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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상태 의료인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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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상태 의료인 “나 떨고 있니…”
  • 박하영 기자
  • 승인 2019.01.10 10: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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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폭행’ 방지 시스템 부족 … 개원가 불안

의료인 폭행사태가 심각해지며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기관 내 안전요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진 강북삼성병원 사태를 보며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1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의 진료환경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동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발표한 ‘2017 경찰청 경찰범죄통계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의료기관 내 폭행 건수가 같은 해 PC방, 학교, 지하철 폭행 건수보다 2~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에 비해 약 1.2배 증가한 수치다. 

같은 해 의료기관 기물 파손 및 의료인 폭행과 협박 등으로 신고, 고소된 사건은 총 893건이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기관 폭행 및 난동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인 폭행사태가 지속해서 반복되자 국회는 지난해 응급실 의료종사자에 폭행을 가할 경우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응급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여전히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무방비 상태의 ‘치과’ 진료실
치과 진료실은 환자와 의료인이 마주하는 가장 가까운 공간이지만 폭언 및 폭행에 무방비한 것이 개원가의 실정이다. 

2011년 경기도 오산 사건, 2016년 광주 흉기 난동 사건, 지난해 2월 청주에서 벌어진 사건 등 치료 결과에 앙심을 품고 진료실로 돌진하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반면 의료인의 방어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2016년 대한여자치과의사회 정책연구위원회가 발표한 ‘의료기관 내 폭행, 협박에 관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치과의사 10명 중 7명이 환자나 보호자의 폭행, 협박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위생사 역시 비슷한 수치로 환자에게서 언어폭력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치과의사를 제외하고서도 대부분 여성으로 구성된 직업 특성상 치과는 더욱 심각하다. 

한 여자 치과의사는 “환자들이 여성 의료진을 더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면서 “대형병원에서도 심각한 사건이 벌어져 환자를 대하는 진료 환경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성뿐 아니라 남자 의료진들도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개방된 치과 진료실을 리모델링해 직원과 원장을 위한 개인 공간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개원의도 있을 정도.

모 개원의는 “환자를 앞에 두고 폭행을 할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방비한 상태로 진료할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인 폭행에 대한 사후 처벌은 더욱 강력하게 하되, 사전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뒷북치는 ‘탁상공론’ 움직임
이번 피살 사건으로 국회는 의료인 보호 방안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상현(자유한국당) 의원 외 10인은 ‘진료실 내에서의 범죄행위로부터 의료인과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진료실 내에 비상벨, 비상문, 대피 공간 등을 설치하고, 진료실 가까운 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도록 해 의료인들이 안전하고 더 나은 의료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하자’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의료인들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한 개원의는 “의료인 폭행방지법은 오래전부터 주장됐지만 응급실뿐 아니라 일반 진료실까지 확대, 적용하자는 의견이 묵살됐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개정안이 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개원가 특성상 비상문, 대피 공간 등을 설치하는 게 쉽지 않다. 인건비 상승으로 직원도 더 뽑지 못하는데 안전요원 배치 등 1차 의료기관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대안”이라며 “진료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주장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도대체 누구의 주머니에서 재원이 나올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가해자 처벌 주저않는 선진국
국회에서는 다수 발의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대부분은 처벌수위 강화, 반의사불벌죄 폐지, 주취자에 대한 심신미약 감경 적용 배제 등의 내용이 포함돼 환자단체의 반발로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뿐만 아니라 시행 후에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개정 전 응급의료법에도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2017년 고소된 사건 893건 중 처벌을 받은 사람은 93명이었다. 징역형을 받은 가해자는 단 2명에 그쳤고, 벌금형도 25명에 불과했다.

선진국의 경우 폭언, 폭행 등 의료인을 위협하는 행위를 중대 범죄로 분류하고 가중 처벌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영국은 당장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난동을 피울경우 사실상 진료 거부도 가능하다. 의사가 세 차례 경고한 후에도 환자가 폭언이나 폭행을 멈추지 않으면 무장 경비원이나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호주는 의료행위 중 소란을 피우면 경찰서나 복지센터에 구금할 수 있다. 

미국은 의료인에 대한 폭력으로 최대 7년 징역을 받도록 하고, 특정범죄로 인식해 가중 처벌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지난해 대한의사협회지에 실린 ‘의료현장에서의 폭력 예방을 위한 제언’에 따르면 미국의사협회는 2016년 연례 대의원총회에서 행정부를 비롯한 의회, 의료기관 등에 적극적인 조치를 요청할 때 ‘의료인에 대한 폭력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심층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의회가 추가 예산을 배정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응급실뿐 아니라 일반진료 현장에서도 의료인의 안전 조치에 대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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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2019-01-11 16:37:37
병의원내 CCTV는 설치하기 싫고, 지네들 안전 조치 프로그램은 마련해 달라고 하고..이게 무슨 이기적인 행태냐? 환자를 위해서라도 병의원내 CCTV를 설치하란 말이다! 병원 관계자 인간들이 마음대로 CCTV 내용 편집하지 못하게 원격으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에서 감시감독하게 하고 말이다!

박정숙 2019-01-11 14:49:00
그러니까 진료실과 수술실을 포함한 병의원 구석구석에 CCTV를 달라는 거야!
의료인은 보호하라고 하면서 왜 환자의 안전은 생각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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