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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트럭여행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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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트럭여행⑧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7.02.1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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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luck to you!


3일차가 되니까 캠핑생활도 익숙해지고 사람들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잘한다.

오늘 저녁은 돼지고기 바비큐, 하루 종일 사막먼지에 시달린 일행들에게는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먼지를 많이 마시는 노동자들은 일이 끝나면 돼지고기를 먹는데, 아마 사람 몸이 자연히 이러한 영양소들을 필요로 하게 되는 모양이다. 어두운데, 차량의 조명등 아래서 둘러 앉아 그날의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먹는 저녁밥은 늘 꿀맛이다.

저녁에 자는데 뭔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 일어나보니 사막여우 같은 동물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사람이 다가가도 무서워하지 않고 열심히 쓰레기들을 뒤지는 모습이 꼭 우리나라 뒷동네 들고양이를 보는 것 같아 ‘아프리카제 들고양이구먼’ 하면서 웃음이 나온다.


오늘은 비포장 먼짓길을 520km나 달려야 하는 강행군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여행을 아프리칸 마사지라고 한다. 비포장 길에서는 트럭이 보통 60~80km 정도를 달리는데, 이때 바퀴를 통해 오는 진동은 사람의 혼을 완전히 빼 놓는다. 그러니 웬만한 버스나 승용차는 명함도 못 디민다.

드문드문 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보면 모두가 Jeep 아니면 트럭들이다. 처음에는 편안한 버스를 두고 왜 사서 이 고생이지? 했는데 겪어보니 이해가 된다.

서너 시간을 달리니 베타니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스펠링을 보니 성경에 나오는 예수께서 앉은뱅이를 일으킨 기적을 행한 베타니와 똑같다. 아마 나미비아를 식민지로 삼았던 독일인들이 지어준 이름이리라.


나미비아는 수십 년동안 독일의 식민지배에 있어서 그런지 어디를 가도 독일 냄새가 많이 난다.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나미비아 부족어 외에 아프리칸이라고 독일어가 아프리카 사투리화 된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독일사람인 Jan에게 이해가 되냐고 물어보니 거의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한다.

남아프리카는 거의 영어가 통용되면서 지역마다 다른 부족어를 사용하는데, 이들을 다 합치면 수십 개가 된다고 한다.

조그만 가게가 있어 커피나 한잔 사먹을까 하고 들어갔더니 양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침 먹은 지도 한참 돼서 한 조각만 달라고 했더니 두툼한 놈을 골라 주는데 보통 우리나라 고깃집에서 먹는 일인분 정도 되는 양이다.

값은 2000원 정도인데, 맛이 기가 막히다. 나는 몽골에 있을 때부터 양고기에 친해져서 워낙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마 내가 먹어본 양고기 중에서는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집사람이 “당신은 뭐 먹을 때마다 그런 얘기 안 한 적 있어?”하고 핀잔을 놓는다. 커피와 함께 먹은 길거리의 양고기, 평생 잊지 못할 맛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사막투어다. 그만큼 물을 많이 먹어줘야 하기 때문에 물을 많이 준비하라고 큐가 신신당부를 한다. 5리터짜리 물 두 통과 당근 한 자루, 사과 한 자루를 샀다. 이곳 당근은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 사막에서 당근이라니 신기하다.


습도는 거의 0%에 가까운 사막이다 보니 10분만 지나도 목이 말라진다. 당근을 한입 깨어 무니 달큰한 맛과 당근 특유의 상쾌함까지 더해져 천하일미다. 한 자루에 열두 개 정도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니 무척 맛있다고 행복해 한다. 서울에서는 쳐다도 안보던 당근인데 이렇게 먹으니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고마움을 안다.

거의 10시간을 달려 Namib-Naukluft National Park에 있는 캠핑장에 도착하니 사막 한가운데 캠핑장 치고는 시설이 훌륭하다. 캠핑장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샤워장과 화장실을 Shared Ablutions라고 하는데, 캠핑장마다 시설이 제 각각이다. 이곳은 전체적인 시설도 훌륭하지만 특히 샤워실이 문까지 달린 독립된 부스로 돼 있어 옷가지나 세면도구들을 놓을 수 있다. 조금의 차이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낀다.

짐을 풀고 쇠고기스튜와 밥으로 저녁을 먹고 나니 새로운 기운이 솟는다. 바에 가서 진토닉을 한잔 시켜 마시는데, 그 시원함과 청량함이 천국이 따로 없다. 조금 있으니까 포르투갈 그룹이 몰려와서 TV앞에 진을 친다. 오늘밤에 유로2016 축구 포르투갈 전이 있단다. 조금 보다보니 졸음이 밀려와서 ‘Good luck to you!’ 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 ‘Good luck’이 나중에 정말 ‘Good luck’이 됐다. 포르투갈 팀이 프랑스 원정 결승시합 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니까….

내일은 사막언덕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도 안 먹고 다섯 시 반에 출발을 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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