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시각] 원내생 진료를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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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시각] 원내생 진료를 앞두고
  • 조현빈 학생
  • 승인 2016.12.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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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치과대학 본과 3학년 조현빈 학생


“이건 법랑질까지만 파절된 것 같은데? 많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법랑질이 뭐예요….”

“아? 너 법랑질 상아질 뭐 그런 거 혹시 들어본 적 없어?”

“들어본 적은 있는데….”

이가 깨져서 학교 병원에 찾아온 예과 1학년 후배에게 나는 그 자리에서 치아의 구조를 쭉 설명해줬다. 지금이야 이런 내용들이 당연한 상식이 됐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예과 때 법랑질이 뭔지 백악질이 뭔지 전혀 몰랐던 것 같다.

‘아. 내가 공부를 지지리도 안 하긴 했지만…. 그래도 5년 동안 뭔가를 배우기는 했구나’

그렇지만 이번 학기에 시작해야 할 원내생 진료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머릿속으로 진료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영 매끄럽지가 못하다.

지난 한 학기 동안 배운 건 진료 방법이 아닌 어시스트와 기공이었나 싶기도 하고, 그 와중에 나에게 뭐라도 가르쳐주려고 신경 써주셨던 교수님, 선생님들께 괜스레 죄송한 마음도 들고. 벌써 원내생 진료를 시작한 몇몇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어떤 얘기엔 자신감이 생겼다가도, 어떤 얘기에는 자신감이 쑥 사라지고 만다.


나에게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를 찾는 것도 문제다. 초진 환자 차팅을 하면서 설득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나도 내 주변 사람에게 원내생 진료를 자신 있게 권하긴 어려울 것 같다.

절차의 상대적 번거로움이나 이런저런 규칙(예를 들어, #18과 #48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두 번에 걸쳐서 발치해야 한다거나, 몇몇 어시스트 케이스 약속이 원내생 진료 약속보다 우선순위라거나….) 때문에라도 이를 권하는 마음이 영 편하지가 않다. 아니 그보다 중요한 건, 기껏 대학병원까지 찾아온 환자분들께서 겨우 대학병원 수가에서 50% 할인해준다고 하면서 면허도 없는 학생들한테 진료를 받고 싶어 하실까.

그러다 보니 많은 원내생이 친분이 있는 사람이나 후배들을 진료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원내생 진료의 환자로서의 경험이 몇 번 있었는데, 선배들이 물론 많이 신경을 써줬지만… 힘들지 않았다고는 못하겠다. 나도 누군가를 힘들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런저런 고민이 많긴 하지만 결국에는 첫 진료를 하긴 해야 하고, 누군가는 내 첫 환자가 될 것이다.

내가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전에 못 봤던 세세한 술식 과정도 자세히 보게 되고, 교과서도 더 자주 들춰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도 보면 볼수록 모르는 점이 늘고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아. 이래서 졸업하신 선배님들께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신 거구나’

오늘도 또 한 번 선배님들의 조언 속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으며, 열심히 해보자는 새롭지 않지만 새로운(?)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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