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8 (금)
[창간6주년 특별기획]고령화시대 ‘조기 발견’과 ‘예방’이 답!
상태바
[창간6주년 특별기획]고령화시대 ‘조기 발견’과 ‘예방’이 답!
  • 정동훈기자
  • 승인 2018.03.05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단과 검사’ 총 의료비 절감 중요 ‘키워드’
치과계 공감대 형성 및 콘텐츠 개발·공유가 먼저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총 인구의 14%가 넘는다. 

그만큼 의료계에서도 고령사회 체감온도가 높다. 무엇보다 고령자 진료비 증가추세도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34만 4238원으로 전체 평균(11만1487원)보다 3배 이상 더 많았다.

한국 노인 인구 비중 및 노인 의료비 현황(출처: 통계청, 고령자 통계)

의료 패러다임 변화

의료 기술 발전으로 인해 실제 수명은 길어졌어도 건강 수명 간 차이는 아직도 크다.

실제 수명과 건강 수명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기발견과 예방이 최선이다. 이미 최근의 의료 패러다임은 ‘치료’에서 ‘예방’으로 넘어가고 있다.

진단·검사 영역은 신체 수명과 건강 수명의 간극을 줄이고 사회적 의료비 절감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전체 의료비에서 진단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체 의료비의 5% 미만에 불과하지만 그 검사 결과는 전체 의료비의 70%를 좌우한다. 그만큼 진단·검사가 중요하다.

그러나 치과영역에서는 ‘치료’에 비해 ‘진단’과 ‘검사’ 영역이 낙후돼 있다.

그동안 치과의사가 치경, 탐침 등을 이용해 육안으로 치아우식증과 치주질환 등의 구강질병을 판단하던 시대에서 오늘날 유전자 하나로 모든 질병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시대로 진단분야에 기술의 발전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국가구강검진에 기본적인 파노라마 검사도 포함돼 있지 않을 정도로 사회 전반적으로 치과 영역에서 진단검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미흡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치과계 내부에서 ‘치료’에 비해 낙후돼 있던 ‘진단’과 ‘검사’ 영역을 활성화를 위한 공감대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

‘진단·검사’ 내부 공감대 형성

지난 2016년 치과계 최초로 ‘치과검사센터’가 서울대치과병원에 개소됐으며, 지난해 이대목동병원 치과가 악안면초음파센터를 개소했다.

또한 대한진단검사치의학회의 출범, 대한구강악안면초음파연구회, 치과기기미래진단기술연구회도 구성됐다.  

지난 2016년 3월 11일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의 치과검사센터 개소식 모습.
이화여대 목동병원 악안면초음파센터의 학술집담회 모습.

‘Drill and Fill’, 즉 기존의 치과치료가 뚫고, 메꾸는 치료의 개념이었다면, 현재 새로운 흐름은 미리 질병의 위험도를 여러 방법으로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치료 프로토콜로 만들어 진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대한구강악안면초음파연구회를 창립한 차인호(연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진단·검사 항목 개발은 의료비를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을 통해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인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에 있다”며 “진단·검사의 활성화는 궁극적으로 환자의 의료비를 줄이고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총 의료비를 절감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현재 치과계는 정확한 검사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치과 진단·검사 항목 개발 및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홍섭(서울대치과병원 치과검사센터) 센터장은 “검사는 단순한 측정이 아니다. 과학적 기법을 활용해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분석·판독함으로써 의료진에게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별 맞춤 진료 시대 향해 

