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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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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26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8.01.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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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를 여행 하면서 느낀 것 중에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길거리에서 눈길이 마주쳐도 피해 버리는 것을 많이 보았다. 혹시 오랫동안 서양인들한테 억눌려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 때문이 아닐까 나름대로 추측해 본다.

오늘은 중간에 밥먹을 만한 장소가 따로 없단다. 길 가다가 적당한 나무그늘이 있으면 세워 놓고 먹는단다. 마침 길가에 넓은 공간이 있고 큰 나무가 있어 큐가 차를 세웠다. 문제는 화장실인데, 길가에 화장실이 있을 리가 없다. 큐가 운전석에서 나오더니 “Ladies left, gents right”하고 외친다. 전에도 몇 번 경험이 있어 이제는 자연 스럽게 제 갈길을 찾아간다. 어쨌든 ‘여기는 아프리카다’라는 마인드가 분명한 사람들이다.

캠핑 여행이 롯지숙박 여행보다 힘들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선택한 것이지만 두 주가 지나니까 몸이 힘들어진다. 사실 캠핑 자체 보다는 이동거리가 긴 것이 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오늘은 그래도 포장도로인데, 내일은 다시 400킬로를 비포장으로 달려야 한단다. 롯지숙박팀은 오카방고 델타에서 비행기로 이동 한다는데, 그럴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된다. 우리 부부 뿐만 아니라 젊은 축들도 힘들어 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로 조인한 영국 할머니들만 신이 나서 사슴만 나타나도 환성을 지르고 사진을 찍느라 야단이다. 우리는 많이 보기도 했고 먹어보기도 했기 때문에 사슴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멘지가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다 축 쳐져 있는게 안쓰러워 “Guys, need some cheerful music?” 했더니 프란지가 쾌활하게 “Yeah!”하면 “Rock’n roll~”이라 한다. 마침 폰에 호텔 캘리포니아가 있어서 들려 줬더니 젊은이들 답게 고개를 까딱거리며 듣는다. 프란지가 사람들에게 호텔캘리포니아 가사가 뭔지 아느냐고 묻는다. 이 노래는 비트가 강하고 멜로디가 경쾌하기 때문에 밝은 이미지를 주지만 내용은 정신병자 같은 여자가 미소년의 아이들을 붙잡아 데리고 사는 음울한 가사이다.

보츠와나 국경을 통과하기 전에 마지막 문명도시인 고바비스라는 도시에 들러 물과 생필품을 샀다. 내일부터 생활하는 오카방가델타 안에 있는 캠핑장은 통신도 안되고 한번 들어가면 이틀 동안 나올 수가 없기 때문에, 3일 먹을 생필품을 충분히 사두란다. 한국에 소개된 여행책자를 보니 화장실도 없어서 구덩이를 파고 앞에 삽을 세워 놓음으로써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표시하는 아주 원시적인 곳이라고 되어 있는데, 큐 말에 의하면 자기도 그곳에 간지 3년이 되어서 확실치는 않지만 그렇게까지 험한 곳은 아니라고 한다. 어쨌든 만일을 대비해 쇼핑을 하려고 ‘Super Spar’에 들렀다. ‘Super Spar’는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어 익숙한 브랜드인데, 남아프리카 거의 모든 도시마다 있었다.

도시에 들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화장실 해결이다. 특히 여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화장실을 들르는데, 대개 2랜드(160원) 정도의 돈을 내야 한다. 그래서 항상 2랜드 짜리를 준비해 가지고 다녀야 한다. 집사람이 다녀 오더니 별일을 다 봤단다. 여자 화장실 입구에 사람들이 쭉 줄을 서있는데, 지키는 사람 한테 아무 생각 없이 2랜드를 주니까 따라 오라고 그러더니 장애인 화장실로 안내를 하더란다. 희한한 일도 다 있다, 볼일을 보고 나와서 다른 일행한테 이야기를 하니, 자기네들은 1랜드를 냈단다. 아하, 그러고 보니 집사람은 본의 아니게 급행료를 낸 셈이었다. 어디나 후진 사회는 급행료가 최고의 쥐약이다.

느즈막이 국경을 통과해서 Ghanzi Trail Blazers라는 캠핑장에 도착하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하다.



이곳 캠핑장은 부시맨을 주제로 만들어진 곳이다. 그래서인지 부시맨 전통가옥(hut)을 대여해 주기도 하고 부시맨들과 같이 숲속을 걸으며 그들이 어떻게 먹을것을 구하는지, 불을 어떻게 피우는지, 자연에서 얻는 약초는 무엇인지 등을 볼 수 있다. 저녁에는 부시맨 전통댄스가 있었다. 춤 자체는 단조로와 지루할 정도였는데, 각각의 의미는 전부 달랐다.

모든 노래가 그네들의 삶과 직결된 것으로 사냥노래, 동물노래, 힐링송 등이 었는데, 예를 들면 가장 몸집이 무거운 코리버스터 라는 새에 대한 노래도 있었고, 큰 동물, 작은 동물 그들이 사냥하는 모든 동물과 식물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오늘도 비포장 400 킬로를 달려야 하는 날이다. 오늘은 오카방고 델타 탐험을 위한 거점지역으로 가는 날이다. 캠프장인 Swamp Stop에 도착하니 만사가 귀찮다. 이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된다. 집사람도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한 겨울 더 악조건 이었던 히말라야 트레킹에서도 지친 적은 없었는데…. 하루의 일교차가 심하고 낮에는 너무 건조해서 물에 적신 수건을 얼굴에 두르고 물 스프레이를 아무리 뿌려대도 일 이십 분이면 전부 말라 버린다. 마치 피부가 바스라질 것 같이 건조해 진다. 수진이 준 피부크림을 바르고 썬크림을 발라도 소용이 없다. 거기다 밤이면 사막 온도가 뚝 떨어져 감기 걸리리 딱 좋은 날씨다.

트럭에서 내리는데, 크리스틴이 큐 보고 롯지 업그레이드를 알아봐 달란다. 여행 끝까지 캠핑을 고수하고 싶었는데, 나도 유혹에 넘어간다. 롯지 방은 여유가 있단다. 오피스에 가보니 일인당 25불 씩이란다. 아침도 안 주는데… 비싼거다. 그러니까 빈방이 남아있지 50불을 주고 방을 빌렸다.

이 사람들 워낙에 모든 것이 느려서 방 열쇠 하나 주는데 이십분이 더 걸린다. 체크인카드를 쓰라고 하더니 여권까지 요구한다. 한참을 꾸물럭 거린 후 돈을 내라고 해서 카드를 줬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지금 작성한 서류는 현금계산서라서 서류를 다시 작성해야 한단다. 앓느니 죽지, 그냥 현금으로 내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에 체크아웃 할 때도 애를 먹었다.

내 앞에 대 여섯명 그룹이 있었는데, 한 사람 처리 하는데, 5분 이상이 걸린다. 뭐가 문제가 있는지, 처음 사람을 불러 다시 서류를 만들고 거의 20분을 기다렸다. 마침 매니저가 보더니 바 카운터로 오라고 해서 처리를 했으니 망정이지 공연히 애꿎은 일행들만 기다리게 할 뻔 했다.

리셉션 뒤쪽 벽에 두 개의 장식물이 걸려 있었는데, “open when we get here, closed when we leave(우리가 도착하면 문 열고, 우리가 떠날 때 문 닫습니다)” 라는 글귀가 괜시리 있는  것이 아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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