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원장의 오만과 편견] 혼돈의 시대 - 근거 중심 치의학으로 중심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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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원장의 오만과 편견] 혼돈의 시대 - 근거 중심 치의학으로 중심 잡기
  • 김기영 원장
  • 승인 2017.11.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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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마이다스치과) 원장

캐나다 McMaster 대학의 Dr. Gordon Guyatt 교수가 처음으로 Evidence-based Medicine (EBM)이란 논문을 1991년 ACP Journal Club에 발표하면서 알려졌는데 이 개념이 널리 확산되어 현재 의료정책, 임상, 약물과 의료기기에 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개념이 널리 확산된 이유는 명확하다. 논문 자체에 대한 분석이나 근거를 위한 근거가 아닌 현실의 실전 임상에 있어서 실제로 중요한 것들에 대한 최선의 방법론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치과계에서는 술기 위주의 교육과 강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몇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1. 근거 중심 치의학은 학문, 이론, 논리에 가까운 개념이며 실제 나의 임상에는 쓸모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근거 중심 의학이란 개념은 처음부터 개별적인 환자의 특성, 의료인의 지식과 경험 정도, 의료 환경과 같은 실제적인 요소들을 중요시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도저히 모두 습득할 수 없는 의학 지식들을 어떻게 나의 의사 결정 과정에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지금껏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환자의 특성으로 인한 머뭇거림에 대한 치료법이고 환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정확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현실의 해결책이다. 이것은 근거 중심 치의학의 첫 단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질문하기’ 이다. 그 질문은 내가 궁금한 것이고, 내 환자에 대한 것이며, 내 선택에 대한 것이다. 이것이 나의 임상에 쓸모가 없는 것이라면 과연 무엇이 쓸모 있는 배움일까.

2. 실제 환자를 대할 때에는 인문학적 소양이나 환자와의 공감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딱딱한 논문들은 교수들이 연구할 때에나 참고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근거 중심 치의학은 의사 결정의 방법론이며 큰 범주에서 그 자체로 철학이며 소양이다. 환자와의 공감은 환자의 특성을 잘 파악한 후에 해야 한다. 훌륭한 논문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환자의 상태 혹은 특성에 대한 기술 혹은 묘사인데, discussion에서는 이것들에 대해 이런 논문을 쓰게 된 계기와 참고했던 다른 논문들과의 비교, 앞으로 더 나은 의사 결정을 위해 필요한 질문들에 대한 고민들을 담고 있다. 환자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환자들의 특정 치료에 대한 예후에 대해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공감이 아니고 무엇일까.
 

3. 나의 관심 영역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논문들의 질적 수준이 떨어져서 참고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기며 나의 직접적인 경험이 더욱 소중하다.

그렇지 않다. 근거 중심 치의학의 방법론은 질문 주체 즉, 유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개념의 중심에 두고 있다. 직접적인 경험의 가치에 대한 높은 평가는 근거 중심 치의학과 대비되는 특성이 아닌 것이다. 또한 만약 특정 영역 혹은 질문들에 대한 논문들의 질적 수준이 매우 떨어지더라도(사실 이런 경우는 해당 영역이 과학의 영역이 아니거나 질문 자체의 질적 수준이나 임상적 의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논문들에 대한 정확한 searching과 적절한 평가가 가능하다면 그것들로부터 유추하여 나의 상황을 더욱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우리는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정보들이 접근 가능하지만 그 정보들의 의미와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면 사실상 정보들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떤 영역에서만큼은 일정 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그 일정 수준의 지식 자체가 향후 정보의 습득과 이용, 평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치과계에서는 실력이 뛰어난 열정 있는 임상가일수록 교육에 열심인 것을 볼 수 있다.

주말마다 강의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세미나를 참여하며 해외에서 연수를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결국 자신에게 치료받는 환자에게 혜택을 줄 것이다. 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모든 노력이 동등하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유명한 임상가가 편향된 개념을 가지고 근거가 불명확한 위험한 시술을 권할 확률이 있고 믿을만한 기업에서 판매하는 재료들이 내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엇을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인가. 어떤 종류의 노력이 가장 가치가 있는 것일까. 치과 의료인이 전문가로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치과계 내  외부에서 더욱 가치있는 논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우리의 영역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전문 지식들을 다룰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론으로서 근거 중심 치의학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근거 중심 치의학의 기본적인 내용은 2007년 대한치과의사협회지 제 45권 2호, 3호에 실린 ‘근거 중심 치의학’ 종설에 쉽게 정리돼 있다. 관심있는 독자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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