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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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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기레기
  • 정동훈기자
  • 승인 2017.02.16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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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라는 말이 있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는 신조어다. 듣기에 따라 모욕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다.

‘기레기’라는 말이 무서워 ‘급격한 쏠림’이 아닌데도 어느 한쪽을 두둔하거나 입장을 전달하는데 적잖은 부담감이 느껴지는 선거철이 됐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고 균형된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스스로 경계하게 된다.

써도, 안 써도 생각이 다르면 ‘기레기’가 되고, 나름 균형 있게 써도 누군가에겐 심심한 기사를 쓰는 ‘기레기’로 보일 수 있다.

기자 집단 전체가 기레기로 싸잡아 비난을 받을 수는 있고, 언론계 종사자들로서는 이만큼 자괴한 용어도 없지만 요즘 같아서는 반성해야 할 이유가 더 크게 다가온다.

책상 앞에서 피를 토하듯 기사를 쓴다 토로하지만 정작 타 언론 기사를 컨트롤+C, 컨트롤+V 하다 후배에게 창피를 당하는 기자, 취재 현장에서 누가 봐도 선정적인 행동을 취해 취재원에게 ‘미친X’라는 소리까지 듣는 경우도 있다.

대학시절 언론은 사회의 등불, 세상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라 배웠다.

등불은 이렇게 희미하고, 거울은 이토록 희뿌연데 신바람 난 듯한 ‘기레기’를 보며 나 자신부터 반성하게 되는 요즘이다.

 

정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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