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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더치오븐과 그래핀이수형(연세루트치과) 원장
  • 덴탈아리랑
  • 승인 2017.06.09 09:18
  • 호수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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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 주물로 만든 냄비와 팬은 무겁고 관리가 까다롭지만 특유의 감성으로 마니아층이 있는 듯하다. 르쿠루제, 스타우브, 롯지 등이 저마다 나름의 백여 년 역사와 전통성을 자랑하며 브랜드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더치오븐’으로 알려진 무쇠 주물 냄비가 유행하기도 했다. 무쇠 주물 냄비의 기원을 더듬어보며 아브라함 다비의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17세기 말의 영국은 만성적으로 목재가 부족했다. 인구가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숲의 면적이 줄어듦과 동시에, 목재는 선박, 마차, 숯, 맥주 양조통에 이르기까지 생활 곳곳 모든 부문에 쓰였다. 반면에 역청탄이 풍부한 석탄층이 널리 분포해 있었음에도 석탄에 황을 비롯한 불순물이 섞여 있어 숯에 밀리며 연료로써는 많이 활용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철광석도 많았지만 목재의 부족과 제련법의 한계로 생산량은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영국의 아브라함 다비는 젊은 시절 양조장에서 일하면서 역청탄의 불순물을 제거한 코크스를 이용해 증류하는 것에 착안하여, 철광석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코크스를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낸다. 비싼 숯을 쓰지 않고 저렴한 석탄을 이용해 무쇠를 뽑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업혁명의 가장 근간을 이루는 석탄의 활용과 철의 확보가 그에게서 시작됐다.

또한 다비는 네덜란드로 여행을 가서 점토가 아닌 모래로만 몰딩을 만들어 놋쇠를 주물하는 기법을 영국으로 가져왔다. 이 주물법은 더 얇고 가볍고 디테일이 있는 디자인이 가능했으며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식이었다. 나중에 다양한 기계와 증기기관의 제작에 초석이 되는 방식이다. 그는 이후 연구를 거듭하여 놋쇠보다 저렴한 철을 이용해 좀 더 저렴하고 대중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때 만들어낸 것이 무쇠 주물 솥이고 대략 300년 전의 일이다. 이 무쇠솥은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팔려 나갔으며, 더치 오븐의 기원이 됐다.

아브라함 다비는 38세로 단명해, 그가 발견한 코크스 제련법은 그의 손자대에 가서야 안정적으로 완성됐다.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며 완성하는 데에는 무쇠솥의 상업적인 성공이 물질적인 중요한 토대가 됐다. 당시 시대적 상황은 한계에 봉착해있었지만, 그는 시야를 넓혀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차용하고 빠르게 적용해 혁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비슷한 최근의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2010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꿈의 신소재 ‘그래핀’의 이야기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벌집모양의 육각형 구조로 그물처럼 이루어진 한 층을 말한다. 옛날 학창시절에 흑연과 다이아몬드의 차이점을 배울 때를 떠올려보자. 다이아몬드는 탄소원자가 강하게 결합해 있어 단단하지만, 흑연은 한층, 한층이 약하게 결합돼 떨어져나가기 때문에 무르고 연필로도 쓸 수 있다고 배웠다. 그 한층, 한층이 그래핀이다.

이 그래핀의 성질은 우리의 경험과 상상을 초월한다.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빠르게 흘러가게 하고, 빛이 98% 투과되는 투명성에,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자기 면적의 20%가 늘어날 정도로 신축성이 있다. 가히 사기적인 스펙이다.

그래핀에 대해서는 1947년에도 이론적인 논문은 있었지만, 원자 1개 층의 두께, 0.2나노미터라는 얇은 두께 때문에 실제로 한 개의 층을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했었다. 그래핀의 권위자로 노벨상이 유력했었던 김필립 교수가 10장의 원자 층을 분리해낸 게 고작이었다.

노벨상 수상자인 가임, 노보셀로프 교수는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한 방식으로 물리적으로 1장을 박리해냈다. 연필심에 테이프를 붙였다 떼면 흑연이 묻어나오는 데서 착안했다고 전해진다. 노벨상 시상발표문에서 ‘very creative way’라고 언급될 정도로 깨는 파격적인 발상이다. 김필립 교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고.

참고로 가임 교수는 개구리를 공중부양시키는 실험으로 2000년 이그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기발하고 엉뚱한 연구에 주는 이그노벨상과 진짜 노벨상을 모두 받은 최초의 1인이기도 하다. 가임 교수의 실험실은 연구시간의 10%를 엉뚱한 실험을 하는데 쓰는 관례가 있다고 한다. 다양한 생각과 ‘깨는 시도’를 장려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첫 박리가 힘들었지, 이후의 그래핀 양산 시도는 최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국내 연구진이 19인치 크기의 그래핀 OLED 디스플레이를 만들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접었다 피는 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이 조만간 현실화된다는 뜻이다. 노벨상 시상으로부터 10년도 안 됐는데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몇 년 뒤 접었다 피는 아이폰 광고가 나올 때 쯤에는, 우리 치과계는 어떻게 돼 있을까. 혁신에 참고할 아이디어는 주변에 있었는데 못 보고 지나치지 않을는지. 깨는 시도를 하지 못해 한계에 갇히지는 않을는지. 아니다. 아닐 게다. 아이폰 광고처럼 통통 튀는 발랄한 치과계를 기대한다.

덴탈아리랑  arirang@dentalarir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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