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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원장의 오만과 편견]4차 산업혁명과 치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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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원장의 오만과 편견]4차 산업혁명과 치의학
  • 김기영 원장
  • 승인 2017.06.0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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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의 치의학의 이슈들을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은 이미 현실이며 앞으로 진료환경, 진료프로세스, 의사결정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인공지능의 학습능력과 판단능력은 이미 인간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의료에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만큼 인공지능은 의료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들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것인가, 그 목적은 정당한가, 방향성 혹은 방법론이 합리적인가’ 등에 대한 질문들에 대한 적절한 답을 하지 못한다면 산업을 위한 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작년 비엔나에서 열린 악교정수술 심포지엄에서 3D 프린팅과 컴퓨터시뮬레이션 시스템의 적용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때 유독 눈에 띄었던 발표가 있었다.

 바로 우리가 이제까지 오랜 기간 해왔던 2D 분석의 유효성과 3D 분석 시스템의 비판적 고찰이 그것이었다. 조금 다르지만 그 이전에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의 장, 단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성도 느꼈다.

이런 비판적 사고는 3년 전 3D 프린팅기술을 응용해 안면비대칭 환자의 양악수술 치험례를 구강악안면외과학회에 발표하면서 시작됐는데, 과연 발달된 기술이 인간에게 더 좋은 결과를 주는가, 즉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었다. 

CAD/CAM, 3D프린팅,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혁신들은 확실히 치의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많은 임상가들은 이러한 혁신을 진료실 안에서 실현해 환자에게 더 큰 만족을 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술들은 환자에게 실제로 유용한가?” 디지털은 본질적으로 시간과 측정값의 분절을 전제로 한다. 반면 아날로그 방식은 연속적이고 보다 실제적이다.

섬세한 레플리카가 필요하다거나 심미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결과가 필요한 치료에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이 여전히 주류인 이유이다. 하지만 상담이나 진단 및 분석에 도움이 되는 측면은 확실히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대체할 수 있게 될까?

인간이 보고 듣고 만지는 감각들을 실제와 같은 정도로 재현할 수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상현실 기술이 가장 기대되는 이유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술이 결과의 질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아날로그 방식의 결과와 의미있는 차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비용문제는 중요하다.

같은 결과의 질을 전제로 비용이 높아진다면 의사도 환자도 선택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일정 수준의 비용 증가를 상쇄할 만한 결과의 향상을 입증하는 기술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것은 오직 치료의 결과만을 생각해보았을 때 의료인의 기술 선택의 문제이고 사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원격의료’로 상징되는 의사와 환자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그것이다. 원격의료 기술이 정확한 진단을 방해하거나 혹은 진단의 정확성을 희생시키고 편리함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음질이 좋지 않은 파일형식의 음원이 음질이 좋은 CD보다 더 대중화된 것처럼 말이다. 더 나아가 이것은 의사와 환자, 인간에 대한 문제이고 관계에 대한 문제이며 의료업의 가치와 역할에 관한 문제이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편리하게 할 수 있지만 인간과 인간을 멀리 떨어뜨려놓을 수 있으며 인간관계 자체가 불필요하게 되면 인간도 불필요하게 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시대에 어떠한 방식의 의사-환자, 인간-인간, 인간-기계 간의 관계 설정이 가장 인간을 행복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을 향해야 하며 치의학 관련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스마트 기술들도 과연 얼마나 인간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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