역사가 반고(班固)가 지은 한서열전 ‘흉노전’에 나오는 말이다. 몽골고원·만리장성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한 유목기마민족과 그들이 형성한 국가들을 총칭해 흉노라 불렀고 이들은 주나라 때부터 계속 중국 북방을 침입해 북방 오랑캐라고도 불렸다. 반고는 ‘흉노전’에서 이들을 가리켜 “오랑캐들은 머리를 풀어 헤치고 옷깃을 왼쪽으로 여미며, 사람의 얼굴을 하되 마음은 짐승과 같다”며 인면수심이라 했다. 시절이 하수상해서인지 인면수심을 한 오랑캐 같은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것 같다.

요즘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경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잔인한 범행을 저질러서 신상공개로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 있다. 어릴 적에 북한공산당을 빨간색 늑대얼굴로 묘사된 포스터를 보며 자랐기에 나쁜 사람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흉측하게 생겼을 거라고 여겼는데 너무나 평범해서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을 한 범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범인 고씨는 강씨와 대학시절 캠퍼스 커플 이었고 결혼해 아들을 낳았지만 너무 폭력적이었던 까닭에 강씨와 합의이혼하게 됐으나 고씨에게 아들의 양육권이 돌아갔다. 강씨는 매달 아르바이트로 번돈 40만 원을 양육비로 송금했으나 고씨가 아들을 보여주지 않자 면접교섭권소송을 재개했고, 고씨의 재판불출석으로 승소해서 2년 만에 아들을 보게 됐다고 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고씨는 범행 3일전 마트에서 흉기, 청소도구와 세제를 구입했다.

고씨는 강씨가 아들과 만나던 날 무인펜션에서 범행을 처지르고, 이틀에 걸쳐 시신을 훼손한 후 토막 낸 시신을 분쇄기에 갈아 냄비에 삶고 청소와 뒤처리를 완벽하게 했다고 한다. 또한 종량제 쓰레기봉투 30장과 대형캐리어를 2개 구입한 후 시신을 담아 펜션을 빠져나온 뒤 쓰고 남은 세제와 청소용품은 마트에서 환불했다. 그리고 전남 완도로 가는 여객선에서 수십 개의 쓰레기봉투를 바다에 버리고 친정집으로 전기톱을 배달시켰다. 친정집에 도착한 고씨는 남은 시신을 훼손한 후 종량제 봉투에 넣어 쓰레기장에 유기하고 다음날 태연하게 현 남편과 노래방에 갔다고 한다.

아무리 사람이 미워도 한때 아들을 낳고 같이 살았던 사람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답이 안 나온다. 

얼마 전에는 직업학교에서 만난 친구를 몇 개월 동안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10대 4명이 경찰에 자수했다. 이들은 피해자 B군을 반강제로 붙잡아 심부름을 시키며 약 2개월 동안 우산, 목발, 청소봉까지 동원해서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B군의 온몸이 붓고 멍이 들었지만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범행이 드러날까 봐 치료도 못 받게 하며 피해자의 처지를 랩으로 노래를 지어 조롱했다.

또한 세면대에 물을 받아 물고문을 했고 피해자가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을 갈취했다. 사건당일 2시간여 동안 돌아가며 주먹과 발길질로 B군의 얼굴·가슴·배를 폭행했고 폭행에 의한 다발성 손상으로 B군이 숨지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반성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미성년자들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다는 게 몸서리치게 무섭다.

얼마 전 직장 선배의 약혼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A씨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피의자 A씨는 오전 6시쯤 선배의 약혼녀 B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가 선배에게 급한 일이 생겼다며 다급하게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A씨는 기습적으로 B씨의 목을 조르며 집 안으로 들어갔고 기절했던 B씨는 깨어나 아파트 6층에서 뛰어내렸다. A씨는 1층 화단에 떨어진 B씨를 다시 B씨의 집으로 끌고 가서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 피의자 A씨는 앞서 두 차례 성범죄로 모두 10년을 복역하고 지난해 출소했는데 이번 범행 당시 전자발찌를 찬 채 피해자의 아파트를 찾아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몇 달간 발생된 인면수심의 잔혹한 사건들이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까 하는 생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건의 잔인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 모두 죄책감이나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우리나라는 뿌리 깊게 장유유서가 자리 잡고 있어서 어른들의 말을 배우고 따르라고 가르쳤는데, 이제는 저출산시대에 접어들면서 아이들 위주로 살다보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경쟁사회에서 밀려난 낙오자는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는 풍조가 자리 잡으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저급한 논리가 판을 치고,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개인주의가 만연하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잘못을 가르치려고 하면 ‘너나 잘하세요’하며 쌍심지를 켜고 내 아이만 감싸고 돈 우리들의 잘못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는 건 아닌가 하는 깊은 후회가 밀려온다. 예전에 막가파로 살인을 밥 먹듯이 저질렀던 사람도 불우한 어린 시절로 인한 상처를 사랑으로 씻고 잘못을 뉘우치며 선한 마음으로 최후를 맞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후대를 위해서 우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 돕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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