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4:37 (목)
[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자율점검을 마치며
상태바
[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자율점검을 마치며
  • 김관모 원장
  • 승인 2018.12.13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관모치과 김관모 원장

10월 말까지 자율점검을 마치라는 문자를 받을 때까지 사실 나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직 시간이 보름 이상 남았기 때문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자율점검에 대한 사항이 대문에 커다랗게 써져 있어서 쉽게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항상 ‘그런데’라는 말이 나오면 일이 꼬여간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가족은 내가 ‘그런데’를 너무 자주 사용한다고 대화할 때 ‘그런데’라는 말을 쓰지말 것을 주장한다. 나도 인정을 하고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다. 자율점검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로그인 아이디가 생각이 안 난다. 이것저것 사용하다 보니 이것이 저것 같고 저것이 이것 같고, 물론 자주 접속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다. 겨우 아이디 찾고 보니 역시 비밀번호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 겨우겨우 비밀번호를 찾아 신청을 마무리했다.

약간의 난관은 있었지만 이것은 그럭저럭 할만했다. ‘역시 치과의사의 편의를 위해 잘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만족해했다. 의료보험심사평가원에 링크가 걸려있어 접속은 쉽게 됐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거야.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하라는 것이다. 당연히 은행에서 사용하는 인증서를 생각해서 입력을 하니 ‘등록되지 않은 인증서입니다’하면서 페이지가 넘어가지를 않는다. 다른 인증서를 입력해도 넘어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직접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자 생각해서 심평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인증서 등록이 돼있지 않아서 등록이 안 되는 것으로 나온다. ‘그래 그러면 심평원에서 인증서 등록하면 되겠구나’하고 등록하려고 하니 로그인이 안 된다. 로그인을 해야 등록을 하던가 할텐데 로그인 자체가 안되니 등록을 할 수가 없다. ‘20**년부터 자체 인증서를 발급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문구만 떠있었다.

그래서 심평원 집안 구석은 구경도 못하고 대문만 구경하다 쫓겨 나오다시피했다. ‘에이, 아까운 시간만 버렸네’ 사실 요즘 환자도 없고 할 일도 없는 백수에 가까운 치과의사지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차라리 실사를 받고 말자.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 그래서 컴퓨터를 잘 못하는 어르신을 위한 대행 서비스도 있구나’ 하면서 잊고 지냈다. 10월 말을 3일 정도 앞두고 다시 문자가 왔다. 신청만 하고 자율점검을 완료하지 않았다는 문자다. 겁나는 불이익을 함께 써서 보냈다.

이런 겁나는 불이익을 받는다면 안되지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시도를 해 보았다. 그래도 안되기는 매한가지. 마지막으로 공인인증서에서 ‘이것은 아니겠지’하고 사용하지 않은 것을 넣어 로그인하니 웬걸 떡하고 로그인이 된다. 쉽지 않은 내용을 다 체크하고 마지막으로 제출을 누르고 나니 내가 대견하고 큰일을 해냈구나 하는 자부심마저 생긴다. 

아무튼 컴퓨터가 생겨서 업무가 줄어 들었다고는 하는데 나는 오히려 업무가 늘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처음 개원했을 때가 1990년이니까 대략 25여 년 전의 개원환경과 현재가 비교된다. 그 당시 내가 당국에 신고할 것이 현재처럼 많았나 생각해보면 너무 차이가 난다. 개원 신고하고 개업했던 기억밖에 없다. 특별한 규제나 제약이 없었던 것 같다.

현재는 X-ray 기계 등록에서부터 우리가 사용하는 기구의 소독 및 유통기한을 서류로 확인을 해서 기록해 놓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폭력 교육, 고생한 자율점검에 의료인 신고라는 항목, 보수교육, 개인 정보 사용동의서 작성 등 진료와 상관없는 사무와 관련된 서류정리 항목이 무수히 증가됐다.

과연 치과의사의 인성이 나빠져서 규제를 해야 하나 아니면 증가하는 공무원이 노는 것이 보기 싫어 일을 만들어가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서류작성보다 이왕이면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를 하게 하는 규제나 만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규제를 없애면 더욱 좋겠지만 그러면 공무원도 줄여야 하니 일자리가 줄어서 안되겠고, 더 많은 공무원이 치과의사 덕으로 서로서로 잘살려면 더 많은 규제를 늘려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