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교수의 칼럼]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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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칼럼]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7.10.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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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경전에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주위로부터 스트레스라는 화살을 맞게 되는데, 예를 들면 직장에서 승진에 관해서,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가정에서는 부부 사이의 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받게 된다.

이것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일로 이러한 스트레스가 없을 것 같은 종교인들도 내막을 보면 일반인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관계로부터 오는 일차적인 상처에 의해 마음속에서 발생하는 분노, 갈등, 패배감 등 이차적인 화살이 더 크게 마음의 상처를 깊게 한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두 번째 화살을 인간의 탐욕으로 보고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으려면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수행함으로써 벗어날 수 있다고 설법한다. 그러나 그러한 경지에 들어가는 것은 범인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없는 상대라면 대개는 마음속으로 삭이든지 아니면 회피하고 만다.

운전하다 얌체처럼 끼어드는 차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짜증이 나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그러다 보면 운전이 거칠어지고 그러다 보면 괜히 애꿎은 다른 차에 화풀이를 하게 된다. 나는 운전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서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즉 얌체처럼 휙~ 하고 끼어드는 차는 응징 차원에서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 그래도 몇 가지 예외는 있다. 길을 잘 모르는 것 같은 초보운전자나, 버스 택시 등 공공차량, 또 어렵게 생활하는 자영업자로 보이는 소형트럭에는 무조건 양보다.

그래도 얌체 차와 몸싸움을 할 때마다 공연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괜히 젊은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런데도 30여 년 전 처음 미국에서 생활할 때 보았던 기억이 떠올라 이러한 투쟁을 아직도 멈추지 않는다. 교통법규나 미국 사회의 관행을 몰라 본의 아니게 새치기를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경적이 날라 오거나 심지어는 문을 열고 손가락질을 당한다.

폐쇄공간인 자동차 안에서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도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어김없이 질책이 날아온다.

그 사람들이라고 뭐 즐거운 일이라고 총대를 메고 시비에 말려들겠는가. 다만 선조 때부터 내려온 정의에 대한 유전자가 작동한 때문이리라.

우리는 이러한 일이 닥칠 때마다 대개는 피해버리고 만다. 혹은 그것을 양보나 관용이라고 자위를 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본능적으로 이차적인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마음이 작동하는 것이다.

언젠가 신문기사 중에 각 직업군의 스트레스를 정리해 놓은 보고를 본 적이 있는데, 의료인 중에서는 치과의사의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스트레스라면 큰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에게 더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은데, 생명과 직접적인 일을 하지 않는 치과의사가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의아했다.

그것은 아마도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혼자서 병원을 운영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아닌가 추측된다.

큰 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대개 큰 조직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고, 법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조직이라는 우산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심리가 있다. 치과의사의 또 다른 문제는 치과치료는 증거가 남는다는 것이다.

내과는 약 몇 번 잘못 썼다고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환자수술은 오히려 사망의 가능성을 안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패를 한다고 해도 치료상의 과실만 없다면 크게 비난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치과치료는 결과가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치료의 결과는 누구보다도 치료를 수행한 당사자가 더 잘 알게 마련이다.

필자도 endo를 전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하고 방사선사진을 볼 때는 늘 걱정이 앞선다. 혹시 짧거나 길게 되지는 않았는지, 혹시 누락된 근관은 없는지 등등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한 endo 중에서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것이 20%도 안 된다고 하면 후배나 제자들은 괜한 엄살을 떤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시술을 100%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본인의 시술이 그러하다면 다른 사람의 시술도 그러하다.

기본에서 완전히 벗어난 황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동료 치과의사의 치료에 대해 환자들에게 비난 조로 이야기하는 것은 서로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없다면 남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것이 서로에게 두 번째 화살을 날리지 않게 하는 직업적 배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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