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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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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27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8.02.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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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롯지 방은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훌륭하다. 방갈로처럼 독립건물인데, 욕조까지 있어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한참을 들어가 있었다. 오랜만에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나니 새 힘이 솟는다. 집사람도 기분이 좋았는지 목욕을 하더니 빨래까지 해서 죽 널어 놓는다.

다른 사람들 텐트 치는 걸 여유 있게 바라보면서 바로 가니 시원한 보츠와나 프리미엄 맥주가 있다. 꿀맛이 따로 없다. 

이 캠프장은 오카방고 강 바로 옆에 있어서 경관이 아주 아름다운데, 첨벙첨벙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보니 악어 두 마리가 물가에서 놀고 있다. 

도착해서부터 사람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누런 개가 있었는데, 며칠 전에 어미 개가 악어들한테 잡아 먹혔단다. 보기에는 그지없이 고즈넉한 강물인데, 그 안에는 온갖 약육강식의 만행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프리카는 어디서나 낙조가 아름답기 때문에, 아프리카 사진을 나중에 보면 일출하고 일몰 밖에는 없다고 하더니 여기도 강물에 지는 해가 그지없이 아름답다. 한참을 강가에서 낙조를 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푸우 푸우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물을 들여다 보니 하마 가족이 눈과 귀만 내놓고 이 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동물원에서나 봤던 동물들이 바로 옆 강물에서 자연 상태로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저녁을 먹고 바의 2층으로 올라가니 들판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마침 달이 밝아 바 주인한테 2층 불을 꺼 달라고 했다. 사방이 조용한데 가끔씩 물 첨벙 소리만 들리고 물에 발을 담그면 어디선가 악어가 금방이라도 달려 나올 것 같다. 물이 있어서 그런지 날씨가 서늘해져서 맥주 생각은 없고, 브랜디를 더블로 두 개 시켜서 집사람하고만 앉아 있으려니 으시시 하기도 하고, 인간 세상이 아닌 것 같다. 

빈트후크를 지나면서부터는 모기가 있는 지역이니까 말라리아 약을 철저히 잘 먹으라고 큐가 신신당부를 했는데, 물가까지 왔는데도 아직 모기 구경도 못했다. 아마 겨울이라 밤에 온도가 많이 내려가서 그런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프리카는 5월부터 10월까지가 성수기라고 한다. 모르고 왔는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비싼 돈 내고 방까지 얻었으니 침대에서 푹 쉬어야겠다.

원래 오늘 아침은 한 시간 정도 부시맨들과 숲속을 걷는 부시맨워킹이 있었는데, 우리는 생략하고 쉬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강변을 산책하고 오래간만에 여유있는 아침 시간을 가졌다. 
10시에 오카방고 델타 탐방을 위해 습지 캠프장으로 떠나는 배가 도착을 했다. 

우리가 가는 Jumbo Junction 캠프장에서는 2박 3일을 하게 되는데, 이곳에는 작은 배로 가야 하기 때문에 2박 3일 동안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들만 예를 들면 먹을 약이나 세면도구 및 슬리핑백 정도만 챙겨가야 한다. 가뜩이나 최소한의 짐에서 또 다시 최소한의 짐을 챙기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열댓 명 쯤 탈 수 있는 모터보트가 와 있다. 우리 일행 열두 명과 멘지가 함께 했다. 멘지는 우리 일행의 먹을거리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동행을 했는데, 큐는 우리가 가는 현지에 델타 전문 가이드가 따로 있기 때문에 동행하지 않는단다.선장은 잠이 덜 깼는지 부스스한 표정에 무뚝뚝한 사람인데,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짐의 적치 및 체중을 고려한 사람들의 배치까지 일일이 지시하면서 라이드 중에는 절대로 일어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뭐 그렇게까지 까다롭게구나 다들 떨떠름 했는데, 알고 보니 가는 길이 여간 꼬부랑길이 아니다. 

꼬불꼬불한 오카방고 수로를 따라 시속 50~60 킬로 속도로 달리는데 언젠가 뉴질랜드 협곡에서 탔던 Zet boat를 생각나게 할 정도였다. 조금만 균형이 어그러져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 수면은 고요한데, 강둑으로는 파피루스 나무가 끝도 없이 둘러쳐 있고 물새들이 보트 소리에 놀라 물을 박차고 일제히 날아오르는 광경은 가히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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