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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나는 치과위생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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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나는 치과위생사다
  • 이은선 치과위생사
  • 승인 2017.03.24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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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콩심기  나는 치과위생사다

치과위생사의 헬스커뮤니케이션

이제 10년차 치과위생사다. 누가 몇 년차인지 물어볼 때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다. 2007년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임상에서 실장님들을 보며 막연히 경력이 10년이 넘으면 뭐든지 잘할 수 있는 만능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시간은 흘렀고 현재 나는 10년 전 내가 바라봤던 자리에 와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나에게는 새로운 것들이 많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지금 알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니요,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한 기초라 이야기 한다.

치주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고민이 많다. 어떤 칫솔로 닦으면? 어떤 치약을 쓰면? 치간칫솔은 어디서? 그리고 우리에게 기대를 안고 묻는다. 전에는 구강관리용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의 새로운 칫솔이나 보조용품들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하지만 그건 나의 관심사였고, 나의 궁금증 해결이었다. ‘일반적으로 치과위생사가 아닌 사람들은 어디에서 칫솔을 구매할까?’라는 물음표가 생겼다.


그리고 스케일링을 하다보면 자가관리가 잘 안되는 환자의 구강을 보고 어떤 치약을 쓰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진료가 끝나고 환자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하면 그저 집에 있는 것을 쓴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족 중에 누군가는 구강관리용품을 구매해서 가정에 구비해 놓는다는 의미다. 대중이 일반적으로 구강관리용품을 구매하는 곳에는 어떤 관리용품들이 있는지 가봤다. 사진에서 보듯이 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나도 선택하기란 쉽지가 않다.

저 많은 구강관리용품 중에서 선택 기준의 첫 번째는 ‘나의 구강상태’다. 환자들의 구강상태에 따라 권장되는 칫솔과 치약, 보조용품들이 다르다. 구체적으로는 부위마다도 다를 수 있다. 나는, 그리고 치과위생사는 적절한 구강관리용품을 권장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의무가 있다.

치과 대기실에서 환자들은 많은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 치아가 발거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치료에 대한 정보와 장단점, 치료 전 후 사진 등 많은 정보들을 대기실에서도 요즘에는 유니트 체어에서 대기하는 동안 모니터로도 정보를 접한다. 내원한 환자들이 접하는 정보 중에 더 유용한 것은 없을까?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없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치약 사용 가이드 라인과 같은 유익한 정보를 환자들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하면 좋겠다. 미국치과의사협회와 영국의 NHS 가이드라인에서 유치가 맹출 할 때부터 3세 미만까지는 쌀알 크기 정도, 3~6세 까지는 완두콩 크기 만큼을 권장한다. 성인의 경우 칫솔머리의 1/2 정도 적당하다. 학교에서도 배웠듯이 환자들에게 나는 완두콩 크기만큼 혹은 조금만 사용해도 충분하다고 교육했었다.

직접 완두콩을 놓고 사진을 찍어보니 많은 설명보다도 사진 몇장으로 충분한 설명을 대신할 수 있다 생각된다. 우리가 하는 헬스 커뮤니케이션이 좀 더 많은 대상자들에게 더 유익한 정보를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미래를 상상하면 가슴이 벅찰 때가 있다. 구강관리용품! 전문가인 우리가 한국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날을 기대해 본다.


더불어 함께

 

난 지금 대학에서 강의실과 연구실을 오가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난 내가 치과위생사라는 사실이 그리고 내 몸에는 그간 병원생활에서 익혔던 습관들이 남아 나를 일깨우고 있다.

오랫동안 임상에서 근무했던 나는 치과를 떠올리면 바닷가 아침시장의 분위기처럼 활기차고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내리는 진한 원두커피의 향과 더불어 시작되는 하루, 빽빽한 환자 스케줄 노트를 보며 오늘 내원할 환자들의 진료들을 모두 모여 상의하고 첫 환자를 반기는 미소들과 인사, 이어지는 내원에 북적대는 대기실, 각자 맡은 역할을 해내는 원장님과 직원들, 바쁜 오전 진료 후에 이어지는 점심식사, 잠깐의 여유와 오고가는 대화, 오후 진료는 이어지고 환자들과의 훈훈한 이야기들….

눈을 감고 있으면 스물 초반의 열정적이고 활동적이었던 치과위생사의 모습이 영화처럼 지나간다. 나의 젊음을 함께 했던 임상의 소중한 기억은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데 아직까지도 큰 원동력이 되어준다.

이런 내 기억들이 임상현장의 그리움과 접목이 되어서인지 친구의 병원에서  방학기간 중 정기검진을 받는 환자들에게 예방진료실에서 치면세균막관리와 잇솔질교육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 지역에서 개원한지 10년 가까이 되어가는 치과였는데 그동안 꾸준히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보다 양질의 진료를 해주려는 시도로 함께 치주관리 계획을 세워보자고 하여 설레이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다시 임상에서의 활기찬 느낌을 느껴볼 수 있다는 기대와 더불어 경력 치과위생사로서 나만의 노하우를 맘껏 발휘해보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정기검진으로 내원하시는 주 환자들은 50대 이후의 중, 장년층이었으며 치아우식증 치료 후
꾸준히 검진약속을 잘 지키시는 분들이었다. 하지만 정기검진 시 따로 구강보건교육을 한 적은 없었기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원장님 검진 후에 동의를 하는 환자에 한해 치면착색제를 바르고 평소 안 닦이는 부분을 거울로 같이 보면서 기본적인 개인 맞춤형 잇솔질 교육과 더불어 안 닦이는 부위에 함께 사용하면 좋을 구강관리용품을 권하는 것으로 진행을 시작하였다. 물론 치석이 있는 부위에 치석제거도 함께 계획을 하면서 말이다.

환자의 반응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평생 잇솔질교육은 처음 받아봤다는 환자부터, 그렇게 스케일링을 많이 해보지만 마지막에 치실을 해주니 개운하다고도 하고, 전문가잇솔질을 받아본 후에는 그 상쾌함에 닦는 방법과 더불어 어떻게 하면 좀 더 관리할 수 있는지 질문 한다.

또 처음에 아주 예민해 보이고 시큰둥하면서 수동적으로 대하던 환자들이 진료가 끝난 후에는 표정이 온화해지면서 진료실 한 쪽에 마련해 둔 다양한 칫솔들과 구강위생용품을 살펴보며 용도와 사용법을 물어온다. 본인 것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온 다른 환자들이나 주위 사람에게 선물로 구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홀했던 기본적인 잇솔질과 구강관리용품의 사용방법들을 정성껏 설명하고 직접 구강 내에 시범을 보여준 것뿐인데 굉장한 서비스를 받은 것처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더 많은 행복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의 방전된 배터리가 충전되는 순간이다.

너무 많은 목표보다는 작은 것에 대한 실천으로 조급하지 않게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차근히 환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업무임을 깨닫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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