치과의 진단·검사 항목의 개발은 개인별 맞춤진료 시대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홍섭 센터장은 “같은 질병이라고 해도 환자마다 증상과 치료 방법이 다르다. 그 이유를 밝혀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구강을 넘어 전신질환 등 위험인자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와 예방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만큼 진단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다양한 바이오마커 발굴을 통해서도 더욱 차별화된 치과 치료와 예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차인호 교수는 “치과계도 바이오마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바이오마커화될 수 있다. 치아우식이나 치주질환도 마찬가지다. 다만 임상적인 근거와 데이터로 증명돼야 진정한 바이오마커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특히 타액은 구강질환뿐만 아니라 전신질환도 체크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으로 앞으로 치과계가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한미래융합학회 박용덕 회장도 “타액분석영역을 분자진단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구강질환, 전신질환 및 특이질병과의 연계성 등을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들이 연구결과를 통해 계속 밝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지역 분자진단 매출(출처: Frost & Sullivan.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환자 개인에게 가장 적합하면서도, 효과적이고 위험이 덜한 검사 기기와 진단 도구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 센터장은 “사회적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검사는 환자가 대상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에게 건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검사일 것”이라며 “검사하는 질환이 치명적인 질환인데 소비자가 이를 쉽게, 자주 검사할 수 있고, 검사 방법이 비침습적이고, 해당 데이터를 저장해 분석할 수 있다면 더욱 유용할 것이다. 개인 맞춤형, 일상관리형 검사·진단기기의 사회적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그는 “현재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 4명 중 1명이 고령 환자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령환자의 내원율은 높아질 것이다. 대개의 고령 환자는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고, 많은 약을 먹는다. 조금만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여러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치과에서도 예측과 예방, 맞춤, 참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치과의료 산업 ‘산·학·관’ 동참

미래 치과 의료가 4P 의료 즉, ‘예측의료(Predictve Medicine), 예방의료(Prventive Midicine), 맞춤의료(Personalized Medicine), 참여의료(Participatory Medicine)’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치과 영역를 포함한 다양한 진단·검사기기를 개발하는 글로벌 회사들은 IT 기술의 융합을 통해 예측과 예방, 맞춤, 참여 의료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예상한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범위는 크게 언제 어디서나 질병을 진단하고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지능형 건강관리’와 치과 밖에서도 개인이 질병 예방과 건강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개인용 ‘헬스케어 기기 산업’, 휴대형 진단기기와 같이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신속하게 질병을 진단하는 ‘POCT 현장진단기기’ 등으로 나눈다.

국내 업체들이 미래 치과 의료 산업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산학 협력 및 정부 지원이 선행돼야 하고 기업 자체적으로도 R&D 투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미래 의료를 위한 한국의 의료·바이오 기술 수준은 선진국이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2016년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국가별 의료 기술 수준 평가 결과 미국의 의료·바이오 기술이 100%으로 놓고 봤을 때 한국의 의료·바이오 수준은 78%로 평가됐으며, 일본(89.5%)과 중국(69.5%) 기술력의 중간 수준으로 나타났다. 

출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 OECD 특허 등록 통계.

 그러나 상품화되기까지 임상시험, 제조시설 확보, 제품의 인증 및 마케팅 등 국가적인 지원과 업체의 R&D 투자는 미흡하다. 

OECD(2015)가 집계한 한국 정부의 의료 R&D 예산은 17.8억 달러로 총 R&D 예산의 8.4%에 해당한다. 미국의 R&D 예산은 한국의 약 20배에 달하고, 영국도 한국의 2배 수준에 달한다.

업체의 R&D 투자도 미흡하다. 한국은 16.4억 달러로 미국 의료 부문 기업의 R&D 투자금액이 약 708억 달러, 일본 167억 달러, 독일 70.7억 달러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출처: OECD Research and Development Statistics.

 선진국들은 정부 투자가 활발하지 못하면 기업 투자가 활발하거나, 기업 투자가 활발하지 못하면 정부 투자가 활발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정부와 기업 투자 모두 활발하지 못한 실정이다.

대한진단검사치의학회 윤홍철 부회장은 “치과 진단·검사 시스템의 산업 육성 및 기술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도 의료 관련 기업 육성과 R&D 투자를 확대해야 하며, 특히 산학 협력을 지원해 의료 산업 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허가와 판매, 필수적인 임상시험 과정에서 다소 비효율적인 부분에 대한 정책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과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및 관련 학회, 의료기기 업체들이 정보와 기술교류를 통해 일회성 과제 수행 및 결과 양산에 머무르지 않고 중장기 개발 방향 설정과 성과를 외부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치과계 ‘유비무환’ 자세 갖춰야

