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존중’과 ‘예의’도 평가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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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존중’과 ‘예의’도 평가하는 시대?
  • 정동훈기자
  • 승인 2017.02.0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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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경험 평가 설문 항목 ‘객관성 의문’

“병원 직원과 의사가 당신에게 존중과 예의를 표했나요? 질환에 대해 위로와 공감을 말해줬나요?”

의사의 복장과 두발까지 규제하겠다는 정부가 이번에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로부터 의료기관이 평가를 받는 ‘환자경험평가’를 실시하겠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손명세)은 지난달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2017년도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계획’을 공개했다.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는 건강보험으로 제공된 진찰·수술 등 의료서비스 전반에 대해 의약학적,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적정한지 여부를 평가하는 제도로, 정부는 2001년 약제 평가(항생제처방률, 주사제처방률 등)를 시작으로 급성기 질환(급성심근경색증, 암 등)에서 만성질환(고혈압, 당뇨병 등)까지 평가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평가 대상에 빠져있던 치과분야도 마취분야와 소아 등의 영역과 함께 올해부터 예비 평가 항목에 포함됐다.  

정부는 올해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에서 ‘안전과 질을 높이는 평가’를 목표로 환자경험 평가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로부터 의료진과 의사소통, 투약 및 치료과정 등 입원기간 중에 겪었던 경험을 확인할 방침을 세웠다.

평가 조사는 오는 7월 중순부터 시작해 약 3~4개월간 진행된다. 단 이번 평가는 상급종합병원 및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향후 대상기관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경험 확인 방법은 총 24개의 문항을 전화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환자경험 평가 영역은 크게 △영역별 환자경험 △전반적 평가 △개인 특성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영역별 환자경험은 △간호사 서비스(4문항) △의사서비스(4문항) △투약 및 치료과정(5문항) △병원환경(2문항) △환자권리보장(4문항) 등으로 구성됐다. 의료진의 서비스부터 투약과정, 병원환경, 환자권리보장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평가 항목이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데 있다.

설문 항목에는 ‘담당 의사는 귀하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 대했나’, ‘담당 의사는 귀하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 주었나’, ‘귀하의 질환에 대해 자주 위로와 공감을 받았나’, ‘검사나 치료 결정 과정에서 귀하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나’, ‘검사나 치료 과정에서 신체노출 등 수치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 받았나’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으며, 심지어 환자의 학력을 물어보는 것도 포함됐다.

이와 같이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한 설문 평가를 가지고 의료기관 별로 객관화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가 가능한 지 의문이다.   

한 개원의는 “의료기관마다 환자가 느끼는 정도가 다른데 전화나 설문지를 통해 환자의 주관적 경험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객관성을 담보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심평원은 “환자경험 평가는 환자 중심 의료수준을 측정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환자경험 평가가 환자안전에 긍정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시행 필요성을 주장했다.

심평원은 일단 전화조사를 통해 하반기까지 결과를 도출해 참여 요양기관과 비교 정보를 제공하고, 추후 의료평가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개방법과 범위, 평가 결과를 등급화할 계획이다.

처벌 일변도의 의료관련 법령 개정안의 홍수 속에서 이제는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환자 경험 평가까지 시행한다는 소식을 듣자 개원가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를 보건의료의 파트너가 아닌 감시와 제재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인식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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