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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치과 폐업 위기설 또 ‘모락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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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치과 폐업 위기설 또 ‘모락모락’
  • 구명희 기자
  • 승인 2018.05.23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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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치과, 의사 부족으로 환자 케어 불가능해 잠정 휴진 돌입

치과계가 대국민 신뢰 제고를 위한 노력에 힘을 쏟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1년 365일 활발하게 이벤트를 펼쳐 소위 '이벤트치과' 중 한 곳으로 불리는 서울의 모 치과가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 다뤄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간 진료에 불만을 품어온 환자들의 본격적인 환불요청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인력부족 정상진료 불가능

방송 전부터 이미 ○○치과의 문제점은 예견된 일이다. 이벤트를 통해 환자를 활발히 모집해 온 치과가 기존 의료인력으로 환자를 케어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투명교정상품을 내세워 무분별하게 진행한 마케팅으로 환자를 끌어들인 것이 화근으로 작용됐다.

피해를 입은 환자들에 의하면 “당일 완납을 강요하고, 현금을 내면 상품권을 준다고 유인하는 수법이었다”면서 “진료 예약도 원활하지 않았다. 겨우 진료실에 들어가면 입을 한 번 벌리는 게 끝이었다”고 말했다.

취재차 현장을 찾은 지난 18일, 당일에도 치과진료는 하고 있었으나 데스크 직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환자들에게 신청서를 받고 있는 모습뿐이었다. 반성문이라도 쓰는 듯 환불신청 사유를 기재하는 환자와 일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치과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무작정 기다리는 모습 두 부류였다. 이날만 환불을 신청한 환자는 200여 명. 

그러나 이들이 서명한 교정치료 계약서를 살펴보면 ‘정상가가 아닌 할인가로 진행된 진료비용은 계약의 중도해지 또는 환불이 불가함’이라고 명시돼있어 사실상 환불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용역업체 직원은 “‘치과가 망했다’,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는 소문이 무성해지면서 항의가 계속되자 직원들이 단체로 그만뒀다. 폐업을 하려면 왜 확장을 했겠는가. 치과에서도 방법을 찾고 있다”며 환자들을 안심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치과 퇴사 직원은 “그만둔 후 받아야 할 급여가 밀려 있는 직원이 있다”면서 “무분별하게 병원을 확장하려다가 지금의 사단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무분별한 케이스 적용 과부하

애초에 ○○치과의 교정치료 N 시스템이 불가능한 케이스의 환자까지 무분별하게 적용한 것도 문제다. 이로 인해 주로 사용하는 시스템 장치를 제대로 생산해내지 못했기 때문으로도 분석된다.

피해환자 A씨는 “4년 동안 한 번도 엑스레이를 찍으며 진행 상황을 확인한 적이 없다. 매월 담당 원장이 바뀌다보니 내 상태를 알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얼마 전부터 소문이 이상해 다른 치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치근이 일자가 아니고 입도 들어가지도 않았다는 결과를 들었다”면서 “N 시스템이 가능하지 않은 케이스에 치료가 진행됐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격분했다. 

몇 달 전에는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배송 지연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도 했다.

방송에서 나온 치과 관계자의 ‘주치의보다 3D프린터가 중요하다’는 언급도 실질적으로 수많은 환자에게 행해진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환자의 진술은 참담하다.

피해환자 B씨는 “교정 후 주변사람들이 이상해졌다고 해서 상담을 요청했더니 슈퍼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정확하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환자의 교정여부를 결정해야하는 것은 치과의사가 아닌 총괄이사였던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폐업 없다, 대안 찾겠다”

부대표인 최 모씨는 환자들에게 “죄송하다. 절대 폐업하지 않는다. 오해를 풀고 싶다”면서 “매일 환자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치과를 찾는 것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치과에서는 노력할 것”이라며 합의점을 찾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환자들은 “치과 보호를 위한 변명뿐이었고,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만 빠져나가려고 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압구정 ○○치과는 원활한 진료와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란 이유로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잠정 휴무에 돌입했다. 

하지만 진료인력이 충원되지 않자 23일부터는 응급진료만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허위과장광고 예의주시

대한치과교정학회(회장 국윤아, 이하 교정학회)는 “특정 장치를 내세워 할인 이벤트 등의 불법허위과장 광고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의료인으로서 명백한 비윤리적인 행위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면서 “허위과장광고를 하는 의료기관에서 교정학회 회원이 근무할 경우 시정 공문 등을 발송해 국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의 파장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치과계 자체의 올바른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용하는 또 다른 이벤트치과들이 벌써 성행하고 있다. 

이미 SNS에는 ○○치과 후속교정치료를 진행해주겠다는 치과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본원에 피해가 없는 선에서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직한 치료를 안내해주겠다며 또 다른 환자의 유인, 알선 행위를 자처하는 상황이다. 

잊힐만하면 반복되는 이벤트 치과의 불편한 진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을지 모른다.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치과의사에 대한 불신이 오래도록 아킬레스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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