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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마음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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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마음의 창
  • 김관모 원장
  • 승인 2017.07.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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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김관모치과) 원장
김관모(김관모치과) 원장

오늘은 벌거벗고 들은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며칠 전부터 몸이 찌뿌듯하고 끈적끈적한 느낌 때문에 동네에 있는 목욕탕을 찾아갔다. 지난번에 왔을 때 목욕탕이 문을 닫아서 오늘 영업을 할지 안할지 약간 걱정스런 마음으로 목욕탕에 왔다. 다행히 손님을 받고 있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손님은 아무도 없었고 나 혼자만 커다란 목욕탕을 사용하게 됐다. 어릴 때 아버지와 또는 형님과 함께 가서 서로 등을 밀어주고 시원한 것을 먹으면서 집으로 돌아온 경험이 생각난다.

요즘은 목욕탕에 세신사가 있어서 우리가 돈을 주면 때를 밀어주는 형태로 바뀌었다. 몸이 찌뿌듯하기 때문에 때를 밀면 몸이 시원해질 것 같아서 세신사를 불렀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세신사들은 몸이 다 근육으로 되어 있고 뚱뚱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역시 이곳 목욕탕의 세신사도 날씬한 몸매다. 목욕탕에 사람도 없어 말을 붙여 보았다.

“몸이 근육만 있네요”
“하루에 4끼를 먹는데도 살이 안 찝니다”
“일은 오래 하셨나요?“
“30년 됐습니다”
“그러면 전에는 다른 곳에 있었나요”
“서울 있다가 내려왔습니다. 친구 도와 주러 왔다가 노는 김에 일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K씨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줬다.
목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와 같이 둘이서 서울로 무작정 상경을 한 것이다. 처음 들어간 공장에서 일을 하면 먹여주고 용돈 조금 받는 생활, 그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플라스틱 통을 만드는 프레스기에 친구 오른손이 들어가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결국 손을 잘랐다고 한다. 그런 무서운 사건을 겪은 뒤, 알고 지내던 형님이 안전한 일을 하겠냐고 하면서 구두닦이를 권했다. 그래서 목욕탕에 구두닦이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기술을 배웠고 기술을 배운 후에 새로 생긴 목욕탕에 보증금을 주고 들어가 구두닦이를 했다고 한다.

열심히 하다보니까 하루에 30켤레까지 닦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35년 전에 켤레 당 250원 정도 받았는데 한 달 수입을 보면 명문대 졸업생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11년간 돈을 벌어 옥수동에 전세 집을 얻고 결혼까지 했다고 자랑한다. 그때 선배가 특별히 기술 없이 할 수 있는 일로 때밀이가 의외로 돈을 많이 번다고 소개를 해줬단다.

선배 말을 듣고 세신 기술을 배우고 목욕탕에서 세신사를 시작했다. 세신사도 역시 보증금을 걸고 자기 수익을 갖는 것이었다. 세신사는 힘은 들지만 열심히 하면 수입이 많은 직업이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서울의 목욕탕이 과거에 아주 유명한 목욕탕이었다고 했다. 연예인들도 많이 오고 저명인사들도 많이 오고 판·검사들도 많이 오는 그런 훌륭한 목욕탕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언제 그런 높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겠냐며 만족스러워 했다. 그리고 K씨(세신사)는 자기 밑에 여러 명의 세신사를 두고 사업 운영을 잘 했던 것 같다. 수입을 대략 물어보니 수입이 우리 치과의사 평균 수입에서 크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은근히 자기 부인을 자랑한다. 자기 부인이 재테크를 잘 해서 지금은 열세개짜리 원룸을 갖고 있는 건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자기 큰 딸이 박사라 하고, 늦둥이 둘째 딸은 춤을 잘 춘다고 하며 예술고등학교에 다닌다고 자랑을 한다. 그 사람이 아주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니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초등학교만 나온 내가 박사 딸도 있고 예고 다니는 딸도 있다’는 말을 여러 번 하는 것을 보면, k씨는 자식 키운 것을 굉장히 행복해 하는 것 같았다. 

행복한 사람을 보고 가까이 있으면 나도 저절로 행복해 진다. 잘난 체 하는 것이 아닌 행복을 표현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것은 선선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내가 치과의사라는 좁은 틀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세상은 넓고 크기 때문에 우리 마음의 창을 크게 만들어서 세상을 골고루 볼 수 있고 구석구석까지 볼 수 있는 그런 큰 창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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