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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개원 러시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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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개원 러시의 불편한 진실
  • 박기호 교수
  • 승인 2017.10.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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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경희대학교치과대학 교정학교실) 교수

15년 전에 필자는 3년간의 공보의를 끝내고 교정과 수련을 받기 위해 모교병원으로 돌아왔다.

수련의 시절은 새벽까지 쉬지도 못하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시절이었지만 수련을 끝내고 각자의 길에서 성공해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는 선배들의 모습이 멋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나도 저렇게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수련 생활을 했었던 것 같다.

그 당시만 해도 수련 과정이 끝나면 공직에 뜻이 있는 경우나 결혼, 육아로 인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아니면 서둘러 개원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고가의 임플란트가 대중화 되어 일반 치과의 경기도 좋았고 특히 교정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치과의 개념이 자리 잡히면서 교정 치과의 경기도 상당히 괜찮았던 시절이어서 개원 후 몇 년이 지나면 대부분 자리 잡고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를 즐길 수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치대의 인기도 높아져서 의대나 한의대보다 더 실력 있는 학생들이 들어오곤 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전반적으로 국내 경기의 침체가 지속되고 치과의사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수가 경쟁이 심해지면서 치과의 개원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

임플란트도 십여년 전에 비해 수가가 절반으로 떨어졌고 교정도 삼분의 이 정도로 수가가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최근 몇 년 동안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과에서는 수련 과정이 끝난 후 개원하는 제자들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안전한 페이닥터를 몇 년씩 하면서 자금을 모으고 개원 시기를 고민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개원을 했을 때의 불확실성과 개원의로서의 스트레스를 일찍 감당하는 것보다 적당한 수입이 보장되는 페이닥터를 하면서 앞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개원가의 환자 수도 줄어들고 개원의들의 경제적인 사정이 점점 악화되면서 개원한 선배들이 과거처럼 패기 있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수련 중인 후배들에게 어려운 현실에 대해 한탄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고 수련의들도 과거처럼 개원의로서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어 근심이 늘게 됐다. 치과 개원가의 경기가 많이 안 좋다는 얘기들이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지면서 치대의 입시 점수도 하락해서 의대보다 낮은 성적을 보이게 됐다.

그런데 올해에는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교정과 출신들의 개원 소식이 유독 많이 들린다.

작년, 재작년만 해도 1년에 한 명 정도 개원을 했는데 올해는 벌써 7명이 개원을 했으니 개원 러시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필자는 처음에 올해 들어 교정치과의 개원 경기가 개선되어 개원을 많이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치과의사로서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대학에 근무하다 보니 필자는 항상 개원한 제자들이 안정되고 성공하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그러나 개원을 준비하는 제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개원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고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알고 보니 예전에는 괜찮은 월급을 받는 페이닥터 자리가 꽤 있었는데 점점 개원 경기가 안 좋아지다 보니 이제는 괜찮은 페이닥터 자리가 거의 없어지고 힘든 자리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개원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개원 환경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너도 나도 개원가로 뛰어들다 보니 경쟁이 더욱 격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자리잡은 선배 개원의들 틈바구니에서 자리잡고 살아남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받아 더 넓은 평수에서 화려한 인테리어와 장비들로 무장하려고 한다.

과거 치과가 많지 않을 때는 친한 선배들이 개원한 주위에는 가급적 개원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제는 전국 방방곡곡에 치과가 다 자리잡고 있고 특히 서울에는 건물마다 치과가 있고 심지어 같은 건물에도 치과가 몇 개씩 있는 경우도 많다 보니 그런 관례는 깨진 지 오래다.

어느 지역 최초의 전문의라는 광고는 이제 어디서나 볼 수 있고 개원의로서 서로 가까이 있으면 잠재적인 경쟁자이기 때문에 사이가 서먹해지는 경우도 많다. 동문 후배가 개원하면 다 같이 축복해 주던 것도 이제는 먼 옛 일이 된 것 같다. 치과 경기가 아주 좋아서 모두가 마음의 여유가 있는 시절이라면 개원 러시는 축복이 될 수 있겠지만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개원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치열하게 개원가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두에게 상처만 되는 것은 아닐까? 아마 모두가 이러한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치과계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치과보다 몇 년 전부터 하락의 길로 접어든 한의사들의 현실을 보면 우리에게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또, 다시 치과계에 전성기가 돌아와서 치과계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 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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