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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환자의 성희롱, 진료 거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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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환자의 성희롱, 진료 거부 가능하다
  • 이수형 원장
  • 승인 2017.08.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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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연세루트치과) 원장
이수형(글로벌치과) 원장

똑똑. 데스크 직원이 원장실 문을 열고 죄송하지만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한다.

3년 동안 근무하면서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던 성실한 직원이다. 이야기를 들어본즉, A라는 환자에게 치료 후 불편 사항이 없는지 전화했다가 몹시 기분 나쁜 일을 겪었다는 것이다.

A 환자가 임시치아가 불편하다고 하여 직원이 죄송하다고 하자, ‘죄송하면 다음에 치과 갔을 때 커피를 타달라’고 했다고 한다. 웃으며 넘기려고 하는데 자꾸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그 뉘앙스가 마치 성희롱인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이다.

중년 남성인 A 환자는 유명 덤핑 치과에서 치료받은 보철이 잘못되어 보철물 교체를 진행하던 환자인데, 거침없는 말투와 대화 방식이 위태위태한 면이 있기는 했다. 이미 상담하면서 크게 데인 실장이 절레절레하며 진행 과정에서 험난함이 예고되어, 직원들이 반 조심, 반 경계하며 치료를 진행하던 와중에 일이 터진 것이다.

직원은 ‘커피를 타달라’는 멘트가 성희롱적으로 들렸다고 했다. 하지만 통상적인 전화통화 도중에 발생한 일이라 녹취가 없어 사실관계 확인이 불가능했다. 다만 3년 동안 데스크에 있으면서 나름의 산전수전을 겪은 직원이 처음으로 그러는 거로 봐서는, 최소한 3년에 1번꼴 발생빈도 수준의 대화였으리라 추측된다.

 커피를 타달라는 멘트가 성희롱일 수 있겠느냐를 개원한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반응은 다양했다. 나 같으면 당장 환불시키고 사과를 받아낸다는 강경파에서부터, 기분 나쁠 수는 있겠는데 그게 성희롱에 해당되느냐는 입장, 그럴 때 웃으며 커피를 타주기 위해 데스크 직원 쓰는 게 아니냐는 반응까지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연령, 성별에 있어서 특별히 편향되지도 않았다. 술도 아니고 커피는 별일 아니라는 젊은 여자 동기도 있었고, 자기 딸, 사장 딸한테도 그러겠느냐며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는 50대 남자 선배도 있었다.

일단 직원의 근무 중 불편사항이 원장에게 전달됐으므로 원장은 어떤 식으로든 대처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 처리 과정에서 몇 가지 유의점이 있어서 정보의 공유 차원에서 정리한다.

먼저 여성 노동법률지원센터의 노무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환자의 발언이 성희롱인지 여부는 법적인 공방을 거쳐야 결정될 사안일 테지만, 그와는 별개로 원장에게는 사업장 내 성희롱 예방 및 고객의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의 노력의무가 있다고 한다(‘남녀 고용 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항). 직원보고 참으라고 했다가, 환자의 수위 넘는 발언이 반복되면 원장도 상황을 방기한 책임이 생기는 것이다. 그 노무사는 환자에게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이라도 받을 게 아닌 이상, 환불 및 치료의 중단으로 처리하는 것을 권유했다.

다른 서비스 업종이라면 상관없겠으나 의료인 입장이라 ‘의료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자칫 임의 진료거부로 문제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원고충처리위원회에 문의했다.

모욕죄나 업무방해죄 등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예시’에 성희롱은 없으므로 보건복지부에 질의해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이에 보건복지부의 회신은 다음과 같다.
“위적법 여부는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할 사항이나, 만약 환자가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성희롱을 하여 그 의료기관 종사자가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에 해당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이 사안의 처리 과정에서 A 환자는 본인의 발언이 성희롱인지 여부를 두고 매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성희롱’이라는 단어 때문에 더 예민해졌다. 병원의 환불 조치가 자신을 성희롱범으로 몰아간다는 식으로 굉장히 공격적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성희롱 여부와 상관없는 환불이라는 것을 납득시키기가 까다로웠다. 물론 관점에 따라 환자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직원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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