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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 교수의 기묘한 이야기] 007 vs. 맥가이버
박정철(단국치대 치주과학교실) 교수

어린 시절 좋아했던 스크린 속 주인공이 있다. 바로 007과 맥가이버이다. 

영국 첩보부 MI6 소속의 007은 살인 면허를 가진 스파이로서 매 미션 마다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사건들을 해결하곤 한다. 그 외모나 액션도 대단했지만 사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미션 처음마다 Q가 제공해 주는 특수 장비들이었다. 

레이저가 나오는 시계, 폭탄이 되는 만년필, 물 속으로 갈 수 있는 자동차 등등. 매번 미션을 받고 기지를 떠날 때마다 Q는 최첨단(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기기들을 007에게 주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과연 언제 제임스 본드가 비밀 무기를 이용해서 멋지게 위기를 탈출하는지를 기다리는 것이 필자의 큰 즐거움이었다. 

물론 본드는 온갖 위협과 위기에 몰려서도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특수 장비들을 이용해 멋지게 위기를 탈출했다. 

매 미션 때마다 번번이 비밀무기와 최신식 자동차를 박살내고 귀환하여 Q에게 잔소리를 듣지만 거침없이 웃어넘기는 그 모습이 얼마나 멋졌는지.

반면 TV 드라마 속 맥가이버는 어떠한가. 항상 청바지 주머니 속에는 주머니칼 하나 그리고 먹다 남긴 초코바, 껌 조각, 종이 클립 몇 개뿐이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경비로 둘러싸인 요새든,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경비가 지키고 있는 감옥이든 간에 그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초코바와 바나나를 합하고 은박지로 싼 뒤 세제를 부어주면 강력한 폭탄이 되기도 하고 합성세제와 날계란을 섞어 전자렌지에 돌리면 시한폭탄이 되기도 한다. 

오로지 주머니칼 하나만 있으면 최첨단 전기 방어 장비도 손쉽게 통과한다. 007이 사용하던 특수 장비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프랑스어에는 브리콜라주(Bricolage)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일에 손대기’ 또는 ‘수리’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는데 이것은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그의 저서 『야생의 사고 The savage mind』에서 사용한 문화 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 개념은 신화와 의식으로 가득 찬 부족 사회 시절의 지적 활동이 어떤 형태였는지를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는데 아마도 한정된 자료와 도구를 가지고 부족의 생존을 책임져야 했던 ‘브뢰콜뢰르(Bricoleur: 손재주꾼)’ 들은 오늘날의 맥가이버의 조상에 해당하는 것 같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상이기도 하다.

007이나 맥가이버는 둘 다 나름의 스타일대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래 사회에 있어서는 007보다는 맥가이버가 더 필요한 인재라는 점이다.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사회에 나갈 10년 뒤에는 과연 어떤 사회가 펼쳐질지 상상하기가 어려운 시대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클라우드 서버 관리자라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SNS 마케팅도 없었다. 드론 경기 선수도 없었다. 

기술의 발전과 로봇, 인공지능의 도입, 전산화에 따라 몇몇 직업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분명 대신 새로운 직업이 생긴 것은 확실하다. 

아니 직업(Job)은 없어지지 않을지라도 최소한 업무(Task)는 사라지거나 변하고 있다.

그 어느 누구도 어떠한 기술이 10년 뒤에 우리 사회를 주도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마치 필자의 세대가 영어 공부에 열광하고 열심을 보였듯 지금은 코딩이 열풍이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또 어떤 기술이 요구될지 알 수 없다. 

그런 시대에 아이들에게 수십 년 전과 마찬가지로 국영수 위주로 문제 풀이와 규격화된 시험(Standardized Test)에 대비시키고 암기식 수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미국 의사면허 시험은 오픈북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암기가 더 이상 중요한 능력의 척도가 아님을 인정한 셈이다. 

예전에는 007을 작전지로 내보내는 것처럼 요구되는 기술들을 잘 가르치고 숙련시켜서 현장으로 내보냈고 아주 평면적인 세상에서 마치 각본에 짜여진 듯 그 도구(기술)들을 시기적절하게 써서 성공적으로 미션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이제 아주 복잡하게 바뀌었고 모호함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 험한 세상에 단순한 기술 몇 가지만 반복 연습하여 내보내기에는 너무나 불안한 시대가 되었고 차라리 맥가이버처럼 주머니칼 하나만 있으면 그 어떤 적, 그 어떤 환경에서든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어떤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시대를 흔들어 놓을지 그 어느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래시대에 요구되는 4C(critical thinking, communication, creativity, collaboration)를 갖춘 인재로 키워야 한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덴탈아리랑  arirang@dentalarir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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