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업무연락 ‘왕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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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 업무연락 ‘왕짜증’
  • 이주화 기자
  • 승인 2018.08.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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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및 퇴근에도 업무 전화·카톡 … ‘연결되지 않을 권리’ 없나

“원장님이 여름휴가 때 직원들은 돌아가면서 전화 받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정말 황당해요”

치과위생사들이 주로 모이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 화제가 된 글이다. 글에 따르면 치과위생사 A씨는 원장에게 여름휴가 중에도 직원들이 순서를 정해서 치과에 오는 연락을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A씨는 “원장님은 해외로 여행 가시면서 직원들은 전화를 받으라는 요구에 당황스럽다 못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퇴근 이후나 휴가 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은 치과스탭들은 상당하다. 

실제로 같은 인터넷카페에 “쉬는 날인데도 치과에서 연락이 자주 와서 쉬는 날이 쉬는 날 같지 않다”며 “스케줄 표 확인하고 차트에 메모까지 남겨놓고 오는데 치과에서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하나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이에 “휴가 가서 수영하다 말고 전화를 받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울화통이 터져요” 등의 댓글이 달리며 많은 치과스탭의 공감을 얻었다.

근로시간 외에 업무적인 연락을 받는 일은 사회 전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5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중 76%가 휴가 중 업무 관련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에 워라밸(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시되면서 해외에서는 퇴근 후나 휴가 때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프랑스에서는 노동법에 퇴근 후 연락을 금지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조항을 신설했다.

우리나라도 워라밸 바람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됨에 따라 ‘카톡 금지법’이 발의됐으나 아직까지 논의에 진척은 없는 상태다. 업무 시간 외라도 긴급한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업종별 여건 차이가 커서 일괄적으로 금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치과스탭들 또한 치과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카페의 댓글에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미숙한 저년차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연락 안 하고 혼자 하려다가 일이 커지는 것보다는 연락하는 편이 낫다”, “전화를 안 하고 일이 잘 처리돼있으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겠지만,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치과 실장은 “그만큼 중요한 위치임을 또다시 생각한다”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위안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근로시간 외의 업무 관련 연락을 강제적으로 금지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러나 휴식이 있는 삶의 보장을 위한 치과계에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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