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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자일리톨은 정말 충치예방효과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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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자일리톨은 정말 충치예방효과가 없을까?
  • 조현재 조교수
  • 승인 2017.02.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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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재(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조교수

두번째 콩심기 언론의 재해석

무리하게 높은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감사원의 무리수

몹시도 곤란해진 자일리톨
얼마 전 감사원에서는 시중에 판매되는 자일리톨 껌의 ‘치아우식증(충치) 예방효과가 없다’고 발표하고, 이에 따라 자일리톨 껌에 ‘충치예방’이란 문구를 넣는 것은 과장광고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자일리톨의 치아우식증 예방 효과를 별로 의심하지 않고 있던 많은 소비자들은 마치 사기당한 기분이라며 인터넷 뉴스 기사의 댓글마다 공분으로 가득했다. 본인이 덴탈아리랑 민트(MINT 2016년 11월 28일자) 지면을 통해 자일리톨의 적정 하루 섭취량은 5~6그램(gram)이며, 껌으로는 5~6개 그리고 함량이 높은 캔디(정제) 형태로는 4개 정도면 된다는 내용을 게재한 바 있다. 그런데도 감사원이라는 국가기관이 언론에 일방적으로 치아우식증 예방효과가 없다고 발표하니 구강건강 분야의 전공자인 본인에게는 몹시도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자일리톨 성분의 치아우식증 예방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며, 다만 하루에 자일리톨 10~25그램을 섭취하여야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기준이 맞다면 자일리톨 껌 한 정에 1~1.16 그램의 자일리톨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치아우식증 예방 효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루에 최소 10개 이상의 껌을 씹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루에 껌을 10개 이상 씹는 일은 웬만한 사람은 실천하기 어려우니 도저히 달성하기 어려운 무리한 과정이며, 결국 자일리톨 껌을 사용해서 치아우식증을 예방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십수 년 전 유행했던 ‘핀란드 어린이들의 충치예방법’은 과연 자일리톨 껌을 수십개를 씹어서 달성한 것일까? 과연 10~25그램이라는 근거는 어디서 나왔을까?

