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관치료, 어디로 가는가①] 개원가 딜레마 보존치료 Vs. 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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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관치료, 어디로 가는가①] 개원가 딜레마 보존치료 Vs. 발치
  • 박하영 기자
  • 승인 2019.04.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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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비 및 진료시간 투자 대비 보상 적어…고난도 술기 저평가… 2주 치료 보상 5만 원 남짓

강남에 위치한 A치과. 금요일 오후 2시와 3시 각각 신경치료 1단계, 3단계 환자가 예약돼 있다. 이 치과의 경우 신경치료 1~3단계 중 2단계를 제외하고는 1시간 간격으로 환자를 본다. 하지만 이날 치과 내부 소통 오류로 환자의 치료 시간이 뒤엉켰다. 오후 2시 신경치료를 시작하기로 한 환자가 3시에 오게 된 상황. 설상가상으로 시계 바늘이 3시에 가까워졌지만 두 명의 환자 모두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환자가 내원하기 전, 신경치료 담당의(이하 B원장)에게 치료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신경치료 마지막 충전 단계를 앞둔 25세 여자 환자는 어금니 신경치료로 내원한 첫 날 근관 4개를 찾아 제거하고, X-ray 촬영을 했다. 총 청구액은 3만4100원. 일주일 후 근관 확대와 소독을 하는 2단계를 진행하고 1만2400원이 청구됐다. 아직 마지막 충전 단계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총괄실장은 대부분 1만 원대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보철을 씌우기 전, 근관치료만으로 치과에서 받는 금액은 대략 5만6000원(근관 4개). 4~7일 간격으로 1~3단계를 진행하면 최소 8일에서 최대 14일이 소요된다. 근관치료 단계별 체어타임은 최소 20분, 최대 1시간 이상으로 투자되는 시간과 의료진에게 요구되는 숙련도에 비해 보상은 터무니없다.

특히 이 환자의 경우 Ni-Ti 파일이 2~3개 풀려 대표원장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B원장은 “Ni-Ti 파일이 개당 1만 원 정도고, 재사용이 불가능해 비싼 편에 속한다”며 “단순히 재료비만 볼 순 없지만 치과의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 등을 따져봤을 때 단지 파일 몇 개만 사용해도 현재의 치료비로는 모든 걸 감당할 수가 없다. 이러한 경우 수가가 아예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보험청구를 담당하는 총괄실장은 “모든 행위마다 기본적으로 세척하지만 발수, 근관충전을 하는 날에는 세척 보험청구를 할 수 없다”며 “근관치료를 옆에서 지켜봤을 때 사용되는 재료와 기술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전했다.

치과의사의 입장에서 신경치료는 임상적으로도 쉽지 않다. 현미경으로 찾기 힘든 신경관을 육안으로 들여다보며 찾아내야 하기 때문. 혹자는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격이라고 비유한다. B원장은 “육안으로 확인하며 치료해야 하기에 숙련도를 요한다. 신경치료를 하는 치과의사들은 유독 시력이 빨리 저하된다”면서 “하지만 이보다 더 힘든 건 신경관을 찾지 못하거나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고, 기구가 잘 들어가지 않아 부러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개원의들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근관치료가 필요한 노년층 환자를 만나면 ‘권유 딜레마’에 빠지는 것. 65세 이상 임플란트 급여화가 시행되면서 근관치료의 총 비용보다 임플란트가 더 저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만 원 내외의 근관치료비용과 보철치료 4~50만 원으로 환자가 체감하는 근관치료비용은 대략 5~60만 원. 근관치료에서 코어치료를 비보험으로 할 경우 1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임플란트는 병원과 픽스처 등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65세 이상 환자의 경우, 뼈이식을 제외한 금액이 37만 원 정도로 환자는 임플란트 시술을 저렴한 치료로 인식한다.

경제적인 선택을 원하는 환자의 입장을 고려하면 조금 더 저렴한 치료를 권유하고 싶다가도 자연치를 보존해야 하는 의료진의 입장이 충돌한다. 

또 다른 개원의는 “치료체계가 부족하다보니 발치가 미덕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학교에서는 보존을 가르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발치하는 게 진료비가 저렴하니까 환자한테 무엇을 권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라며 “직원 구하기도 어려운데 신경치료를 하려면 현미경이니 뭐니 갖춰야 할 장비도 많다. 사실 학문적으로는 신경치료를 할 때 현미경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1천만 원 이상 고가의 장비를 세팅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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