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덤핑 이벤트 남발로 수백 명 환자 유인한 치과 ‘먹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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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덤핑 이벤트 남발로 수백 명 환자 유인한 치과 ‘먹튀’
  • 정동훈기자
  • 승인 2016.12.14 0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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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66만원 이벤트로 환자 모아 진료비 선납 유도 후 잠적

SNS와 인터넷을 통해 비급여 진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해 무차별적으로 교정 환자를 모아온 강남의 대형치과가 돌연 폐업하고 대표 원장이 잠적하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ㄱ치과는 지난 12일 환자들에게 “운영상의 문제로 정상적인 진료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며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문자를 보내 폐업을 알렸다.

해당 치과 환자들은 치과로부터 문자를 받고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치과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타 치과의 도움을 얻어 진료를 끝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종이만 붙어있었다고 밝혔다.

5주년 치아교정 이벤트로 환자 유인

치과의 폐업은 언제라도 있을 수 있는 일. 그러나 문제는 해당 치과가 교정전문치과를 표방하며 SNS나 인터넷을 통해 교정치료 66만원, 유지장치 50% 할인 등의 이벤트를 벌이며 무차별적으로 환자를 유인해 피해 환자 수가 수백 명에 달하는 데 있다.

해당 치과는 페이스북을 통해 5주년 치아교정 이벤트로 250만원의 교정치료를 66만원으로 할인해주고, 해당 비용에 검진상담비와 정밀 진단비, 구강관리비, 교정장치비, 교정칫솔세트가 포함되어 있다고 지속적으로 광고해왔다.

해당 치과의 홈페이지에 올린 진료 수가 덤핑 이벤트들.
해당 치과가 치아교정을 66만 원에 한다는 이벤트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해당 이벤트를 보고 치과를 찾은 환자들은 “ㄱ치과가 진료비를 미리 내면 진료비를 더 할인해주겠다”며 “진료비를 미리 낼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ㅍ치과에서 상호를 변경한 ㄱ치과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진료 수가 덤핑과 환자치료경험담 광고, 소비자 현혹 광고 등으로 물의를 빚어온 바 있다.

이에 지난 2014년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회장 권태호)도 해당 치과 원장에게 의료법 위반 사항 통보 및 시정 요청을 통보한 바 있다.

해당 치과가 ㅍ치과일 당시 환자 경험담 광고 및 허위과장광고로 개원가의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치과의 환자유인행태는 변하지 않았고 돌연 폐업을 선언하면서 수백명의 환자들은 선납한 진료비를 받지 못하거나, 교정 치료를 도중에 멈춰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해당 치과의 운영 차질은 올해 중순 어느 정도 감지됐다. 해당 치과에서 근무하던 교정 페이닥터들이 월급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소문이 개원가에 파다했으며, 구인구직사이트를 통해 교정 페이닥터를 구한다는 글이 수시로 올라온 바 있다.

또한 ㄱ치과는 지난 10월 환자들에게 보내는 사과문을 통해 “의료진들의 개인 사정과 내부적인 구조조정으로 진료 스케줄과 의료진의 변경이 많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여러분께 많은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힌 바 있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자 지난 10월 해당 치과에서 올린 사과문.
진료예약을 한 환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병원 통합 이전은 사실 무근”

그러나 결국 ㄱ치과는 지난 12일 폐업 신고를 했으며, 환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ㅁ치과로 병원을 통합 이전하게 됐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ㅁ치과에서는 ㄱ 치과와의 통합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ㅁ치과 원장은 “아는 지인이 ㄱ 치과의 환자들이 진료를 끝낼 수 있도록 도움을 요구해 여기에 응했던 것 뿐”이라며 “ㄱ 치과 원장과는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며, 병원 통합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ㄱ치과에서 피해를 본 환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ㅁ치과의 인터넷 주소와 전화 뿐만 아니라 ㅁ 치과 원장의 핸드폰 번호 등 개인 신상까지 공개되는 사태에 이르자 ㅁ 치과에서는 ㄱ치과의 환자들의 진료를 결국 포기했다.

