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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 교수의 기묘한 이야기] 치주란 무엇인가단국대학교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박정철 교수

올해 추석을 전후해서 인터넷에서 수도 없이 공유된 칼럼이 있다. 바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라는 글이다. 혹시 그분의 멋진 컬럼을 읽어보지 못했다면 이 분의 글 마지막 몇 문장을 통해 맥락을 파악하고 필히 원본을 찾아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친척이 명절을 핑계로 집요하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캐물어 온다면, 그들이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에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참으로 기가 막힌 대처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나 데카르트적 성찰에서 이미 시도됐던 형태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와 데카르트의 고민들은 몹시도 거창하고 철학적이며 존재론적인 주제를 갖기 마련인데 김영민 교수는 우리에게 과감히 시시콜콜한 가족간의 이야기에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고한 것이다. 그 얼마나 엉뚱한 시도인가.

얼마 전 TV 방송에서 치주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서 이틀 정도를 치주염과 임플란트 주위염에 관해 집중적으로 설명한 좋은 경험을 했다. 하지만 필자는 10년 넘게 치주를 공부하고 이에 대해 강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자들만 읽는 최신 저널과 통계적 유의성을 가진 수치 이야기만 알고 있는 모양이다. ‘치주란 무엇인가’라는 전문적 질문에는 면역학과 골대사, 그리고 세균학과 역학의 개념을 들어가며 자세히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치주염이 뭐에요’라는 일반인의 질문에는 ‘글쎄요’라는 답이 나오고야 말았다. 일반인, 즉 환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순화된 수준으로 도통 치주를 설명할 수가 없던 것이다. ‘치태 1g에 얼마만큼의 세균이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답을 할 수가 없어서 급히 인터넷 검색을 해야만 했다. 또 ‘왜 치주염은 불편해져서 내원하면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가요’에 대해서도 ‘걔가 원래 그래요’라고 밖에 답할 수 없었다. ‘소리 없는 치아 도둑이라는 말의 기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냥 평소 친한 선배 형님이 쓰던 말이라 답할 수 밖에 없었고, ‘치과에 오기를 무서워하는 환자들에게 잘 올 수 있도록 한 마디 해달라’는 부탁에는 그냥 멍하니 얼굴만 바라보았다. 나는 과연 치주를 알고 있는 것이 맞았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지식의 저주 (curse of knowledge)’라고 일컫는다. 1990년 심리학자 Elizabeth Newton은 피험자에게 익숙한 노래 하나를 선택해서 책상을 두드리며 노래를 속으로 부르도록 했다. 그리고 상대 피험자는 그 리듬을 듣고 노래를 맞춰야 했다. 속으로 노래를 부르며 리듬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노래를 바로 알아챌 것으로 생각했지만 흥미롭게도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 노래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리듬만 듣는 이들에게는 도통 어떤 음악으로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대표적인 지식의 저주이다. 상대방도 내가 아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 이것은 저주만큼이나 무서운 것이고 전문가들이 가장 쉽게 빠지는 오류이다. 

이번 촬영 건을 통해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다. 필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는 지식이었다. 그들의 수준에 맞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 했기 때문이다. 결국 필자가 치주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은 지식의 저주에 빠져 있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무언가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위대한 설명가(Great explainer)라는 별명을 가졌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복잡한 개념을 너무나도 쉽게 잘 설명을 하는 재주가 있었고, 그 때문에 동료 물리학자들도 파인먼의 수업을 들으러 와서 개념을 이해하곤 했다고 한다. 파인먼만큼의 능력은 없을지라도 최소한 환자들 앞에서 어려운 용어와 개념으로 환자를 당황시키고 있지는 않았는지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설명을 잘 해 이해를 시켜드리면 더욱 좋을 것이고. 다시 내 모습을 돌이켜 보며 한번 더 물어본다. 치주란 무엇인가. 설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도대체 추석은 무엇인가!

덴탈아리랑  arirang@dentalarir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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