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오래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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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오래 산다는 것
  • 조선경 원장
  • 승인 2018.02.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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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치과 조선경 원장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곡강시에 나오는 ‘인생칠십고래희’에서 유래한 고희는 70세를 일컬으며 장수를 뜻한다. 

예전에는 60세에 환갑잔치를 열어 장수를 축하했지만, 요즈음은 70세는 노인정에 들어가지 못하는 나이가 될 만큼 고령화사회가 되었고 한자에도 77세를 희수, 88세를 미수라고 하는 말만 있을 뿐 99세를 뜻하는 백수라는 말은 일본식 조어로 최근에 만들어 사용할 만큼 2000년 이전에는 백수하시는 어르신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중국의 고전 예기에는 50세를 애(艾), 60세를 기(耆), 70세를 노(老), 80∼90세를 모(耄)라고 기록하며 모발의 색깔 변화에 따라 노를 분류하였고, 생물학적으로 노화는 인간생물체의 발육이 끝난 후 성숙기 이후에 일어나는 기능의 쇠퇴를 일컬으며 사회학적으로는 활동이나 사회적 역할의 상실을 노년기라 보고 있다. 

노년기 연령은 나라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이나, 일반적으로 정년연령이나 연금개시연령으로 규정하며 국제적으로는 노인 인구를 6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저출산과 보건위생의 발달로 인한 노인 인구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해방 이후에 3%대에 머물던 65세 이상의 인구가 2000년에는 7.3%에 도달하였고, 2011년에는 11.4%를 나타내며 빠른 고령사회 진입 속도를 보인다. 2017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다.

노인 문제의 핵심은 빈곤, 질병, 고독이며 이는 급속한 사회변동으로 인한 핵가족화, 평균수명의 연장, 도시취업인구 증가로 인한 노부모와의 별거, 정년퇴직으로 인한 생활수단의 상실 등과 직결된다. 

평균수명은 1960년 55.3세이던 것이 1970년 63.2세, 1980년 65.8세, 1990년 71.3세, 2000년 74.43세, 2010년에는 80.79세로 길어졌고, 노인독거가구율도 1985년 8.8%에서 1988년에는 12.7%, 2008년에는 25.7%로 급증하는 추세이다.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전체 노인들 중의 79.2%가 건강 악화, 79.5%가 생활비 마련의 어려움, 81%가 배우자의 사망 등을 어려운 문제로 여기기 때문에 노인의 질병, 빈곤, 소외문제가 노인 문제의 핵심이다. 빈곤과 질병을 위해서 물질적 원조가 필요하고, 고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원조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자식과의 동거희망도 1981년의 83.3%이던 것이 2008년에는 32.5%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자녀에 대한 의존보다는 독립적인 노후생활의 영위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18년 전 내가 시집갔을 때 시부모님 연세가 80대 중반으로 장수를 누리고 계셨다. 시집가기 전에 설거지 한 번 하지 않고 지내던 내가 얼마나 그분들께 도움이 되겠냐마는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냐는 남편의 말에 시부모님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태어나자 시어머님은 병중인 아버님을 뒷전으로 하고 손주를 끔찍이 아껴주셨는데 고령에 애 보는 일이 녹록지 않아서인지 허리는 눈에 띄게 굽으셨고 주름도 확연히 늘어갔다. 

아이들 때문에 소홀했던 탓인지 치매까지 오신 아버님은 말년에 병원 신세를 지며 작은아이가 2살 됐던 해에 돌아가셨고 아이들은 아버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한다. 그때는 어머님께 사랑받았던 아이들이 어머님을 기억하지 못할까 저어돼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는 사셨으면 하고 바랐다. 

하지만 나의 걱정은 기우에 그쳐서 현재 101세의 나이로 살아계신다. 재작년부터 아들의 도움 없이는 바깥 출입이 쉽지 않으시던 어머님은 얼마 전부터 집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화장실 출입을 하실 만큼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 

온순하고 참을성 많고 남을 배려하던 어머님은 짜증도 많이 늘고 그렇게 아끼시던 손주에게도 무덤덤하시며 쇠약한 육신에 시도 때도 없이 느껴지는 통증으로 많이 힘겨워하신다. 고통이 밀려올 때면 죽음을 생각하시지만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이 힘겨워 가는 삶의 끈을 놓지 않고 계신다. 

긴 병에 효자 없다지만 어머님의 간호를 도맡은 남편은 어머님 상태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면서, 측은할 만큼 어머님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고 있다.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는 나이 40세에 중국 땅을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축조할 만큼 세상을 호령했으나 모든 사람의 바람인 불로불사를 간절히 원해서 막대한 재화를 낭비하고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50세에 명을 달리했다. 

그래도 50세의 그는 늙고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강인한 황제의 모습으로 죽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타인의 도움이 없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없는 노년의 삶이 행복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101세의 장수를 누리시는 어머님이 이번 고비를 넘기시면 더 오래 사시겠지만 나는 내 남편의 건강이 너무 걱정돼서 어머님의 장수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그래도 어머님은 효자 아들이 있어 행복하시겠지만, 나의 노년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몫이라는 생각에 TV에서 방송되는 처절한 노인 문제가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남의 신세 지지 않을 만큼의 경제력이 뒷받침된다면 덧없는 노년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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