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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파리학과 전공의 학사, 석사, 박사, 교수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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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파리학과 전공의 학사, 석사, 박사, 교수의 차이점
  • 김관모 원장
  • 승인 2018.05.0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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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김관모치과) 원장
김관모(김관모치과) 원장

책을 읽다가 유영만 교수님의 재미있는 글이 있어서 우리 모두 한번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요약인용해 보고 나의 생각을 적었습니다.

자기 전공분야에 매몰된 나머지 타 전공에 대한 이해는 물론 소통과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는 극단적인 폐해와 역기능을 파리 학과 메타포에 비춰 설명해본다. 여러분이 대학의 파리학과를 졸업한 파리학사라고 가정해보자. 파리학사는 ‘가리개론’ 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파리 앞다리론’, ‘파리 뒷다리론’, ‘파리 몸통론’ 등 파리 각론을 배우고 졸업하기 이전에 파리를 분해, 조립하고 파리가 있는 현장에 가서 인턴십 등 실습을 한 다음 파리학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이제 파리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 것 같다”라고 말한다. 파리에 대해서 전문지식이 부족한 파리학사는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한다.

파리석사는 파리 전체를 연구하면 절대로 졸업할 수 없기 때문에 파리의 특정 부위, 예를 들면 ‘파리 뒷다리’를 전공한다. 파리 뒷다리를 전공하는 파리학과 대학원생은 파리 뒷다리를 몸통에서 분리. 실험실에서 2년간 연구한 다음 「파리 뒷다리 관절 상대가 파리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파리 석사학위를 받는다. “이제 무엇을 모르는지 알 것 같다"고 깨달으면 주어지는 학위가 바로 파리 석사학위다. 파리 뒷다리 전공자에게 절대로 파리 앞다리를 물어봐서는 안 된다. 파리 뒷다리 전공자는 파리 앞다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전문적으로 문외한인 사람’ 또는 ‘그것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파리 뒷다리를 전공한 석사의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파리 뒷다리를 파리 몸통에서 떼어내서 독립적으로 연구한다는 점이다.

파리석사는 파리에 관한 보다 세분화된 전공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파리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한다. 파리학과 박사과정생은 파리 뒷다리를 통째로 전공해서는 절대로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없는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파리 뒷다리 발톱’을 전공한다. 

파리 발톱 학술대회에서 파리 발톱에 관한 다양한 논문을 발표하는 예비 박사과정 후보나 전문 학자들 간에도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파리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생은 이런 논문을 더욱 발전시켜 「다년생 파리 뒷다리 발톱의 성장 패턴이 파리 먹이 취득 방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파리 박사학위는 “나만 모르는지 알았더니 남들도 다 모르는군”이라는 깨달음이 오면 주어지는 학위다. 

이제 파리학과 교수는 보다 세분화된 전공을 선택해야 교수 사회로 입문할 수 있다. 교수가 전공하는 파리 부위는 ‘파리 뒷다리 발톱에 낀 때’ 다. 파리 발톱에 낀 때를 전공하는 교수들도 까만 때를 전공하는 교수, 누런 때를 전공하는 교수, 30년산 때나 21년산 때를 전공하는 교수, 18년산이나 15년산 또는 12년산 때를 전공하는 교수로 나뉘어서 전공분야가 선택된다. 동일한 파리 뒷다리의 때를 전공하지만 전공영역이 달라서 파리 뒷다리의 때를 전공하는 교수들끼리도 사용하는 전공 용어상의 차이로 인하여 커뮤니케이션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교수가 되면 “어차피 모르는 것, 끝까지 우겨야 되겠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파리는 파리 전체를 이해한 다음 각론으로 들어가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무를 보기 전에 숲을 먼저 보라는 말이 여기에도 통용된다. 전공의 세분화를 중시하던 시대에는 전문성의 깊이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다. 이러한 전공의 세분화는 급기야 더 이상 종합할 수 없는 상태로 분해됐고, 동일 전공 내에서도 커뮤니게이션이 단절되고 세부 전공영역 간 높은 벽이 생기게 되었다. 이제 대학의 교육과정은 전공 간 벽을 넘어 동일 전공은 물론 타 전공 간에도 융합 교과목이 생기는 추세로 급진전되고 있다. 미래 융합 대학의 교육과정이 바뀌고 그 안에서 가르쳐야 될 교육내용이 기능-횡 단적(cross-functional)으로 융합되고 있는 추세다. 

전문지식을 창조하면 창조할수록 그리고 그런 지식으로 해당 학문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해당 학문의 적용 대상인 현실 설명력과 이해력은 떨어지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 전공의 전공을 전공하다 보니 자신의 전공이 유래된 모학문(母學文)의 실체와 본질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사태와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파편화, 단절화된 지식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기존 지식이 쌓아놓은 높은 벽을 넘고 건널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멀리 떨어진 경계를 오고 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필요하다. 그 징검다리 역할은 상상력에서 나온다. 복잡한 현상을 나누고 분할시켜 분석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전공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 우리는 전공의 전공을 중요시하는 것이 또 그 분야가 전공을 전공한 자기만이 진료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에 맞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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