근거를 정확하게 해석해 보자
우선 여러 과학적 문헌 중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체계적 문헌고찰인 코크레인 리뷰(Cochrane review)에서 자일리톨 관련 문헌을 찾아 보았다. 제목은 ‘Xylitol-containing Products for Preventing Dental Caries in Children and adults’로, 이 문헌의 결론은 ‘The Remaining Evidence we Found is of low to Very low Quality and is Insufficient to Determine Whether any Other Xylitol-containing Products can Prevent caries in Infants, older Children, or Adults’이다. 즉 자일리톨이 포함된 제품이 치아우식증을 예방한다는 근거의 질이 높지 않으며 따라서 결론을 내리기 불충분하다는 의미이다. 이것을 잘못 이해하면 치아우식증 예방 효과가 없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그것이 아니라 실험 설계를 더 잘 해서 추가적인 연구를 해야 확실하게 정의 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 문헌의 본문을 읽어보면 개별 연구로서 자일리톨 시럽, 정제 등이 치아우식증 예방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구강질환의 치료와는 달리 예방과 관련한 연구를 설계할 때 근거의 질(Quality of Evidence)이 높아지는 데에 어려운 점이 많다. 예를 들어 항생제와 같은 신약이나 시장에서 파이가 큰 임플란트나 보철재료의 경우 효과를 확인하는 데에는 유병자나 치료 대상자의 범위가 매우 좁고 평가하는 데에 명확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임상시험을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구강용품과 같은 예방 관련 제품들은 무작위 임상시험을 해도 실제 평가하는 지표가 질병과는 관련이 적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받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의 단가가 낮기 때문에 임상시험의 수요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개별 연구결과를 차곡차곡 정리 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코크레인 리뷰의 원문 64페이지에는 자일리톨의 치아우식증 예방 효과를 평가한 여러 가지 실험 논문들을 소개하고 각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자일리톨의 하루 최소 섭취량을 ‘Daily dose Threshold’라고 정의하고 기존의 연구논문에서 제시한 최소 섭취량은 5~6그램이라고 나와 있다. 자일리톨과 관련한 여러 연구를 분석해 보아도 식약처에서 제시한 10~25그램이 최소 섭취량이라고 제시한 문헌은 없었다. 반면에 2012년도에 개최된 ‘International Conference on Novel Anticaries and Remineralizing Agents’를 통해 세계적인 치아우식증 연구자인 Fontana와 Gonzlez-Cabezas는 ‘Are we Ready for Definitive Clinical Guidelines on Xyliol/polyol Use?’라는 기고문을 통해 대부분의 전문가나 기관에서 ‘6-gram rule’로 자일리톨을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오히려 과도한 자일리톨 섭취는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섭취량이 적어도, 섭취량이 많아도 곤란한 자일리톨
이러한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현재 식약처에서 치아우식증 예방 효과를 위한 자일리톨의 최소 섭취량을 1일 10~25그램으로 규정한 것은 오히려 과도할 수도 있고, 국제적인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세계적인 연구결과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일리톨은 치아우식증 예방 효과가 없다’라고 단정지어 언론플레이를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다. 왜냐하면 예방 효과가 없다고 단정한 연구논문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몹시도 곤란한 상황은 본인뿐만 아니라 수년간 자일리톨 껌을 치아우식증 예방 제품으로 인증했던 대한치과의사협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효능이 없는 제품을 인증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일리톨에 대한 현재의 상황은 단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문제 만이 아니라 비전문가의 횡포로 치과계 전반에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러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강건강분야에만 유독 엄격한 식약처
과연 식약처가 무슨 이유로 구강건강과 예방치과 전문가의 자문 없이 독자적으로 무리한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명확하게 해명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거나 치약에 기능성 성분도 일반적인 연구결과와는 다르게 식약처나 정부기관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거나 언론플레이를 통해서 정책을 좌지우지 했다. 최근에는 파라벤, CMIT/MIT, 트리클로잔도 마찬가지이다. 식약처가 요란하게 언론플레이를 해댔지만 실제 결론은 ‘해로운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은 판매 금지’라는 논리로 밀어부쳤고, 뒤늦게 치과계가 손을 써도 이미 국민들에게는 치과계를 믿지 못하는 불신만 커진 상태일 뿐이다. 오죽하면 치과의사가 의료인 중에서 가장 신뢰하지 못하는 집단이라는 평가가 나왔을까? 드물게는 ‘치과의사는 싸게 치과 치료나 잘하면 되지 연구나 정책이 필요하겠어?’라는 의료계나 정부 일각의 편향된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다가 동네북으로 전락해버린 치과계가 야속하기만 하다.

구강질환은 다른 질환에 비해 유병률이 높고 치료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개별적인 접근만으로는 예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집단에 잘 발생하는 전형적인 건강불평등을 유발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태에서 건강불평등을 감소시키고 치료 외에 다양한 예방법이 사용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도, 정부기관이 앞장서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행위가 정당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 이러한 부당한 행위에 너무 익숙해진 치과의사들이 더더욱 정책에 대한 관심보다는 치과 치료에 매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치과의사가 아닌 우리 모두의 구강건강을 생각해 본다면 정부기관의 횡포에 과감히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자일리톨의 치아우식증 예방효과에 대한 평가는 계속해서 필요하다. 치아우식증은 국민의 구강건강을 위협하는 중대 질환으로, 이의 치료에 건강보험 재정이 적잖이 소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예방을 위한 유용한 방법 중 하나인 자일리톨을 포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자일리톨이 들어간 껌이나 사탕을 이용한 무작위 시험으로 사회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지역의 학교에 공급해 그 효과를 추적관찰하면 의미 있고, 질이 높은 근거가 생산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일리톨을 언급하면서 마치 특정 제품을 홍보하거나 옹호하거나 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걱정마시라! 민트에서는 과학과 정의만으로 이야기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이 글도 어떠한 업체의 지원도 받지 않고 작성한 글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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