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12.15 금 17:23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오피니언칼럼
[유성조 학생의 생각의 틀] 언어유성조(단국대학교치과대학 본과 1학년)
  • 덴탈아리랑
  • 승인 2017.09.28 09:33
  • 호수 274
  • 댓글 0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장애물이다’

지금은 출처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책을 읽어나가던 중, 무심코 읽은 한 구절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사람들은 흔히 언어를 잘 사용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생각을 표현할 유일한 수단이 언어라는 점은 쉽게 공감한다. 하지만 언어 그 자체가 오히려 생각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번 글에서는 도구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장애물로서의 언어에 대해 집중해보고자 한다.

최초의 인류, 그리고 현재까지도 소수 부족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표현하기에는 자신들이 가진 언어의 수가 부족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과 자신의 감정에 대해 쉽게 언어로 표현하곤 한다. 덕분에 문화는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성장했으며, 모든 동물의 본능인 호기심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모두’ 표현할 수 있을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라는 관용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산가족의 상봉, 출산의 순간 등이 그런 기쁨일 것이다. 여러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지만 기쁨이라는 단어로 밖에 설명을 못할 때 우리는 종종 그런 표현을 쓴다. 사실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표현할 때 언어는 약점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런 가려운 마음을 긁어주는 시인과 작가가 큰 공감을 얻는 것이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일본의 후쿠오카였다. 처음 하카타역에 내려서 일본의 시내를 바라보고 꽤나 감명을 받았었다. 여행이 끝난 후엔 들뜬 감정을 갖고 친한 지인들에게 여행을 설명해주었다. 흥분해서 열심히 설명을 하는 겉과 달리, 속은 점점 그 감정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복잡하지만 깔끔한 거리, 낯선 언어로 쓰인 간판들, 색다른 유행의 옷차림…. 그 감정을 이런 식의 언어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은 없었지만 말을 할수록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느낀 감정이 고작 이런 것인가?’ 결국 오히려 전달력이 떨어지는 ‘기분이 좋았다’ 등의 추상적인 표현에 의지하게 되었다. 그 이후 필자는 여행이나 특별했던 경험에 대해 말로써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다.

심지어 감정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보고 느낀 것마저도 그 상황을 공유한 사람이 아니면 언어는 정확히 전달해 주기 힘들다. 귀뚜라미의 울음을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사람에게 귀뚜라미 울음을 설명한다고 가정해보자. 직접 소리를 녹음해주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생각의 전달에 있어 언어는 생각보다 만능 도구는 아니다. 만능이 아닐뿐더러 그렇기에 사용한 순간 의미 전달을 방해하는 장애물로서 작용한다.

한편 언어는 사람 간의 생각의 전달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각의 확장에도 장애물이 된다. 우울한 사람들에게 자기가 무엇 때문에 우울한지 종이에 적어보라는 치료법이 있다. 실제로 이 글을 읽는 자신이 지금 우울하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종이에 적어보라.

이는 여러 방향으로 뻗어가는 허무맹랑하고 근거 없는, 좋지 않은 생각을 제한시켜주는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이를 빨리 적어버리면 마찬가지로 생각이 제한될 수 있다. 이는 적힌 언어에 생각이 묶이는 현상인데, 언어로 생각을 표현한 순간 생각은 그 언어의 틀에 갇혀 확장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한참 글을 쓰다 멈추고 다시 쓰려고 하면 잘 써지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필자는 글을 자주 써야 하므로 이런 현상이 매우 곤란했다. 그러다 생각해낸 방법은 생각을 오래 하는 것이다. 최대한 말로도, 글로도 표현하지 않고 오랫동안 가만히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섬세하게 그 생각들을 언어로 풀어 나가는 것이다. 너무 방대한 양이라면 키워드 정도만 적고 계속 뻗어나가 보는 것이다. 그러면 찝찝한 기분 없이 꽤나 만족스러운 글쓰기가 완성되곤 한다.

이렇게 언어는 생각을 방해하는 장애물이지만, 결국은 현재까지는 생각을 전달할 유일한 수단임은 변함이 없다. 현재 나라별 언어가 완벽하게 서로 번역될 수 없는데 이는 문화의 차이라는 거대한 결과를 낳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이것은 언어가 생각의 틀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증거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를 잘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목수가 나무를 베기 전에 가장 좋은 도구를 찾듯이, 생각을 다루는데 언어를 잘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장애물을 어떻게 뛰어넘을지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우리가 왜 장애물이 있는지, 장애물 자체에 대해 집중해 봄으로써 다양한 접근을 통해 자기만의 새로운 해결책을 강구하는 기회를 갖고자 하기를 바라고 있다.

덴탈아리랑  arirang@dentalarirang.com

<저작권자 © 덴탈아리랑,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덴탈아리랑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