고 센터장은 “치과계가 사회에 무언가를 요구하려면 치과계 내부에서 이에 대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장을 많이 만들고, 공감대를 형성해 이를 외부로 이슈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최근 정부의 치매 정책에서 치과계가 소외됐다고 해서 ‘왜 치과계는 빠져있나’라고 말만 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치과계 내부에서 정책 추진 시 치과계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콘텐츠들을 확보해놓고, 내부 공감대 형성을 먼저 이뤄야 한다. 준비가 돼 있지 않으니 같이 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진단·검사 영역도 똑같다. 치과계 내부에서 먼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콘텐츠가 개발되지 않았거나, 의료기기가 준비돼 있지 않다면 미래 시대의 진단·검사 영역에서도 치과계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대한진단검사치의학회 류인철 회장
“이제는 나무 아닌 숲을 바라볼 때”
“그동안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 하나하나를 살리는 것만 치중해왔다면 이제는 성공적인 치과치료의 근거로 진단·검사의 중요성을 역설할 때다”

치의학의 발전은 행위와 관련된 술식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다 보니 치과는 의과에 비교해 검사항목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한진단검사치의학회 류인철 회장은 “그동안 치과의사가 진단·검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치과에 꼭 필요한 검사라면 이를 데이터로 축적했어야 하는데 치과는 진료행위만 있고, 진료 전·후 데이터는 미흡했다”면서 “해당 데이터가 확보된다고 하면 진료 후 환자에 어떤 변화가 있는 지 수치로 정량화해 확인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환자의 말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과 검사 항목의 개발과 진단 의료기기의 발전은 치과 임상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심평원에 많은 치과 진단검사 항목이 등재돼 있지 않다. 각 진료영역별로 어떠한 검사를 할 수 있고, 정말 필요한 항목인 지 타당도 연구를 통해 합법적인 진료행위로 등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임상과 연구, 개발, 정책이 모든 부분이 받쳐줘야 한다. 진단검사치의학회는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등 치과계 직역 뿐 아니라 의생명연구자나 산업계 종사자 등 치과 진단·검사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류 회장은 진단·검사가 활성화돼 데이터 확보가 이뤄지면 치의학의 발전과 국민의 신뢰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는 “검사가 유효하고, 유의한 데이터가 확보가 되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과계도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치과계가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데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단·검사의 결과를 가지고 진료의 투명성을 높여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한다. 물론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는 없다. 중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대한구강악안면초음파연구회 차인호 회장
“콘텐츠 공유로 공감대 형성”
대한구강악안면초음파연구회(회장 차인호)는 치과 영역에서 초음파 진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장비 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창립됐다.

차 회장은 “초음파는 TMD, 악안면 통증, 치주 진단, 종양, 타액선, 저작근육, 안면부 비대칭, 안면 미용술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라며 “치과에서는 주로 경조직을 주로 보았는데 초음파를 활용하면 연조직을 명확하게 실시간으로 검사할 수 있어 치과에 유용한 검사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음파를 이용해 치주조직 두께를 측정할 수 있으며, 악골 내 병변 내부 구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캐뉼러와 타액선 도관의 정확한 위치 파악도 가능하고, 타석증, 림프절관련, 구강암환자, 턱관절 통증주사, 세정술 시에도 사용될 수 있다.

그는 초음파의 장점으로 비침습적이고, 방사선 조사가 없으며, MRI의 높은 비용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을 꼽았다. 앞으로 구강용 transducer가 개발되고, 유니트체어에 핸드피스 탑재된다면 개원가에서도 활용도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음파 등 치과 진단·검사 분야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의 연구 콘텐츠가 공유 및 공감대 형성과 함께 의료기기회사의 참여도 필요하다.

차 회장은 “초음파에 관심 있는 이들이 이야기 하다보면 서로의 연구 결과를 논의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찾아낼 수 있다. 이것이 연구회를 창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함께 같은 길을 가다보면 새로운 진단툴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산학 협력을 통해 연구의 성과를 높임과 동시에 의료기기산업에도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차 회장은 앞으로 치과 임상에서 초음파 활용과 관련된 연구 보고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치과의사와 국민들이 치과에서 초음파를 활용한 진단 및 악안면부의 적용에 익숙해지는 환경을 만들 방침이다.

그는 “학술지 발간으로 다양한 논문을 발표하고, 연수 프로그램, 핸즈온 등을 마련해 의과의 초음파 활용에 버금가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