해당 치과의 문에 붙여진 안내문. ㅁ치과 통합 이전 안내문은 뜯겨져 있었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ㄱ치과가 지난 12일 폐업 신고를 하면서 ㅁ치과에서 차트를 보관하기로 했으나, 현재는 차트 보관을 거절해 보건소에서 보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료비를 선납하고 진료를 못 받거나, 도중에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환자들이 진료비를 돌려받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민사 소송이나 의료분쟁조정평가원, 소비자 보호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환자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해당 치과에서 피해를 본 또 다른 환자들을 모집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환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강남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2일 개설된 인터넷 포털 까페에 모인 회원 수만 해도 단 하루만에 1393명으로 피해자 수는 시간이 갈수록 많아질 전망이다.

14일 현재 해당 치과에서 피해를 본 환자들의 커뮤니티 회원 수가 2천 명에 육박하고 있다.

ㄱ 치과가 폐업을 신고한 하루 뒤인 13일 오후 해당 치과가 위치한 건물에는 ㄱ치과의 간판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폐업 신고 하루가 지난 뒤였지만 치과 간판에는 불이 켜져 있다.

 그러나 치과가 위치한 6층과 8층에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으며, 문 앞에는 치과에서 두고 간 환자들의 교정 유지장치 및 기공물 수십 개가 방치되어 있었다.

해당 기공물에는 환자들의 실명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기공물을 보거나 피해 모임 커뮤니티에서 유지장치 보관함에 적힌 기공소 전화번호를 본 환자들은 해당 치과와 거래한 치과기공소에 연락을 해 교정 유지장치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며, 강남구 보건소에서도 치과기공소에 연락해 “환자들에게 교정 유지장치를 줄 수 없냐”고 문의를 한 바 있다.

해당 치과가 두고 간 환자 유지장치 및 기공물.
해당 치과가 두고 간 환자 유지장치 및 기공물.

거래 치과기공소도 미수금 쌓여

취재결과 ㄱ치과와 거래한 치과기공소는 한 군데가 아닌 여러 곳으로, 최근 해당 치과에서 유지장치 의뢰가 많았으며, 거래 치과기공소들은 기공비용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ㄱ치과와 거래한 한 치과기공소 소장은 “아직 해당 치과에서 기공료를 받지 못했다. 지난 10월 해당 치과와 처음 거래했을 시 대표원장은 보지 못하고 교정을 총괄한다는 페이닥터만 보았다”며 “유지장치의 물량이 많았다. 당시 ‘이렇게 많아도 되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지장치를 달라는 환자의 전화와 보건소의 연락을 받았으나, 담당 치과의사의 의뢰 없이 유지장치를 주는 것은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의료기사법 위반이 될 수 있을 거 같아 일단 거절했다”고 밝혔다.

치과계 자정작용 필요해

치과계에서는 이번 ㄱ치과 사태로 인해 환자들의 피해는 물론 치과진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전체 치과계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는 만큼 고민이 크다. 

올해 초에도 부산지역에서 ‘먹튀 치과’로 인해 100여명의 환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소식이 대중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특히 ㄱ치과의 경우 '사무장 치과'로 의심된다는 피해 환자들의 제보 및 치과계 내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해당 치과의 진료 수가 덤핑 이벤트를 보고 몰려온 환자들. <출처: 해당 치과의 페이스북>
진료 수가 덤핑 이벤트를 보고 몰려온 환자들. <출처: 해당 치과의 페이스북>
진료 수가 덤핑 이벤트를 보고 몰려온 환자들. <출처: 해당 치과의 페이스북>

이에 대한치과의사협회 내부에서도 ㄱ치과 개원의를 윤리위원회에 회부시켜서라도 치과계 내부에서의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이강운 법제이사는 “ㄱ치과에 대해 치협에서도 자료를 수집해 검토 중에 있으며, 이사진 내부에서 해당 개원의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권태호)에서도 지난 2014년 해당 해당 개원의에게 시정 조치를 요구한 바 있는 만큼 사실 관계 파악 후 해당 처리를 치협에 위임하기로 했다.

서울시치과의사회 이재석 법제이사는 “서울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해당 사건을 검토해 치협 윤리위원회 회부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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