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호 원장의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 강의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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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원장의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 강의의 경제학
  • 정민호 원장
  • 승인 2019.02.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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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스치과교정과 정민호 원장

모교에서 2005년부터 외래교수를 하고 있어서 학교를 자주 나간다.

학부생들보다는 전공의들을 교육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데, 자주 학교를 나가는 나에게 간혹 ‘학교에서 돈을 얼마나 받느냐’는 질문을 하는 친구를 만날 때가 있다.

‘돈은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하면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러면 왜 시간을 많이 들이냐고 묻는다. 대가 없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일반 사회의 잣대로 볼 때 어색한 일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한치과교정학회의 공식적인 학술행사나 지부의 학술행사 혹은 타 대학의 전공의들에게 강의를 할 때는 강의료가 많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고, 보통 외국에서 강의할 때도 강의료는 매우 적다. 학회나 학교는 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으니까.

이에 반해 국내든 해외든 기업이 주관하는 학술행사는 강의료를 비교적 많이 주고, 본인이 청중을 직접 모아서 임상 강의를 진행하면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청중이 교정을 전공한 분들로 대부분 구성된 모임에서 강의를 하면 강의료가 많지 않고, 비전공자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일수록 강의료가 많은 경향이 있다.

전자는 이미 지식이 일정 수준 갖춰진 분들이 조금 더 잘하기 위해 듣는 강의여서, 듣지 않는다고 특정 진료를 아예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 반면, 후자는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 실제 수입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후자의 경우 강의를 들으신 분이 환자를 의뢰해주기도 한다는 장점이 있다.

교정 전공자들에게 강의를 할 때에는 이미 청중이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간단한 내용들은 대부분 생략하고 최근의 연구결과나 세밀한 부분들을 설명해야 해서 준비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에 비해 청중들 대부분이 비전공자라면 실전에서 사용하기 좋은 간단한 지식들을 전달하는 것이 전문적이고 어려운 내용을 전달하는 것보다 청중들이 원하는 방향일 것이다. 기본적인 지식들은 시간이 지난다고 쉽게 변화하는 것이 아니어서, 강의 준비도 좀 더 쉬울 때가 많다.
그래서 강의의 연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선택의 순간에 자주 직면하게 된다.

강의료도 적고 더 많은 준비와 공부가 필요한 전공자들 대상의 강의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강의료도 많고 환자 의뢰도 더 받을 수 있는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데 집중할 것인가.

어느 분야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당연하다.

미국의 경우 전공의 교육의 상당 부분을 외래교수들이 시행하고 있고, 60세가 넘어서도 자신이 치료한 증례들을 정리해 학회에서 동료들에게 발표하는 사람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전공분야의 발전은 해당 전공자들이 미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교수님들이 전공의들에게 진료보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을 가르치고, 전문의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에는 무관심하면서, 돈이 되는 강의나 활동에 몰두한다고 상상해보자. 그 분야의 미래는 매우 암울하지 않을까?

우리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더 장려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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