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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병원장의 지나가는 이야기] 헌법소원과 명칭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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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병원장의 지나가는 이야기] 헌법소원과 명칭 개정
  • 김기덕 병원장
  • 승인 2018.10.26 10: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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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치과대학병원 김기덕 병원장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 2006년 3월, 연세대학교치과대학병원에서는 환자 중심의 통합적인 Comprehensive Dental Care System을 구축하자는 취지 아래 통합치의학과를 처음으로 만들고, 필자가 그 책임을 맡아 근무를 시작하게 됐다.

신설과의 책임을 맡아 동분서주하는 동안 어려운 일도 많았고,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많은 교수들의 격려와 지지 속에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항상 격려해주시고 도움을 주신 교수님 중 기억에 남는 한 분이 보존과의 L 교수님이다.

신설과가 생김으로써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된 것 중에 하나가 환자 진료영역의 문제와 학생 임상실습 교육의 문제였다.

일반적인 치과진료의 많은 영역이 겹치는 관계로 당연히 보존과가 가장 많이 겹치는 과 중에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보존과장이었던 L 교수님은 ‘과의 성격에 맞게 모든 진료를 다 열심히 해라, 그 과에서 하기 어려운 고난이도의 근관치료는 보존과로 의뢰하면 우리가 진료를 하겠다’고 하셨다.

학생 임상교육 부분에서는 원내생진료실의 학생 임상교육에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으셨는데, 통합치의학과에서 추구하는 바와 같이 환자중심의 진료 시스템으로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고 그러한 의미에서 과별 지도가 아닌 통합 Supervisior 시스템으로 임상지도를 해야 한다고 적극 지지해 주셨다.

그러한 훌륭한 교수님들의 가르침과 격려에 힘입어 오늘날 연세대학교치과대학병원 안에서 통합치의학과가 나름의 영역과 존재 가치를 발휘하며 타 임상과와 발맞추어 함께 진료하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

막상 13여 년을 운영하여보니 많은 우려와는 달리 통합치의학과로 인해 보존과를 비롯한 다른 임상과의 환자 수와 수입이 줄었다거나 그 존재 가치가 훼손됐다거나 하는 점은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은퇴했지만 작금의 상황을 볼 때 L 교수님이 얼마나 훌륭하고 리더십이 있는 진정한 교육자인지 다시 한 번 크게 느끼게 된다.

근자에 대한치과보존학회가 일정 시간 연수교육을 받은 미수련자들에게 신설전문과인 통합치의학과의 전문의 응시자격을 주는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정식 수련기관에서 전공의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했다. 

유사한 이유로 실제 통합치의학과 수련을 이수한 기수련자들도 많은 불만을 토로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 말~2016년 초 보건복지부의 주도로 대학과 학회를 포함한 치과계의 각 분야의 많은 위원들이 참석한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 개선 시행 특별위원회의 대타협을 통해 만들어진 개선안이 치협 대의원총회를 통과하고, 2016년 5월 23일 보건복지부 치과전문의제 개선안이 입법예고 돼 마침내 시행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 개선안에 의거 교수들도 전문의를 취득하게 됐고, 해외 수련자 및 국내 기수련자들도 전문의를 취득하게 됐다. 치과계 모든 구성원의 대타협을 통해 이루어진 개선안을 충실히 지키자는 약속을 통해, 아쉽지만 다 참고 이해하자고 결의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기는 어디 미수련자들에게 응시자격을 준 것 뿐이겠는가? 과거 기수련자들의 수련경력 인정과 해외 수련자들, 교수들 모두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허점이 수두룩하다. 시비걸고 시시콜콜 따지다보면 다 헌법소원 감이다. 그러나 치과계의 대타협을 지키기 위해 아쉬움이 있고 뭔가 억울함이 있지만 다 참고 화합해 여기에 이른 것이 아닌가.

게다가 갑자기 통합치의학과 명칭을 바꾸어야 헌법소원을 취하하겠다는 시비는 또 무엇인가. 처음부터 명칭 변경을 원하는 헌법소원이었단 말인가.

이름은 그렇게 함부로 정하고 바꾸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통합치의학과라는 이름이 존재하기까지 13년 인고의 세월이 흘렀다.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진 이름이 아닌 것이다. 명칭은 그저 멋있으려고, 남들보다 돋보이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과의 가치와 이념을 추구하는 숭고한 개념인 것이다. 남이 맘에 안 든다고 바꿔라 말아라 할 것이 아닌 것이다.

누군가가 보존과가 무엇이냐 아니 그럼 다른 과는 보존을 안 한단 말이냐 더욱 전문성이 띄어지게 근관치료과로 바꾸어라 그러면 바꾸겠는가?

여러가지로 아쉽고 서운하고 마음의 상처도 있으시겠지만 치과계가 대타협을 이루어 오늘날에 이르게 됐음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늘 치과계의 큰 어른들을 배출한 과답게 치과계의 큰 어른 과로 다시 한 번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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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배 2018-10-30 20:03:40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보존과는 부디 치과계의 대타협을 따라주기 바랍니다.

치과의사전문의 2018-10-28 17:04:42
구구절절이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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