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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만성 직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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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만성 직업병’
  • 박하영 기자
  • 승인 2019.03.08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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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저하 및 허리·목·어깨·손목 통증은 다반사…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높아

치과 진료진들은 진료를 위해 하루에 보통 8시간동안 환자의 좁은 구강을 구석구석 살핀다. 조심스러운 시술이 이뤄지는 업무 특성 상 고도의 긴장과 주의력이 요구된다. 

특히 서 있는 자세로 허리와 목을 굽히며 반복동작을 수행하는 치과위생사는 목 부위 근골격계 질환이 유독 자주 발생한다. 지난 2017년 대한구강보건학회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의하면 평균 연령 28.6세인 임상치과위생사 10명 중 4명이 목 부위 근골격계질환 증상 유병률을 보였다. 

그러나 치과위생사는 치료 후가 더 걱정이다. 진료비가 비싸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진상 환자’를 대할 때면 대기실에 앉아 있는 다른 환자들과 동료, 원장의 눈치가 보인다. 환자와의 실랑이는 매일같이 발생하지만 치과위생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치과위생사는 “유니트체어의 라이트로 시력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고, 하루 내내 서서 근무하기 때문에 하지정맥류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목 디스크에 걸리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면서 “요즘 목 디스크로 쉬는 날이면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닌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러나 근무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비용문제로 환자와 실랑이할 때다. 오늘도 치료비 할인을 요구하는 환자가 있어 골치를 앓았다”며 “업무도 바쁘고 언성을 높이면 다른 환자의 눈치가 보여 모른척 할인해주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2015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감정노동이 많은 직업 상위 20개 중 치과위생사는 1위 텔레마케터와 0.8점 차이로 14위에 올랐다. 또한 치과위생사의 감정노동 실태에 관한 많은 연구들에서 감정노동의 위험 정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것은 물론, 이직과도 상관관계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으로 치과위생사도 포괄하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2항은 고객의 폭언 등으로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현저할 경우 업무를 일시 중단 또는 전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소되지 않은 개원가의 인력난과 이로인한 과업무로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한 노무 전문가는 “산업안전보건법이 법적 구속력은 있지만 감정근로자의 근무환경이 더욱 열악해 법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치과위생사협회는 2017년 개최된 제39회 종합학술대회에서 감정노동 근절 포스터를 배부하고, 같은 해에 서울회는 감정노동 대처법에 관련한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치과위생사의 기본적인 근로환경이 적절히 개선되지 못한다면, 치과위생사 개인의 일상적인 불편감이 아닌 진료의 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더 이상 개인차원의 임시방편이 아닌 조직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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