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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교수의 칼럼] 말 잘 듣는 아랫사람, 능력이 뛰어난 아랫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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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교수의 칼럼] 말 잘 듣는 아랫사람, 능력이 뛰어난 아랫사람
  • 김영수 교수
  • 승인 2017.05.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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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단체의 회장에게 질문을 해 보았다. 

“이번에 선임하는 이사나 위원이 되는 분이 회장님의 말(지시, 부탁)을 잘 들어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까, 아니면 업무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면 좋겠습니까?” 

대부분의 회장님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도 잘 듣고 일도 잘 하는 능력자’가 이사나 위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그 대답을 듣고, 나도, “참으로 현명하신 답변”이라고 평했다.

우리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본선에 진출하기까지 우리 국민들이 제일 많이 하는 공부가 ‘통계학’ 과목 중 분할표(Contingency Table)가 나오는 ‘범주형 자료의 분석’인 것 같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다른 경쟁국가 팀이 경기에서 패하는 경우, 이기는 경우, 비기는 경우 등을 비교해서 분석하는 표를 많이 봤을 줄 안다. 참으로 지루한 과정이고, 하늘의 뜻이 정해져야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하는 비과학적인 논평을 듣게 된다. 다시 ‘아랫사람’의 문제로 돌아오면, 상사의 말을 잘 듣는 경우에는 ‘능력도 탁월한 경우’와 ‘능력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경우’로 나뉘고, 상사의 말에 시도 때도 없이 ‘토’를 다는 태도의 아랫사람의 경우는 ‘능력은 탁월한 경우’와 ‘능력도 없는 주제(?)’인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윗분들은 분할표의 네 가지 경우 중 첫 번째 경우를 선택한 것이고, 독자들이 볼 때에도 잘된 선택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람, 즉 말도 잘 들으면서 능력도 탁월한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차선책을 구하게 되는데, 독자들은 분할표의 나머지 세 경우의 수 중 어느 ‘수’를 택하겠는가?

우리가 아는 윗사람들의 잦은 실수는 ‘상사의 말을 잘 듣지만,’ ‘능력은 떨어지는’ 아랫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 선택을 하면 ‘상사’는 무척 편하게 된다. ‘상사’의 독선이 그대로 통할 수 있고, 아랫사람은 일일이 상사의 의견을 물어 그 뜻대로 일을 수행하게 돼, 상사로서는 ‘왕정시대의 독재군주’처럼 임기를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상황을 지켜보는 ‘백성’ 격인 회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홧술’을 마시든지 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날리게 된다. 그러다가 상처가 곪아 터지듯 여기저기서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내 말을 잘 안 듣는, ‘시도 때도 없이 토를 달지만’, ‘능력이 있는 아랫사람’을 택하는 편이 차선책으로는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슈퍼맨’이나 ‘어벤져스’의 주인공 영웅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본다. 하지만 내가 가진 능력이 ‘여기까지’라고 깨닫는 순간, 다른 능력 있는 후배들의 힘을 빌려야 했다. 나도 나름 ‘한 성격’ 한다는 평을 듣고 살았지만, 내가 부탁을 하는 후배들도 ‘만만치 않은’ 성격의 보유자인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일’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가 내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는 법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이, 나도 부탁하는 입장에서 후배 이사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내가 나이를 그냥 먹은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곤 한다. 그래도 ‘아랫사람’ 격인 이사나 위원들에게 항상 고마운 것은, ‘회장이라는 윗사람’이 ‘무료’로 ‘부탁’하는 일을, 불평은 할지언정 잘 처리해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느 모임의 ‘회장’을 맡은 사람이 입에 달고 다녀야 할 대사는 “제가 회장으로서 부족함이 많아서 그렇습니다”라든지 “다 우리 임원들이 열심히 도와주신 덕택입니다”라든가 “오늘의 이 영광을 우리 임원 여러분들의 공으로 돌립니다”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지면을 빌어 내가 회장으로 있는 학회 임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간단하게 전해 본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회장 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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