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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조 학생의 생각의 틀] 책과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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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조 학생의 생각의 틀] 책과 스펙
  • 유성조 학생
  • 승인 2018.02.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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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조(단국대학교치과대학 본과 2학년) 학생

“최근 읽었던 책 중에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의미 있었던 책의 내용과 그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우리는 이러한 질문들을 흔히 접해왔으며 이제는 그렇게 당황스럽지도 않은, 꽤나 친숙한 주제의 질문이다.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스펙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가끔씩 모든 일에 의미를 찾기도 한다. 

예를 들면 책을 한권 읽어도, 영화를 한편 봐도, 노래를 한곡 들어도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점을 요약해서 한 두 줄, 혹은 하나의 글의 멋들어진 문구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리고는 종종 주변인들과 생각을 나누며 이차적으로 발전적인 대화를 이어나간다.

필자도 이러한 생산적인 토론과 의견교환을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책을 읽을 때 종종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행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후 대화를 통해 혼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하고 발전적인 내용이 나오기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심지어 이를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펙이 중요하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서 우리는 몇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으며 앞으로의 우리를 만들 것은 정리된 몇 줄의 문장이 아니고 몇 편의 글이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생각을 했으며 분명 그것들은 우리를 구성하고 있다. 

잘 기억나지는 않을 지난밤에 가족과 나눈 대화, 술자리에서 동료와 나눴던 이야기 등의 스쳐간 대화나, 출퇴근길에 순간적으로 느꼈던 감정과 스쳐간 생각들 혹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깐 했던 여러 생각들 등 우리를 우리로서 만든 것은 이러한 다듬어지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혹자는 책을 한 권 읽으며, 영화를 한 편 보며 들었던 생각들을 몇 가지 문구로 정리를 하지 않으면 얻은 것이 없다며 자책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그런 정리를 하지 않은 사람을 제대로 작품을 보지 않았다며 비난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책을 읽어 나가는 것에는 약간은 회의적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도중에 들었던 생각들을 정리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행위가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자가 덴탈아리랑에 처음으로 기고한 글인 ‘언어’의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장애물이다’를 참고하면 언어는 생각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지나가는 생각을 붙잡고 정리를 하는 순간, 언어의 틀에 갇혀 또 다른 생각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위에 언급했듯이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생각이 우리를 구성한다. 

이미 우리를 스쳐지나간 생각조차 우리의 어느 한편에 남아 가치관을 형성하며 우리를 구성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렇듯 사회의 요구사항에 맞춰 스펙을 쌓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문학작품을 받아들이는 태도조차 고착화시키며 감정을 통제하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꼭 무언가를 얻기 위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필요도 없으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무언가를 얻어 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취미나 휴식을 위해 책과 영화를 볼 수 있으며 흘러가는 생각도 그 자체만으로도 괜찮다.
생각은 기록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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