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호 원장의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 장기적인 수요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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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원장의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 장기적인 수요를 생각하자
  • 정민호 원장
  • 승인 2018.08.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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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연히 영상의학과에서 전공의를 N-5, 마취통증의학과는 N-4를 뽑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상의학과나 마취통증의학과는 인기 있는 과 중 하나인데, 의외로 굉장히 적은 수의 전공의를 뽑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공의는 적은 월급으로 많은 일을 해줄 뿐 아니라 연구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인력이니, 인기 있는 과라면 많이 뽑아 이런 장점을 최대한 취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치과에서는 일부 수련병원에서 정원 외로 전공의를 선발하거나 수련병원 지정이 탈락되면 소위 ‘임의수련의’를 뽑기까지 한다. 그런데 왜 의과에서는 인기 과에서 이렇게 적은 인원의 전공의를 뽑는 것일까?

특정과에 진료 받을 환자의 숫자는 많은데, 전공의가 부족하다면 병원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생각해보자. 간호사나 다른 인력이 일부 전공의의 업무를 대신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전문의를 더 뽑게 될 것이다.

반대로 전공의를 넉넉하게 뽑으면, 전문의를 최소한으로 뽑으려고 할 것이다. 전공의를 넉넉하게 뽑아 전문의가 넉넉하게 배출되면, 해당 과 진료에 있어서 전문의 당 환자 수는 줄어들 것이고, 결과적으로 해당 과의 전문의 당 병원 매출도 줄어든다. 병원은 점점 더 해당 과 전문의를 적게 뽑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어떤 사회적 요인에 의해 특정 과의 진료수요가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 예상된다면 해당 과의 전문의 배출을 더 늘리는 것이 좋겠지만, 진료수요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환경이라면 전공의 수를 적절히 억제해 전문의를 더 고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해당 과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 변화일 것이다.

치과의사의 과잉배출은 지난 몇 년간 치과계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치과대학에 오고자 하는 학생들은 꾸준히 많으니 학교들은 치과의사의 과잉배출 상황을 알면서도 학교가 이익이 되는 방향(최대한 많이 뽑기)을 지향해 왔고, 그 결과 치과대학의 입학 커트라인은 많이 떨어졌다. 의대와 복수 합격된 학생들 상당수가 의대를 선택해 일부 학교는 이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에 대한 더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출산율의 지속적인 저하로 아이들의 숫자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1995년 71만5천명이었던 신생아수가 지난해 35만7천 명으로 절반가량 줄어 들었다.

급격하게 아이들이 줄어드는 환경을 고려하면 이런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과들(예를 들어 소아치과와 교정과)의 전공의 숫자는 이에 맞추어 크게 줄이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다.

지금 쉽게 전공의들을 뽑을 수 있다고 대응을 늦추면, 언젠가 많은 대형병원들에서 전문의 고용을 줄이고, 나아가서 해당 과가 폐쇄되는 환경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해당 학회들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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