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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원장의 오만과 편견] 스머프 마을의 치과의사와 과잉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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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원장의 오만과 편견] 스머프 마을의 치과의사와 과잉진료
  • 김기영 원장
  • 승인 2018.06.15 10: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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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마이다스치과) 원장

어렸을 적 즐겨보았던 ‘개구쟁이 스머프’. 주제곡을 흥얼거리며 등교했던 기억이 있다. 스머프 마을에는 치과의사 스머프가 있는데 파파 스머프의 사랑니가 문제를 일으켜서 사랑니를 빼주기도 했다.

스머프 마을에는 화폐가 없으므로 아마도 이 치과의사 스머프가 진료를 많이 한다고 해서 특별한 이익은 없을 것이다. 스머프 마을에서는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충실할 뿐이지 따로 원하는 것은 없다. 버섯 모양의 진료실 안에서 이 치과의사 스머프는 스머프들의 구강 건강을 위해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계획을 결정할까?

그 진단과 치료계획이 어떠하든 이 환경에서는 치과의사 스머프가 최소한 과잉 진료를 한다는 의심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환자가 된 스머프를 위해 순수하게 지식과 경험, 근거들을 종합하여 최선의 선택을 할 것임이 분명하다. 

물론 치과의사 스머프가 게으르다면 이득도 없는데 진료를 대충할 여지는 있겠지만 그건 ‘어리석은 인간들’의 생각이고 선한 스머프 마을에서는 치과의사 스머프가 동료 스머프들을 대충 진료하리라 의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다. 

물론 스머프 마을에서의 치과진료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다. 만약 스머프 마을과 같은 곳에서 치과의사가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할 것이며 그에 대한 어떤 이익도 없고 환자도 어떠한 치료를 받든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특정한 치과적 문제 상황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하게 될까?

그 결정은 치과의사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 내용은 최소한 순수하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의 치과의사들은 과연 순수하지 않을까? 얼마나 많은 치과의사들이 이익을 위해 치료계획을 변경하고 있을까? 사람들의 치과의사에 대한 도덕적 순수성에 대한 불신과 의심 앞에서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환자들과 상담을 하면서 많이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는 ‘당신의 어머니라면 어떻게 하겠는가?’이다. 스머프 마을과 비슷한 환경 설정인 것인데, 나의 어머니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이익을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치과의사가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더라도 치료계획은 다양할 것임을 알 필요가 있다. 각자의 어머니를 치료함에 있어서도 다른 계획이 나올 수 있는데, 그것은 치과의사마다 지식과 경험,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이 최선인가’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생각들이 서로 다른 것을 두고 어떤 생각은 양심적인 것이고 어떤 생각은 비양심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은 영리를 목적으로 불필요한 진료를 남발하는 일부 치과의사들에 대한 비판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스머프 마을에서의 진단과 치료계획을 현실의 그것과 비교해보면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현실의 치과의사들을 스머프 마을에 데려다 놓고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추천하는 치료계획과 현실로 돌아와서 추천하는 치료계획이 얼마나 다를까? 만약 스머프 마을에서의 계획과 현실에서의 계획이 같다면 최소한 도덕적 비난을 할 수 없다. 그 치과의사는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두고 비판할 여지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스머프 마을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치과의사들이 있는데 그들은 바로 엉뚱한 진단과 치료계획으로 스머프들의 구강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치과의사이다.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고 치료해야 할 것들을 방치하고 멀쩡한 치아들을 치료한다면 그 치과의사는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으므로 다른 역할을 맡겨야 한다. 편리 스머프의 조수가 되든지, 요리사 스머프의 주방 보조를 하든지 말이다. 

얼마 전 TV조선의 소비자 탐사대라는 프로그램에서 가면을 쓴 치과의사가 나와서는 실력 있는 치과의사라면 충분히 살리는 쪽으로 계획을 잡을 수 있는 치아를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하는 것이 낫다면서 한 술 더 떠 치아를 보존하려는 치과의사를 어차피 뺄 치아를 영리를 목적으로 살리려고 하는 비양심 치과의사인 것처럼 표현하는 천박하고 무식한 발언을 하여 많은 치과의사들에게 공분을 산 바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화폐가 있고 환자는 비용을 지불하며 치과의사는 치료를 해주고 이익을 얻는다.

이런 시스템에서 생기는 많은 오해와 불신의 문제가 있는데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런 오해와 불신이 없는 스머프 마을에서는 그 사회적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은 자가 TV에 나와서 양심을 논하는 것을 우리는 언제까지 팔짱 끼고 예능 보듯 할 것인지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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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8-06-16 23:24:48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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