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T] 선생님은 이를 잘 닦고 계십니까? (두번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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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선생님은 이를 잘 닦고 계십니까? (두번째 편)
  • 이병진 원장
  • 승인 2017.07.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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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닦기에 대한 새로운 모색



지난호 민트 섹션을 통해 이 닦기에 대한 조금은 새로운 제안을 해보았다. 이미 아는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평소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색달랐을 것으로 생각한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방법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많은 내용들이 연구를 통해 검증되었고, 구강건강에 관심이 높은 외국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내용이니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판단해 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회전법? 바스법?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매년 ‘구강보건의 날’이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질문하곤 한다. “구강보건교육을 해야 하는데 칫솔질 방법은 어떻게 교육해야 해요? 회전법? 바스법? 어떤 것이 좋아요?”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대개 안전한 답변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지만, 이제 조금 더 고민해서 ‘좀 더 근사한 답’을 준비해봐야 할 것 같다.

이미 치과대학이나 치위생(학)과에서 배웠던 것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 때문에 선배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선배들의 전언인 즉, 칫솔질의 바이블은 ‘회전법’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좋은 방법일까? 누구도 이런 의심을 가져보지는 않았겠지만, 실제 환자에게 회전법을 교습하고 회전법으로 환자의 치아를 닦아보았다면 이런 의문이 한 번쯤은 들었을 수도 있다. 정말 그럴까?
회전법 잇솔질에 관한 외국의 문헌을 찾아보면 회전법의 영문표기는 ‘Rolling Stroke Technique’이다. 유튜브나 외국의 칫솔질 법 교육 사이트에도 회전법이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회전법을 권장할만한 칫솔질 방법으로 추천하지는 않고, 여러 가지 칫솔질 방법 중의 하나로만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어떤 칫솔질 방법을 추천할까? 최근 대한구강보건학회지(2015년도 9월호)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특정한 칫솔질 방법을 정부기관이나 치과의사협회 등에서 추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 이 닦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사용하면 좋을 도구를 추천하는 내용이 많다. 생각해보면 이를 닦거나 얼굴을 씻는 행위 하나하나까지 권위 있는 기관에서 참견하는 것이 적절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닦기의 목적을 직시하라!

중요한 문제는 이 닦는 행위를 통해 정말 필요한 목적을 달성했는가이다. 이 닦는 목적은 지난 연재에서 강조했듯이 치아와 잇몸 등 구강 내에서 치면세균막과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잇몸이나 치아를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어떠한 방법이든지 큰 상관이 없다. 환자들 스스로도 치아나 연조직을 손상시킬 만큼 과도하게 닦는 행위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잇솔질 교습’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러한 행위는 수정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에게 위해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환자가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든 큰 문제는 없다. 따라서 이 닦기 교습 과정에서 이 닦기 방법(환자가 칫솔을 잡고 손목을 움직이는 방법)에 너무 초점을 맞추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칫솔을 움직이는 동작은 하루 아침에 교정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새로운 칫솔질 방법은 환자에게 매우 낯설어 익숙해지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혹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칫솔을 움직이는 방법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도록 하고 이를 닦는 평소의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의 이 닦기와 관련된 교육내용은 오히려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닦는 ‘잘못된’ 방법은 없다.

치면세균막이 많이 형성되어 있거나, 치경부에 치질 손상이 생긴 경우에 우리는 흔히 ‘이를 잘못 닦아서’라는 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환자가 잘못 닦기 보다는 용품이 효과적이지 않거나 습관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칫솔을 옆으로 움직이는 ‘횡마법’을 사용하면 치경부에 마모가 잘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치아 마모에 있어서 횡마법 잇솔질은 그저 거들뿐, 실제로는 마모력이 강한 치약, 산성 음료, 거친 음식이나 지나치게 많은 칫솔질 횟수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즉 치아를 마모시키는 주범을 횡마법 단독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를 닦는 습관, 나아가 생활 습관을 바꾸어야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이를 닦는 것은 전적으로 환자의 주도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 행위이다. 환자 스스로 이 닦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손수 몸을 움직여 이를 닦기까지는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진료팀이 해줘야 할 일은 새로운 방법으로 바꿔주기 위해 억지로 교육하기 보다는 지금의 노력을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강화해 주는 세심한 배려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닦기 교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의 강화’라고 여겨진다.

따라서 환자의 입장에서는 ‘잘못된 이닦기 방법’이라는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좀 더 좋은 방법’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효과가 있다.

‘3·3·3’에서 빨리 벗어나기

본인의 치과에서는 환자들에게 하루에 몇 번 이를 닦는 지 질문하면 세 번이라고 답하거나, 굉장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세 번은 못 닦는다’라고 답하곤 한다. 이 닦는 시간도 3분을 기준으로 자기만족의 수준이 나눠진다. 그리고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식후 3분 이내에 닦아야 한다는 강박도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이 닦기에 대한 고정된 관념은 아마도 지금까지 ‘이 닦기’라고 하면 ‘3?3?3’ 운동이 귀에 익숙하게 반복해서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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