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의료폐기물 민원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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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의료폐기물 민원 ‘도돌이표’
  • 박하영 기자
  • 승인 2019.05.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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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수거비용 인상 협박 해결책 찾기 고심 … 처리단가 기준 폐지

인천에 위치한 A치과는 2주에 한 번 의료폐기물 수거업체가 방문한다. 

얼마 전 업체가 갑자기 수거비용 인상을 요구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인상가에 재계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1만5000원(1박스씩 한 달에 2번 수거)이었던 비용을 올해 3만5000원으로 급격히 인상한 것. 수거업체를 옮기려고도 했지만 도리어 수거를 하지 않겠다는 협박만 받았다. 

의료폐기물 보관기관 초과 시 폐기물관리법에 저촉돼 무작정 치과에 보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부에 민원을 넣고, 지부는 중앙회에 꾸준히 건의하지만 몇 년째 가격인상, 협박, 재계약, 민원접수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대한치과의사협회 제68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서울, 경기, 인천 세 지부는 의료폐기물 수거 비용 인상에 따른 대책 촉구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건의에도 치협에서는 ‘노력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오는 답답한 상황.

서울지부 관계자는 “민원 대부분은 급격한 가격인상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인상으로 다른 업체에 연락해도 ‘새로운 사업자일 때만 가능하다’며 계약을 거부한다”면서 “수거업체에 비해 소각할 수 있는 곳은 몇 개 없어 같은 소각장을 이용하는 운반업체끼리 카르텔이 형성됐다. 손님을 뺏어가면 매장당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발표된 2017년도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현황에 따르면 전국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가 총 185개인 것에 비해 소각장은 단 14개로 13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대구 지역 또한 업체들이 가격인상 요구에 나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구시치과의사회 한 임원은 “업체에서 단가를 올려달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전 집행부에서 5년간 의료폐기물 수거 단가를 동결한다는 계약을 맺었다”며 “동결 계약서에 따라 지난 이사회에서 비용을 올리지 않는 걸로 결정했지만 업체 측에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개원가의 가장 큰 의문은 의료폐기물 처리 단가 기준의 부재다. 처리 비용의 기준이 없어 업체마다 비용이 마구잡이로 책정되는 상황. 같은 지역이지만 업체마다 1만 원가량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1998년 정부가 의료폐기물 처리단가 고시를 폐지한 이후 두드러졌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담당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지적사항에 따라 2014년도에 모든 폐기물의 처리 단가를 폐지했다. 시장가격형성 원칙에 따라 상·하한제를 법적으로 일괄 삭제했다”고 전했다. 민간업체의 과잉 제재는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어 “한 의료기관이 업체들의 가격 담합과 관련해 공정위에 한 차례 제소했지만 패소했다. 의료폐기물 소각업체가 부족해 처리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담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환경부는 시장 주도 정화를 위해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부당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소각업체 증설을 위해 현재 지방환경청을 필두로 지자체와 협의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병원마다 멸균시설 확충으로 의료폐기물을 줄일 수 있지만 부지 확보 등 문제가 많아 힘든 걸로 알고 있다”며 실천 가능한 지침으로 의료폐기물 분류기준을 명확히 숙지해 일반폐기물과의 혼합을 사전에 방지할 것을 당부했다. 

사실상 개원가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정부에서는 없다는 의미다. 결국은 우리 스스로가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지침을 지키고 불필요한 의료폐기물 배출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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