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8 (금)
[문익훈 원장의 치호공감, 함께해요] 서양 미술사로 본 피에타 1-멤논의 피에타
상태바
[문익훈 원장의 치호공감, 함께해요] 서양 미술사로 본 피에타 1-멤논의 피에타
  • 문익훈 원장
  • 승인 2018.12.28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우치과병원 문익훈 원장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며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모습의 조각상을 통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김기덕 감독 영화의 제목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피에타 조각상 중에서는 이탈리아의 성베드로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1498-1500) 조각상이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다.

피에타는 14세기경 독일에서 처음 나타났고 그 특유한 비장미와 주제로 인해 곧 많은 예술가들이 표현하는 주제로 널리 퍼져 나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있는 멤논의 이야기가 피에타에 대한 시초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멤논의 피에타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멤논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티오피아의 왕으로 새벽의 여신 에오스(Eos)와 티토노스(Tithonos)의 아들이며 절세의 미남이다. 헥토르(Hector)가 죽은 후 트로이 전쟁에 참가해 프리아모스를 도와 용감하게 싸우다가 아킬레우스(Achileus)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멤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서사시 ‘아이티오피스 Aithiopis’가 있으나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 한편 멤논 신화는 이집트에도 전래돼 테베 근처의 아멘호테프 3세 묘역에는 거대한 멤논 석상이 조성됐다.

에오스는 하늘에 있는 자기 자리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위험에 처한 아들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멤논이 쓰러지는 걸 보고서 몸을 구름으로 뒤덮고는 멤논의 형들인 바람의 신들에게 명하여 시신을 파플라고니아의 아이세포스 강가로 운반하게 했다. 아들의 시체를 빼내어 에티오피아로 데려가 눈물 속에서 장례를 치렀다. 아침마다 대지를 적시는 이슬은 에오스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해 흘리는 눈물이라고 한다. 에오스의 비통한 눈물은 제우스의 마음을 움직여 멤논에게 불멸의 영예를 부여했다.

에티오피아 인들은 요정들의 숲을 흐르는 강둑에다 멤논을 장사 지냈다. 제우스는 멤논을 화장할 때 장작에서 튀어 오르는 불똥과 재로 새들을 만들었는데, 이 새들은 두 패로 나뉘어 장작의 불길 위에서 싸우다 모두 불길 속에 떨어져 장례식의 제물이 됐다. 멤논의 이름을 따서 멤노니데스(멤논의 새-매의 일종이라고 한다)라고 불린 이 새들은 그 뒤 해마다 멤논의 제삿날이 되면 다시 나타나 멤논을 기념하며 애처로이 소리지르며 구슬프게 울었다고 한다.

고대 신화에 나오는 대개의 불가사의한 이야기들과는 달리 이 멤논 이야기는 실화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념비가 몇 개 있다. 이집트 나일 강변에는 거대한 상이 2개 있는데 이 중 하나가 멤논의 상이라고 전해지고 있으며, 이 기념비는 오늘날까지 남겨져 있다. 고대 작가들의 기록에 따르면 이른 아침 첫 햇살이 석상을 비추면 석상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수금 타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석상이 이러한 고대 작가들이 말하는 바로 그 상인지 아닌지는 분명하지가 않다. 또한 그 불사의 소문에는 의문의 여지가 많아 신빙성에 의심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에는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는 근래에 확인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큰 바위로 다듬어진 입상안의 공기가 틈새나 공기로 새어나오는 소리인데, 이런 이야기에다 살을 붙인 게 아닐까 싶다. 소리를 내는 멤논상은 시인들이 자주 끌어다 쓰는 시제가 돼왔다. 다윈도 ‘식물원’에서 ‘성스러운 아폴론이 멤논의 신전을 비추자 신묘한 가락이 줄줄이 꿰어져 나오며 아침 노래가 시작됐다. 여기에 화답해 아폴론의 빛이 그곳에 있던 수금을 건드려 수금이 소리를 내는데 줄이라는 줄이 다 함께 떨렸다. 신전 복도도 여기에 답해 부드러운 소리를 내니 신성한 찬가를 이루었다’라고 쓰고 있다.

이렇듯 세상에서 가장 성스럽기도 한 모정을 나타내는 ‘피에타’는 서양 미술사에서 큰 영감의 원천이 됐으며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미켈란젤로 이후에도 15세기경 Ercole de’ Roberti의 피에타, 조반니 벨리니(1470년경)의 피에타, 16세기경 Agnolo Brozino의 피에타, 19세 중반경 외젠 들라크루아의 피에타, 빈센트 반 고흐(1889년, 들라크루아의 피에타를 모사)의 피에타 등 많은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피에타를 표현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