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는 쉼터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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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는 쉼터가 아니에요”
  • 이주화 기자
  • 승인 2018.11.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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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훔치기에 문 앞 용변까지 진상환자 백태…강경 대응 어려워 치과선 속앓이

치열한 개원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행하는 고객중심경영을 환자들이 악용하는 경우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일부 개원가에서는 강경대응을 하기에는 애매한 ‘진상환자’들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치과 대기실에 비치된 커피나 과자를 챙겨가는 환자에 이어 진료가 없는 날임에도 TV를 보려고 오는 환자, 화장실만 이용하려고 오는 환자 등 ‘얌체환자’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 치과 실장은 “약속이 한 달이나 남았는데 3일에 한 번꼴로 쉬러 오는 환자가 있다. 매번 율무차 타서 한 시간씩 쉬다가 간다”면서 “심지어 율무차가 없으면 환자를 맞이할 준비가 안 됐다면서 화를 내기까지 하지만, 치과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까봐 이렇다할 대응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치과스탭 A씨는 “치과 대기실에 있는 소파에 신발까지 벗고 누워서 TV를 보는 환자도 있다”면서 “‘이 채널보다 다른 채널이 재미있으니 다른 채널로 바꾸게 리모컨을 달라’는 요구까지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환자들이 없으면 그나마 괜찮지만, 다른 대기환자가 있을 때도 누워있어서 다른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치과를 카페처럼 여기고, 진료를 마친 후에도 한참 쉬다 가거나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가는 등의 사례도 있다. 

한 치과 스탭은 “치과 인테리어를 북카페처럼 했더니 두 시간 동안 애들은 책 읽고 가고, 엄마들은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실컷 이야기하다가 간다. 가고 나면 책은 너저분하게 있고 커피와 과자 부스러기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면서 “심지어 커피가 맛있다며 예약도 아닌데 와서 텀블러에 가득 담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치과 문 앞에 용변을 보고 가는 환자가 있다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치과스탭이 주 이용자인 한 인터넷 카페에는 “아침에 출근했는데 치과 앞에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대변을 보고 갔어요. 근데 이게 처음이 아니라 이제는 무섭기까지 하더라고요”라는 글이 게시돼 화제가 됐다. 
작성자는 글의 말미에 “치과 일도 힘든데 이런 일까지 겪으니 더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리 치과에서도 대·소변은 다반사고 구토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CCTV를 설치한 후 줄어들기는 했지만, 주말 지나고 출근하면 아직도 가끔씩 그런 경우를 겪는다”, “치과에 출근하고 진료를 준비하는 사이에 대변, 그것도 설사를 하고 도망가는 환자도 있었다. 청소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는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커피를 마시거나 궂은 날씨 탓으로 들어오는 환자가 나중에라도 진료를 받으러 내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온정을 베풀자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은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모 치과 실장은 “커피만 마시러 오는 환자들의 경우에, 본인도 민망한지 말을 너무 많이 걸어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직원들이 불편을 겪지만 환자에게 ‘치과에 커피만 마시러 오시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에 속으로만 빨리 가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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