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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원장의 오만과 편견] 과잉 진료와 치과계 비판 Part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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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원장의 오만과 편견] 과잉 진료와 치과계 비판 PartⅡ
  • 김기영 원장
  • 승인 2018.10.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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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다스치과 김기영 원장

4. 과잉 진료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우리 나라는 심각한 수준인가? 
뉴스에 ‘연쇄 살인마’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고 가정하자. 분명히 살인은 심각한 범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에 대해 두려워할 것이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만큼 뉴스에서는 살인에 대한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가 ‘살인마들의 천국’이라면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담을 얘기하기도 하고 외국과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살인’을 ‘과잉 진료’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는 않지만 일부 환자들은 실제로 거의 비슷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과잉 진료와 관련한 기사들에 댓글들을 읽어보면 얼마나 험악한지 알 수 있다.

먼저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는 과잉 진료의 양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스위스와 일본에서 관련된 논문들이 있는데 참고할만 하지만 그것이 과잉 진료의 양을 조사한 것은 아니며 치과의사들의 의사 결정에 있어서 표준 진료지침을 벗어나는 것들에 대한 연구였다. 우리는 치아 우식에 대한 WHO 통계, 국가별 DMFT index로 우리나라의 진료의 양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26개국의 12세 DMFT, 15-19세 DMFR, 35-44세 DMFT index를 근거로 2014년에 King’s collage에서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조사 대상인 영국, 핀란드, 덴마크, 독일, 일본, 미국, 호주 등의 국가들이 모두 12세와 35-44세 DMFT index가 5배 이상 증가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2배 이하인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우리 나라가 40세 전후의 성인들에서 치아 우식이 남아있거나, 치료를 이미 했거나, 발치를 한 경우가 조사 대상 국가 중에 가장 낮고 12세에 비해 그 증가폭이 가장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연령별 특정 시점에서의 횡단면 연구이고 DMFT index의 한계로 인해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Cohort 효과가 이 연구 결과의 의미과 해석에 대해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으며, 국가별 치아 우식의 비교에 있어서 DMFT index를 대체할만한 수치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가치있는 연구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치과의사들은 우리 나라의 치아 우식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과 진료의 절대적 양이 많지 않다는 것, 따라서 자신과 비슷하게도 다른 치과의사들도 불필요한 진료를 많이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5. 실제 과잉진료보다 더 심각한 불신의 문제
치과의사는 모든 의료인들 중 국민으로부터 가장 믿지 못할 존재가 된지 오래다. 과연 치과에서 과잉 진료의 양이 많아서일까? 많은 치과의사들은 일부 과잉 진료를 일삼는 부도덕한 치과의사들 때문에 이러한 불신이 초래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반대다. 원인은 바로 당신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자신은 과잉 진료를 하지 않지만 많은 치과의사들이 과잉 진료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위에서 얘기한 요소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환자들 혹은 일반에게 타치과의사들에 대해 근거없는 비판, 비난을 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모든 의료인들 중 유독 치과의사들만 불신하게 되었을까?

치과의사들은 예전부터 치과의사들끼리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의협을 비롯한 의사단체들이 불합리한 의료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싸울 때 치과의사들은 우리끼리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변한 건 없다.

6. 과잉진료와 불신, 어떻게 극복할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부터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 일부 부도덕한 치과의사들의 과잉진료 행태를 고발하는 것도 좋다. 다만 그들을 특정하려면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특정할 수 없을 만큼 근거가 빈약하다면 그만큼 과잉 진료를 하는 치과의사들의 양도 부풀려진다.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타 치과의사들에게 도덕적 비난을 하는 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 치의학적 논란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학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과잉 진료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음을 알리는 것이 좋겠다. 살인 사건이 몇 건 일어났다고 해서 온통 살인의 천국인 것처럼 불안하게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국민들이 믿어주기만을 바라기 전에, 치과의사들간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 필요해보인다. 신뢰받고자 한다면 먼저 스스로 신뢰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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