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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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⑰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7.07.1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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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관계를 단단하게 한다
하늘에는 온통 별천지인데 은하수가 위에서 비스듬히 밤하늘을 가로 지른다.


모두들 ‘에고 살았구나’하는 표정으로 달려나간다. 멘지는 매 식사 때마다 준비가 다되면 “Ladies and gentleman, dinner is now open!”하고 외친다. 사람들이 재미있어 따라 해도 끝까지 이 말을 바꾼 적이 없다. 나중에는 사람들이 먼저 “Ladies and gentleman~” 하고 외친다. 드넓은 사막 한가운데 달빛이 훤한 캠핑장에는 우리 밖에 없는데, 여태까지 먹은 저녁 중에 제일 멋진 성찬이다.

이곳은 물도 없고 수세식 화장실도 없기 때문에 미리 세수할 물과 개인위생에 준비가 필요하다. 설거지도 물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으로만 한다.

이틀을 롯지에서 편하게 다니다가 설거지를 하려니 주방보조 당번순서도 가물가물하고 다들 은근히 귀찮은 마음이 들었나보다. 크리스틴이 나선다. 롯지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아침당번을 중국그룹이 했으니까 나머지 점심, 저녁을 더 해서 하루 분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우리 같으면 날짜가 지나갔는데 하고 어물쩍 넘어갔을 텐데, 역시 서구 사람들은 공평하지 못한 것은 참지를 못하나 보다. 중국 팀들도 순순히 그러겠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대충 닦으니 금방 사방이 어두워진다. 텐트는 도착하자마자 미리 쳐 놓았기 때문에 잘 일 밖에는 없다.

낮에 본 동굴 천정구멍을 통해 보는 하늘이 더 파랗다


집사람은 텐트 안에서 자고 나는 밖에 매트리스를 깔고 누우니 하늘에는 온통 별천지인데 은하수가 위에서 비스듬히 밤하늘을 가로 지른다. 아, 너무 아름다워 잠을 잘 수가 없다. 자연과 하나 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건가. 별이 너무나 가까이 있어 정말로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 느낌이다.

밤에 동굴 천정구멍을 통해 보는 밤하늘은 더 아름답다


오래 전에 이집트에서 베두인족과 함께 사막여행을 할 때 12월 추위에 거적때기 하나만 깔고 달달 떨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도 별이 지금처럼 코앞까지 와 있었다. 그런데 너무 추워서 잠은커녕 온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고통에 별이 아름다운 것도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니었는데, 여기는 낮의 강렬한 태양에 적당히 달궈진 대지에 약간 싸~한 듯 한 온도에 모든 것이 정말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아마 앞으로 평생을 살면서도 이런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되기는 어렵겠지.

어렴풋이 잠이 들었는데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들어 보니 중국말이다. 가뜩이나 시끄러운 중국말에 술까지 거나 한지, 중국 아이들 세 명이 떠드는 소리가 아무도 없는 캠핑장을 진동한다.

중국인 일행은 양, 한, 웨이 세명으로, 한, 웨이는 케이프타운에 거주하는 사람들인데, 한은 여행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는 여행전문가이고 웨이는 스시 셰프란다.

나중에 밥 먹는 자리에서 내가 웨이를 가리키며 이 사람이 스시 쿡인데, 스시 한번 먹어보면 어떻겠냐고 농담을 했더니 한이 정색을 하고 쿡이 아니고 셰프라고 정정을 해준다.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웨이는 중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남아공으로 와서 IT 계통의 일을 했단다. 말이 IT 계통의 일이지 중학교 학력에 얻을 수 있는 일이 오죽 했겠는가.

민물생선 장작불구이에 브로콜리 당근 샐러드


몇 년을 고생을 하다가 일본인 셰프를 만나서 스시 일을 배웠는데, 지금은 아주 만족한단다.

양은 홍콩에서 남아공을 왔다갔다 하면서 보석 사업을 한다는데, 한 눈에 봐도 인생 커리어가 몸에 밴, 사업가 스타일이다. 원래 중국은 여자들이 쎄다고 하지만 한과 양을 보면 정말 실감이 난다. 웨이는 조용하고 수줍어하는 반면 한과 양은 말 하는데도 거침이 없다. 영어도 거의 현지인 수준으로 완벽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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