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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요즘 젊은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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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요즘 젊은 사람들은
  • 박기호 교수
  • 승인 2018.09.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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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치과대학 교정학교실 박기호 교수

며칠 전 강의 시간에 늦게 들어온 학생이 들어오자마자 교수한테 “저기요. 저 왔는데요”하고 큰 소리로 얘기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로 가서 앉는 모습을 보고 황당했다는 이야기를 한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다. 보통 늦으면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아 강의를 듣고 강의가 끝나면 지각 체크를 하는데 요즘 학생들은 너무 기본적인 예의가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이면 성인인데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이 요즘 너무 많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자주 듣는다. 개원가에서도 너무 자기중심적으로만 행동하는 직원과 후배들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사회에서는 조직 규율과 어느 정도의 위계질서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에 자기만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와 불편함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버릇없어!”라는 얘기는 최근에 나온 이야기만은 아니다.

필자가 고등학생 때에는 교련이란 과목이 있어서 제식 훈련, 총검술 등 군대식 훈련을 배웠고, 우리의 삶에도 군대 문화가 알게 모르게 자리 잡혀 있어서 선후배 관계도 상당히 권위적이었던 것 같다. 필자가 다녔던 고등학교에서는 한 학년에 열 명 정도씩 선발해 밤늦게까지 따로 공부를 시켰는데  선생님들이 안 계실 때 몇 개월에 한 번씩 선배들이 후배들을 으슥한 테니스장으로 집합시켜서 군기 잡는다고 돌아가면서 몽둥이질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일이지만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면 나중에는 멀리서 선배가 보이면 저절로 차렷 자세를 하게 됐다. 하지만 필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로 막 바뀌었고, 우리의 삶에서 조금씩 군대 문화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선배들한테 많이 들었던 말은 “요즘 후배들은 너무 버릇이 없어”였다. 군대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생활할 때는 후배들이 알아서 눈치 보고 선배들이 불편하지 않게 행동을 하니까 좋았는데 이제 후배들이 선배들 눈치를 덜 보고 버릇없이 행동하니 불편하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도 기원전 425년경 “요즘 아이들은 폭군과도 같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대들고, 게걸스럽게 먹으며 스승을 괴롭힌다”는 말을 남겼고, 1311년에 알바루스 펠라기우스는 “요즘 대학생들 정말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심지어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시대에 쓰인 점토판 문자를 해독했더니 “제발 철 좀 들어라. 왜 그렇게 버릇이 없느냐? 너의 선생님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항상 인사를 드려라”는 내용이 나왔다고 한다. 동양에서도 젊은 사람들을 한탄하는 글들이 예전부터 있었으며 한비자에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져 있다. “今有不才之子, 父母怒之弗爲改; 鄕人之弗爲動; 師長敎之弗爲變”

이렇듯 수천 년 동안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들에 대해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회는 계속 변화하는데, 이전의 세대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세대 간의 의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신세대의 관념과 행동은 구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을 깨기 마련이고 구세대로서는 그 틀이 깨지면 의식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때 신세대에게 “왜 어른들의 말을 안 듣냐?”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일제강점기를 거쳐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던 나라가 불과 수십 년만에 한강의 기적을 통해 빠른 발전을 이룩해 현재에 이르게 됐다. 서구 국가들이 수백 년 동안 이뤄왔던 것을 불과 수십 년 사이에 이룰 정도로 사회 변화의 속도가 유례없이 빨랐고, 그로 인한 세대갈등이 다른 나라들보다 심각한 상태다. 전통적으로 유교의 잔재도 강하게 남아있으며 경제발전 과정에서 정치적으로는 독재 정권이 오랫동안 지속됐고 그 과정에서 생긴 권위주의도 그 원인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 철없어 보이고 부족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그들보다 인생경험이 더 풍부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봤으며, 이미 철들 시기를 보냈다. 젊은 사람들은 인생 초보이자 아직 성숙해가는 과정일 뿐이다. 아직은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10대 시절의 생각과 정서를 버리지 못하는 대학생들도 입시에만 매달린 나머지 중요한 인성, 인격, 사회성, 내적으로 성장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부족한 어른으로 자란 것이다.

요즘은 성인이 돼 대학생과 직장을 거치면서 인성과 사회성이 성장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예과 1학년 때는 집에서 부모에게 응석 부리듯이 교수나 선배한테 응석 부리던 학생들이 학교 생활과 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성숙해져 본과생이 돼 의젓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우리 기성세대들이 “요즘 젊은 사람들 문제야”라고 판단하고 한탄하기만 한다면 세대갈등은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면서 변화된 사회 분위기를 인정하고 젊은 세대들의 생각과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들이 아직 인생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경험을 통해 더 성숙한 어른이 되도록 도와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대학이든 개원가든 치과계의 선배들은 젊은 세대들과 많이 부대낄 수밖에 없다. 선배와 상사의 권위를 어느 정도 내려놓고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즐거운 치과계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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