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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트럭여행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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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트럭여행⑨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7.03.0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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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vlei'아름다운에 반하다


새벽 4시 반에 기상해서 텐트를 접고 5시 반에 정확히 출발했다. 6시 반쯤 일출이 시작되는데 갈 때 30분, 모래언덕을 올라가는데 20분쯤 걸리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이다. 게이트에 도착해 보니 벌써 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한 차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어디나 제대로 구경을 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일출 광경이 가장 아름답고, 높이도 120m로 적당해서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모래언덕 Dune 45에 오르는데, 발이 모래에 푹푹 박혀 만만치 않다. 큐가 알려준 대로 앞 사람 발자국을 밟고 오르니 그래도 한결 편하다. 내려오니 그제야 노마드 롯지 숙박 팀이 도착한다. 트럭킹은 캠핑투어와 숙소 숙박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숙소 숙박은 텐트에서 잠을 자는 게 아니고 정해진 롯지 등에서 자기 때문에 캠핑보다는 당연히 편안하지만 일부 중요한 것을 놓치는 아쉬운 점이 있다.


처음 투어를 신청할 때 노마드 연결회사인 필아프리카에 문의했다. 내가 나이도 있고 해서 롯지숙박이 어떻겠냐고 하니까 캠핑생활 경험이 전혀 없느냐고 물었다. 두 주 정도 캠핑은 미국에서 여러 번 했었고, 히말라야 트레킹 경험도 있다고 했더니 그러면 캠핑을 해보라고 적극 권한다. 값은 당연히 롯지숙박이 더 비싸다. 비용이 더 적은 것도 물론 좋았지만, 그보다 편안한 침대에서 자는 것 보다는 아프리카 대지의 온기를 직접 느끼면서 자보고 싶었다. 막상 와서 보니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Dune 45 일출도 롯지팀은 국립공원 밖 먼 곳에서 자기 때문에 일출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일출을 보고 내려올 때 겨우 도착한 것이다.


그제 캐년 일몰도 롯지팀은 볼 수가 없었단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묘해서 우리 캠핑팀 젊은이들 중에는 롯지팀을 은근히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롯지팀 사람들이 일출을 못 봤다는데 대해 고소하다는 표정들이다. 그러지 않아도 롯지팀 사람들 보고 괜히 Luxury Tour 라는 둥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가끔씩 롯지팀 스탭들이 저녁에 놀러 오면 우리 식사와 비교해서 무엇을 먹는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 부부는 돈 때문에 캠핑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학생 신분을 겨우 벗은 젊은이들한테는 편안한 여행을 하는 그들이 부러워 심술이 났던 모양이다. 더구나 생각했던 것보다 롯지팀 멤버들이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아 우리 팀 젊은 사람들 심기가 더 불편했던 것 같다. 내가 “우리 여행이 진짜 여행이지 저런 여행은 아무나 하는 거야”라고 했더니 모두들 맞다고 웃는다. 오늘 저녁은 와인이나 몇 병 사서 팀원들 사기를 돋궈 줘야겠다. 

일출 보느라고 아침을 못 먹고 나왔기 때문에 우리가 일출을 보러 모래산에 올라간 사이에 멘지가 맛있는 아침을 준비해 놓았다. 모래산 높이는 120m 정도 밖에 안됐는데, 모래가 푹푹 파여 앞사람 발자국을 밟지 않으면 자꾸 뒤로 밀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200m 이상의 산행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밥 맛이 꿀맛이다. 롯지팀도 일정이 비슷해서 몇 번 만났기 때문에 서로 반갑게 아침 인사를 하고 다음 일정을 향해 출발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여행 전체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Deadvlei/sossusvlei이다. vlei란 물이 고였던 웅덩이의 물이 말라 생긴 대야 같은 지형을 일컫는 말로 공원 안에 여러 군데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원래 물이 많았을 때 있었던 나무들이 물이 말라가면서 고사되어 몇 천년을 지키고 있다는 Deadvlei가 압권이다.

여기에 나오는 사진은 나미비아를 소개하는 책자나 홍보물에 대표적으로 실릴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여기는 일반 차량은 못 들어가고 투어 전용 사륜구동만 가능하기 때문에 공원 입구에서 4×4로 갈아타고 투어에 나섰다. 큐의 설명을 듣고 모두 흩어져 Deadvlei로 가는데, 한참을 가도 계속 모래언덕이고 고대했던 고사목이 보이지 않는다. 올라가는 모습이 힘들어 보였는지 돌아오는 사람들이 “Almost! over the hill”이라고 응원해준다.

과연 모래언덕을 올라갔더니 상상을 절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붉은 모래언덕으로 둘러싸인 넓은 저지대는 온통 하얀 바닥이 강렬한 아프리카 태양에 반사돼 무색의 반사를 보이고 그 위에 드문드문 죽은 나무들이 원래의 모습을 유지한 채 서 있는데, 이게 과연 현실인가 할 정도로 아름다움에 질려버린다. 한참을 넋을 놓고 보다가 여러 가지 포즈로 사진도 찍고 하다 보니 큐가 돌아가자고 손짓을 한다. 마음 같아서는 한 식경을 있어도 지루할 것 같지 않은 광경을 뒤로 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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