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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우리는 언제나 알고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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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우리는 언제나 알고도 당한다”
  • 정동훈기자
  • 승인 2016.12.15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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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단편 ‘할머니는 우리편’에 보면 ‘싼 맛에 이사를 왔더니만 싼 게 비지떡이지, 아유 이 파리 좀 봐, 밤엔 모기가 잉잉대고···’라는 내용이 나온다.

'싼 게 비지떡'.

값이 싼 물건은 당연히 그 품질도 나쁘다는 뜻인데 우리는 언제나 알고도 당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고 한 커뮤니티에서 유머소재로 쓰인 말처럼 말이다.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치과는 치과교정 66만원 이벤트를 진행해 무차별적으로 환자를 모으고 진료비를 선납하도록 유도했다.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치아교정 66만 원.

여기에 유혹된 수백여 명의 환자들은 진료비를 선납하고 해당 치과는 폐업하고, 개원의는 잠적한다.

진료비만 내고 치료를 못받거나, 치료를 도중 하차 하게 된 환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치과계는 한 치과의 비윤리적인 행위로 전체 치과계의 신뢰도가 실추될 까 염려하고 있다.

치과계에서는 그동안 터무니없이 낮은 진료비에 현혹되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왔다.

치과계도 답답하다. 치과의사 인력 과잉으로 경쟁은 점점 심해지고, 정부까지 나서서 비급여 진료비 가격 고시로 주변 치과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의료진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해당 치과와 개원의에 있다.

그러나 가격 경쟁을 부추긴 정부와 일부 의료쇼핑 환자들의 책임도 분명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을 언제까지 통용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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