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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재 학생의 아직도 학생] 미용실과 치과는 무엇이 다를까
  • 덴탈아리랑
  • 승인 2017.09.08 11:37
  • 호수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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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재(경희대학교치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학생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후로 옛 친구들과 만나면 거의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치과진료비는 왜 이렇게 비싸?”

아직 현업에 있는 의료인이 아닌 2학년인 학생이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급한 대로 학교에서 배운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해서 나름 열심히 설명해본다. 좋은 재료가 어떻고 보험이 어떻고… 내 설명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그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대답은 항상 비슷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치과 진료비가 적정한가에 관한 논의가 요 몇 년간 정말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던 주제였지만 치과대학생이 되었기에 나 또한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미 치료의 적정수가에 대해 많은 토론이 있었으니 오늘은 대체 왜 수가를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인지에 대한 내 생각을 잠시 이야기해보고 싶다.

서울에서 길을 걷다 보면 건물마다 하나씩 있는 게 치과라는 말이 있다. 반면 치과만큼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미용실이다. 가끔 운 좋으면 아직도 이발소라는 간판을 내건 가게들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미용실은 같은 서비스에도 서로 다른 가격을 요구한다. 가령 남성의 커트에 드는 비용은 적게는 8천 원에서 많게는 4~5만 원에 이르는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우리는 미용실마다 천차만별인 가격을 문제 삼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비싼 미용실이 특별히 좋은 가위를 사용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대부분 머리를 짧게 다듬어 주는 것이 미용실이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일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격이 비싼 미용실에 대해 ‘머리를 그만큼 예쁘게 자르나 보다’ 하지 ‘뭐 이리 비싸게 받아? 당장 가격을 조정하라고 이야기해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대부분의 사람이 1년에 치과보다 더 자주 찾는 곳임에도 왜 사람들은 미용실의 가격이 다름에는 문제를 삼지 않는 것일까? 내 생각에 치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미용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차이점을 보인다.
 



첫째로 치과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은 맨눈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그 가치는 길게는 몇 년 후에야 발휘된다. 잘 수복된 우식은 환자가 눈으로 봄으로써 그 정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잘된 수복의 안정성은 하루 이틀 가지고는 판별이 불가능하다. 반면에 미용실에서는 머리를 자르면 그것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 거울에 비춰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치과에서 환자는(고객은) 자신이 받은 서비스의 가치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으로 치과치료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올 여름에 파마를 하고 싶으니 숱을 많이 치지 마시고 전체적으로 아주 조금만 다듬어 주세요’라고 말하는 고객은 있을지언정 ‘25번 원심면에 우식이 생겼으니 신경치료를 하기 전에 최대한 보존적인 치료를 하고 싶습니다’ 하고 말하는 환자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환자는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에 대해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된 서비스에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고객임에도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닌 것이다.

정리해보면 환자는 고객의 입장에서 가격을 지불하는 데도 자신이 받는 서비스의 가치를 판단하기가 어렵고, 원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도 아닌 상황, 이것이 치과에서의 의료서비스이다. 그렇기에 환자들은 다른 서비스와 달리 치과치료에 대해 가치를 매기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최근의 수가에 관한 논의를 보면 이러한 의료 서비스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재료의 원가와 시간당 인건비 등 시장경제의 논리에만 치우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정 수가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결정하는 과정에 있어서 조금 더 다양한 시각이 있었으면 좋겠다.
 

덴탈아리랑  arirang@dentalarir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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