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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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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16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7.06.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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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of Africa



돌산 밑으로 40~50평 정도 되는 동굴이 있는데, 선사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동굴 천장에는 박쥐들이 붙어있는데, 동굴 가운데 빠끔히 구멍이 있어서 하늘이 올려다 보인다. 큐가 농담으로 이 캠핑장에서는 이 동굴이 특급호텔이라 돈을 더 내야 된단다. 또 이 지역은 안전하기 때문에 텐트 밖에서 자도 된단다. 철수, 지은, Jan 세 사람이 동굴 안에서 텐트 없이 자겠단다.

오늘 저녁은 멘지가 내륙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생선을 구해왔는데, 멘지의 요리법이 특이하다. 우선 장작에 불을 지피는 것을 보고 우리는 멋진 곳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려나 보다 생각을 했는데, 어느 정도 불을 지피더니 빨갛게 달궈진 부분을 삽으로 탁탁 치니 이글이글 불타는 숯이 되었다. 그걸 모아 오목한 곳에 넣고 그 위에 석쇠를 놓고 생선을 굽는데, 고소한 냄새가 온 주위에 진동을 한다. 모두들 궁금해서 입맛을 다시는데, 마침 가지고 간 와인이 있어 장작불 주위에 둘러앉으니 분위기가 그럴 듯하다.


꼭 언젠가 보았던 영화 ‘Out of Africa’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부부가 아프리카를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데에는 사실 이 영화가 동기가 되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불굴의 개척 정신을 가진 영국 여자가 커피 농장을 일구는 실화 소설을 배경으로 한 것인데, 영화 속에서 남편의 외도로 실의에 빠져 있던 메릴 스트립이 새로운 애인인 로버트 레드포드와 만나 새로운 꿈을 가꾸는 장면이 나온다. 모든 장면이 그림 같이 아름답지만, 특히 둘이 앉아서 포터블 축음기로 Mozart clarinet 협주곡 2악장을 듣는 장면이 인상 깊다. 우리네 들판에는 없는 원숭이가 와서 신기한 듯 가만히 레코드판 돌아가는 것을 보다가 호기심에 툭 건드렸을 때 ‘찍’ 하는 소리에 기겁을 하고 놀라 도망가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내가 “누구 ‘Out of Africa’ 영화 본사람 있나?”했더니 포르투갈에서 온 미구엘 부부가 반색을 하며 손을 번쩍 든다. 미구엘은 리스본에서 웹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고 부인인 조안나는 Cancer Research Center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단다. 지금이 포르투갈에서는 Long Holiday라서 주말 끼고 하면 두 주 정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구엘 직장 친구인 페드로와 이 여행을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키도 둘 다 자그마하고 피부 색도 까무잡잡한 게 중동 피가 섞인 것 같이도 보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 부부는 서양 젊은이들 같지 않게 늘 조용하고 다른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한다. “모짜르트 지금 한 번 들어볼래?” 했더니 다들 좋다고 박수를 친다. 차 이동거리가 많은 여행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음악을 준비해갔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있는 Mozart clarinet 협주곡을 찾아 플레이를 시작했다.


이 곡은 2악장 특유의 안단테로 10 여분 정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내심 클래식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한테는 지루할 지도 모르겠는데 하고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다들 꾹 참고 끝까지 경청해 준다. 신통하기도 하지…. 음악이 끝나니 멘지가 특유의 액센트로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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